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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로 간 ‘목마’ - 박인환 시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네. 바람이 불고 비가 올 때도 나는 저 유리창 밖 가로등 그날의 밤을 잊지 못하지. 사랑은 가고 옛날은 남는 것. 여름날의 호숫가, 가을의 공원 그 벤취 위에 나뭇잎은 떨어지고 나뭇잎은 흙이 되고 나뭇잎에 덮혀서 우리들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네. 내 서늘한 가슴에 있네. - 박인환 시 '세월이 가면' 모두 한잔의 술을 마시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와 木馬를 타고 떠난 淑女의 옷자락을 이야기한다 木馬는 주인을 버리고 그저 방울 소리만 울리며 가을 속으로 떠났다 술병에서 별이 떠어진다 傷心한 별은 내 가슴에 가벼웁게 부숴진다 그러한 잠시 내가 알던 小女는 정원의 초목 옆에서 자라고.. 더보기
안녕. 온몸이 텅 빈 종이코끼리를 타고 길을 걷는다 아기부처님을 태우고 묵묵히 연등행렬을 따라가던 종이코끼리 한 마리 코가 잘려나간 채 종로 뒷골목에 버려져 있어 코 없는 종이코끼리를 타고 길을 걷는다 아직 남아 있는 살아가야 할 날들을 위하여 바람이 가장 강하게 부는 날 새들이 집을 짓듯이 폭풍우가 가장 강하게 몰아치는 날 이 순간의 너와집 한 채 지어 불을 지핀다 버리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으므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누구나 버려야 하므로 온몸이 텅 빈 흰 종이코끼리 한 마리 불태워 한줌 재를 뿌린다. - 정호승 시 '종이코끼리' 모두 * 사람이 사람들과 더블어 살다보면 이해 관계에 감정이 얽혀서, 소위 흔하게 이야기하는 '오해' 라는것을 하게 된다. 이것이 저절로 풀리거나 '이해'가 되면 다행이지만,, 이도저.. 더보기
미소. 미소 - ^^* 조회(227) 이미지..,love. | 2006/04/27 (목) 12:30 추천(0) | 스크랩(0) 木漁를 두드리다 졸음에 겨워 고오운 상좌아이도 잠이 들었다. 부처님은 말이 없이 웃으시는데 西城 萬里길 눈부신 노을 아래 모란이 진다. -조지훈시 '고사(古寺)1'전문 ----------------------------------------------------------------------------------------- -몸살에 감기 기운이 있어서 며칠째 고생을 하고 있다. 예전의 지병으로 약을 함부로 먹지 못하기에 몸으로 이겨내려 하니 생각보다 힘들고 컨디션이 엉망이다. 그래도 먹고 살아야 하니 만사를 젓히고 쉴수도 없다. 월말에, 부가세 예정신고에, 월말정산 일이 끼이고, 지.. 더보기
내 마음속에 숨어있는 '울컥' 이라는 짐승... 마음이 다 드러나는 옷을 입고 걷는다 숨어있던 오래된 허물이 벗겨진다 내 허물은 얼마나 돼지처럼 뚱뚱했던가 난 그걸 인정한다 내 청춘 꿈과 죄밖에 걸칠 게 없었음을 어리석음과 성급함의 격정과 내 생애를 낡은 구두처럼 까맣게 마르게 한 결점들을 오래동안 괴로워했다 나의 등잔이 타인을 못 비춘 한시절을 백수일 때 서점에서 책을 그냥 들고 나온 일이나 남의 애인 넘본 일이나 어머니께 대들고 싸워 울게 한 일이나 실컷 매맞고 화난 주먹으로 유리창을 부순 일이나 내게 잘못한 세 명 따귀 때린 일과 나를 아프게 한 자 마음으로라도 수십 번 처형한 일들을 나는 돌이켜 본다 TV 볼륨을 크게 틀던 아래층에 폭탄을 던지고 싶던 때와 돈 때문에 조바심치며 은행을 털고 싶던 때를 정욕에 불타는 내 안의 여자가 거리의 슬프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