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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잠들 때

그래, 그런 날이 있었지... 옛 애인에게 전화를 걸어 술 한 잔 사달라고 농을 부리고 싶다 슬픈 멜로영화보다 지.리.멸.렬. 눈물나도록 서로를 잘 아는 두 사람이 데면데면 술 한 잔 하는 유쾌한 상상 잘 지내? 우리 왜 헤어졌을까? 확인하면 할수록,몸은 과거를 기억하고 점령 당하고 안달이 나고 그러나 섹스를 하자는 얘기는 누구도 못 꺼내겠는 봄, 완연하게 핀 슬픔 사이로 옛 애인에게 전화를 걸어 섹스나 한 판 하자고 그의 몸은 눈 감고도 다 안다 밤 늦게 돌아온 집은 빈 여관방처럼 조용하고 또 쓸쓸하다 - 신혜정 시 *'타인의 취향' 모두 [라면의 정치학],bookin, 2009. * 아네스 자우이 감독의 영화 제목. 아침일찍, 바쁜 일 들을 처리해 놓고,, 이제야 자리에 앉아 커피포트에 물을 올려놓고 '시사랑'에 들러 시를 읽는다.. 더보기
어느날,, 두팔 곧게 벌린 나무처럼... 절망의 꽃잎 돋을 때마다 옆구리에서 겨드랑이에서 무릎에서 어디서 눈이 하나씩 열리는가 돋아나는 잎들 숨가쁘게 완성되는 꽃 그러나 완성되는 절망이란 없다 그만 지고 싶다는 생각 늙고 싶다는 생각 삶이 내 손을 그만 놓아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 ....... 그러나 꽃보다도 적게 산 나여, - 나희덕 시 '고통에게 2' 모두 온몸이 너무 피곤하게 느껴져,, 손끝에서 발끝까지 통증이 엄습 할 때에 가만히 사무실을 나서 남산의 산책길로 올라선다. 높고 푸른하늘 위에 하얀구름이 두어송이 엷게 떠 있고,, 나른하게 아려오는 아품을 누루기 위해 아무도 없는 주위를 살피곤 벤치에 눕는다. 아~~ 하늘이 저렇게 내머리 위에 낮게 떠 있다. 조금은 몽롱한 의식속에서 주위에 꽃향기가 느껴진다. 푸릇하고 비린듯한 풀내음도,, .. 더보기
너는 꽃잎처럼 내게서 떠나 가는가?!.... 꽃잎이 눈처럼 내리는 길 걸어가 보자. 잠시 꿈이었고 기쁨이었다고 말하지 말자. 낙화 자유로우니 연민에 들지도 말자. 꽃잎 받으며 빈 지난 해 소원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서운해 하지 말자. 우리의 날이 흩어진다고 애석해 하지도 말자. 마음 다해 기도문을 외우고 나면 꽃잎처럼 조용한 위안이 내려온다. 다시 올 봄이 있고 계절 내내 피어나는 꽃잎 있으니 허박한 은자(隱者)로나 남을 일이다. - 박이현 시 '꽃잎 가는 길' 모두 [시반(詩伴)에게],천년의시작,2009. "4월에 눈이 내리는지 알고 깜짝 놀랐더니,, 벚꽃잎이 눈처럼 지고 있었다." 방송에서의 소식처럼 소리없이 봄 꽃잎들이 지고있다. 이렇게 2010년의 봄은 저믈어 가고 5월이 오고 있다. 바라건데 5월은 계절의 여왕 답게 우리에게 아름답고, 따스.. 더보기
하늘에 떠있는 흰구름 하나. 나에겐 백치 애인이 있다. 그 바보의 됨됨이가 얼마나 나를 슬프게 하는지 모른다. 내가 얼마나 저를 사랑하는지를, 그리워하는지를 그는 모른다. 별볼일 없이 우연히, 정말이지 우연히 저를 만나게 될까봐서 길거리의 한 모퉁이를 지켜서 있는지를 그는 모른다. 제 단골 다방에서 다방문이 열릴때마다 불길같은 애수의 눈을 쏟고 있는지를 그는 모른다. 길거리에서 백화점에서 또는 버스 속에서 시장에서, 행여 어떤 곳에도 네가 나타날 수 있으리라는 착각에 긴장된 얼굴을 하고 사방을 두리번거리는 이 안타까움을 그는 모른다. 밤이면 밤마다 네게 줄 편지를 쓰고 또 쓰면서 결코 부치지 못하는 이 어리석음을 그는 모른다. 그는 아무것도 모른다. 적어도 내게 있어선 그는 아무것도 볼 수 없는 장님이며, 내 목소리를 듣지 못하는 .. 더보기
