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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희 시

샹송 누가 이렇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가지를 효수해 걸었을까? 목을 매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는 이렇게 목을 매는구나 울먹이는 마음 나 돌아가는 길에 어느 어둠의 모서리에 부딪쳐 쓰러지지 말라고.... 그런데 어두운 골목 옆 환한 담벼락 안에선 동화 같은 이런 말이 소근소근 들려오는 것도 같다 거울아 거울아 이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쁘니? 이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쁘지? 전원에 줄만 꽂으면 꾸벅꾸벅 절하는 각시와 신랑 인형의 전기줄을 꽂아놓고 어여쁜 한국인형의 절을 받으며 거울아 거울아 이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쁘니? 거울 앞에서 웃는 사람들의 담소의 목소리 요즘에는 묻는 사람들에게마다 네가 제일 예쁘다고 말해주는 요술거울이 나왔나 보다 백설공주의 기억을 잊어버린 그런 거울 하나씩 갖고 동그라미 -.. 더보기
*아제아제바라아제바라승아제모지사바하. (揭諦揭諦波羅揭諦波羅僧揭諦菩提娑婆訶) 공항에 가서 보면 인생 참 간단한 거야 Departure Arrival 그렇게 어느 한 문을 골라 총총 문밖으로 나가는 사람들 각기 문안으로 들어오는 사람들 떠나는 것에는 홀림이 있고 도착하는 것에는 설렘이 있지 소리 없이 외치는 공기의 환호성 중력을 끊고 위로 이륙하는 사람과 중력을 잡고 아래로 착륙하는 사람들 온갖 일을 다 겪으며 우왕좌왕 살다가 Departure Arrival 어느 한 문으로 총총 죽음이 두려운 것은 천국은 미리 비자를 주지 않고 가서 도착 비자를 받아야 한단다 아직 죽지 않았으니 알 수 없는 일이지만 가서 도착 비자를 못 받으면 영영 환승 통로에서 빙빙 돌아야 한단다 긴 시간을 무궁의 미로 속에 처형받아야 한단다 - 김 승희 시 ‘공항에 가서 보면’ 모두 [단무지와 베이컨의 진실한.. 더보기
빈 자리... 더블어 살면서도 아닌것 같이, 외따로 살면서도 더블음 같이, 그렇게 사는 것이 가능할까?.... 간격을 지키면서 외롭지 않게, 외롭지 않으면서 방해받지 않고, 그렇게 사는 것이 아름답지 않은가?.... 두개의 대나무가 묶이어 있다 서로간에 기댐이 없기에 이음과 이음 사이엔 투명한 빈자리가 생기지, 그 빈자리에서만 불멸의 금빛 음악이 태어난다 그 음악이 없다면 결혼이란 악천후, 영원한 원생 동물들처럼 서로 돌기를 뻗쳐 자기의 근심으로 서로 목을 조르는 것 더블어 살면서도 아닌 것 같이 우리 사이엔 투명한 빈자리가 놓이고 풍금의 내부처럼 그 사이로는 바람이 흐르고 별들이 나부껴, 그대여, 저 신비로운 대나무 피리의 전설을 들은 적이 있는가?.... 외따로 살면서도 더블음 같이 죽순처럼 광명한 아이는 자라고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