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가난한 노래의 씨’ - 이육사 시인. 동방은 하늘도 다 끝나고 비 한 방울 내리잖는 그 땅에도 오히려 꽃은 발갛게 피지 않는가 내 목숨을 꾸며 쉬임 없는 날이여 북쪽 툰드라에도 찬 새벽은 눈 속 깊이 꽃 맹아리가 옴작거려 제비 떼 까맣게 날아오길 기다리나니 마침내 저버리지 못할 약속이여! 한바다 복판 용솟음치는 곳 바람결 따라 타오르는 꽃성에는 나비처럼 취하는 회상의 무리들아 오늘 내 여기서 너를 불러 보노라 - 이 육사 시 ‘꽃’ 내 고장 七月은 청포도 익어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절이 주절이 열리고 먼 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단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靑袍를 입고 찾아 온다고 했으니 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 먹으면 두 손은 함뿍 적셔도 좋으련 아.. 더보기
낮게 부르는 김 소월의 시/ *허밍. 그립다 말을 할까 하니 그리워 그냥 갈까 그래도 다시 더 한 번 저 산에도 까마귀,들에 까마귀 서산에는 해 진다고 지저귑니다 앞 강물, 뒷 강물 흐르는 물은 어서 따라오라고 따라가자고 흘러도 연달아 흐릅디다려. - 김소월 시 '가는 길' 모두 먼 훗날 당신이 찾으시면 그 때에 내 말이 잊었노라 당신이 속으로 나무라시면 무척 그리다가 잊었노라 그래도 당신이 나무라시면 믿기지 않아서 잊었노라 오늘도 어제도 아니 잊고 먼 훗날 그 때에 잊었노라 - 긴 소월 시 ‘먼 후일’모두 산새도 오리나무 우에서 운다 산새는 왜 우노, 시메산골 영 넘어갈라고 그래서 울지. 눈은 내리네, 와서 덮이네. 오늘도 하룻길 칠팔십 리 돌아서서 육십 리는 가기도 했소. 불귀(不歸), 불귀, 다시 불귀, 삼수갑산에 다시 불귀. 사나이 .. 더보기
비 오는 날의 편지 / 이 해인 - 법정 스님께 스님, 오늘은 하루 종일 비가 내립니다. 창 밖으로는 새소리가 들리고 온통 초록빛인 젖은 나무들 사이로 환히 웃고 있는 붉은 석류꽃의 아름다움을 보여 드리고 싶습니다. 비오는 날은 가벼운 옷을 입고 소설을 읽고 싶으시다던 스님. 시는 꼿곳이 앉아 읽지 말고 누워서 먼산을 바라보며 두런두런 소리내어 읽어야 제 맛이 난다고 하시던 스님. 오늘 같은 날은 저도 일손을 놓고 좋아하는 음악을 듣거나 시를 읊으며 `게으름의 찬양`을 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제가 `솔숲 흰구름방`이란 이름을 붙인 이 자그만 방엔 아직마늘 냄새가 가득합니다. 어제 아침 저희 식구 모두 밭에 나가 마늘을 거둬들이고 저녁엔 물에 불린 마늘은 열심히 벗겨 내는 작업을 계속했더니 옷에 배인 냄새가 쉽게 가시지를 않습니다. 가끔.. 더보기
12 월, 끝자락에 읽는 소월의 시, 몇 편. 비가 온다 오누나 오는 비는 올지라도 한 닷새 왔으면 좋지. 여드레 스무날엔 온다고 하고 초하루 삭망이면 간다고 했지. 가도 가도 왕십리 비가 오네. 웬걸, 저 새야 울랴거든 왕십리 건너가서 울어나 다고, 비맞아 나른해서 벌새가 운다. 천안에 삼거리 실버들도 촉촉히 젖어서 늘어졌다네. 비가 와도 한 닷새 왔으면 좋지. 구름도 산마루에 걸려서 운다. 김 소월 시 ‘왕십리’모두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우리다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우리다 가시는 걸음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우리다. - 김 소월 시 ‘진달래꽃' 모두 "가고 오지 못한다" 하는 말을 철없던 내 귀로 들었노라. 만수산을 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