폭설 시모음 - 눈이 오셨네요, 아주 많이,, - 네이버 친구인 休의 사진중 인용. 폭설 김명인 눈 몇 낱이 금세 폭설을 데리고 온다 저녁이 저무는 일을 잠시 멈추고 얼른 그 눈을 받아 지붕이며 길바닥에 펼쳐놓는다 지금은 한 해 천년이 후딱 지나가는 겨울 저녁 이른 한때, 천년만큼 무게를 덜어내고 가벼워진 사람들이 나뭇가지 사이로 잠깐 얹혔다가 골목 끝으로 내려서 바삐 사라진다 나는 무연히 서서 한 염소가 삼키는 종이쪽인 듯 금세 흐려지는 저들 눈 발짝들 눈으로 주워 담는다 빨리 오시는 눈이나 늦게 오는 눈이 한결같이 큰 꽃 한 송이로 눈꽃 세상 피워낼 때 비로소 불을 켜도 좋은 밤, 그 꽃술 되려고 서걱거리는 얼음 속에 가등들 내걸린다, 바알갛게 이는 여기서도 뒤늦은 사랑이 와서 기웃대므로 더 아득한 곳까지 그리움 지펴지기 때문일까, 이제 겨울밤은.. 더보기
그냥.. 놓아버린 하루. 문자를 여의고 말을 떠나는 이해할 수 없고 입에 담을 수 없는 설명하면 틀려버리는 그리고 아주 우연인 글로 쓰면 아직 그곳에 덜 도달한 입술에 올려지면 허공으로 사라지는 다가와도 못 막고 도망가면 잡을 수 없는 너무 큰 문자이거나 말이어서 가둘 수도 쫓아버릴 수도 없는 애걸해서도 요구해서도 거친 성욕으로도 마음을 아주 놓아버려도 안 되는 무엇이 안 된다거나 된다라고도 할 수 없는 다만, 마음에 물이 들면 아주 오래 오래 바래지 않는 혹시 바래거나 잠시 물건처럼 잃어버려도 흙 속에 묻힌 보석처럼 사라지지 않는. - 공광규 '사랑(불경을 읽다가 문득)'모두 * 그냥,, 하루종일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 그런 날이 있습니다. 2009년 12월의 시간도,, 이제는 내일이 되면 몇시간, 몇분,, 하고는 카운터 다운.. 더보기
기형도의 겨울(冬) 詩. 얼음의 빛 -겨울 版畵(판화) 기형도 겨울 풀장 밑바닥에 避難民(피난민)처럼 아직도 남아 있는 것은 무엇이어요? 오늘도 純銀(순은)으로 잘린 햇빛의 무수한 손목들은 어디로 가요? 바람의 집 -겨울 판화 1 기형도 내 유년 시절 바람이 문풍지를 더듬던 동지의 밤이면 어머 니는 내 머리를 당신 무릎에 뉘고 무딘 칼끝으로 시퍼런 무를 깍아 주시곤 하였다. 어머니 무서워요 저 울음 소리, 어머니조 차 무서워요. 얘야, 그것은 네속에서 울리는 소리란다. 네가 크면 너는 이 겨울을 그리워하기 위해 더 큰 소리로 울어야 한 다. 자정 지나 앞마당에 은빛 금속처럼 서리가 깔릴때까지 어 머니는 마른 손으로 종잇장 같은 내 배를 자꾸만 쓸어내렸다. 처마 밑 시래기 한줌 부스러짐으로 천천히 등을 돌리던 바람 의 한숨. 사위.. 더보기
"Coffee" - 커피의 전설.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면 "어떤 커피를 좋아 하십니까?" 하고 질문을 많이 받는다. 솔직히 말하면,, 직업상 젊은 시절부터 많은 나라와 많은 곳을 다니며 수 많은 종류의 커피를 마셔 보았지만,, 지금의 내가 제일 많이 마시는 커피는 사무실의 미스 용이 서비스 해 주는 맥심 커피요, 입맛에 가장맞는 커피는 뜨겁게 팔팔 끓인 물에 쵸이스 오리지날 3스푼에 설탕 1스푼이면 만족이다. 그래도 그간 이곳 저곳에 다니며 마셔본 커피의 맛과 향도 있고 또한 들은 풍월도 있어서 기억이 희미해지고 자료가 유실되기 전에 정리해 놓아야 했다. 얼마전에 친구들과 커피 이야기를 하다보니,, 명색이 말년에 '커피집'을 한다 하는 위인이 떠오르는 기억이 없으니,, 다시 복습해 놓을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1896년 고종이 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