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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석혈관이 자꾸 막히는 경우. - 이신아 (이대목동병원 신장내과 임상조교수) Key message 투석혈관 기능을 오래 보존하기 위해 일상적으로 투석혈관을 관찰하고 감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장(章)에서는 인공신장실에서 투석혈관 문제로 고생하는 환자분들이 가장 궁금해하시는 질문에 대한 답과 부연설명을 하고자 합니다. “도대체 왜 투석혈관이 막히는 건가요?” 투석혈관이 막히는 원인은 다양합니다. 이론적으로, 그 시작은 투석혈관 조성수술이 시행되는 시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투석혈관은 동맥의 혈류 중 일부가 인공적인 단락 형성을 통해 정맥으로 연결되어 인위적인 혈류가 흐르는 혈관입니다. 이 인위적인 혈류는 혈관 내 와류와 제트류를 발생시켜 혈관벽에 스트레스가 되는데, 이 스트레스가 혈관벽을 직접적으로 자극하여 혈관내막이 두꺼워지는 한.. 더보기
‘아이 라이크 쇼팡..? - 아이 러브 아이스 아메리카노 ..!’ Oh! No, No. 시장바구니에 커피 봉다리를 집어넣은 여자 빈 병에 커피를 채우고 커피물을 끓이는 여자 커피물이 끓는 동안 손톱을 깎는 여자 쇼팽을 들으면서 발톱마저 깎는 여자 커피물을 바닥 내고 다시 물을 올리는 여자 커피를 마시기 위해 커피물을 두 번 끓이는 여자 커피를 마시지 않는 저 여자 손톱을 깎으며 눈물을 보였던 여자 커피 한 봉다리로 장을 본 여자 횡단보도 앞에 서 있었던 여자 횡단보도 앞에 서서 오래 울었던 그 여자 빨리 건너지 않으면 더 오래 울게 될 거야 아직 건너지는 마 좀 더 울어야 되지 않겠어? 커피 봉다리를 들고 오래 울고 있었던 여자 이제 커피는 그만 마셔야겠다고 생각하는 여자 횡단보도 앞에 서 있는 여자 오래 서서 울게 될 여자 신호등이 될 저 여자 손톱 발톱이 마구 자랄 여자 - 이 근화 시.. 더보기
문득,, 병상에 누워서 이름이 없어서 이름을 알 수 없어서 꽃을 들지 못했다 얼굴을 볼 수 없어서 향을 피우지 않았다 누가 당신의 이름을 가렸는지 무엇이 왜 당신의 얼굴을 숨겼는지 누가 애도의 이름으로 애도를 막았는지 누가 말해주지 않아도 우리는 안다 당신의 이름을 부를 수 있었다면 당신의 당신들을 만나 온통 미래였던 당신의 삶과 꿈을 나눌 수 있었다면 우리 애도의 시간은 깊고 넓고 높았으리라 이제야 꽃 놓을 자리를 찾았으니 우리의 분노는 쉽게 시들지 않아야 한다 이제야 향 하나 피워올릴 시간을 마련했으니 우리의 각오는 쉽게 불타 없어지지 않아야 한다 초혼招魂이 천지사방으로 울려퍼져야 한다 삶이 달라져야 죽음도 달라지거늘 우리가 더불어 함께 지금 여기와 다른 우리로 거듭나는 것, 이것이 진정 애도다 애도를 기도로, 분노를 창조.. 더보기
‘꽃‘ 처럼 다가온 사람, ‘체향’으로 다가온 시 - 이 문재 시. 이름이 없어서 이름을 알 수 없어서 꽃을 들지 못했다 얼굴을 볼 수 없어서 향을 피우지 않았다 누가 당신의 이름을 가렸는지 무엇이 왜 당신의 얼굴을 숨겼는지 누가 애도의 이름으로 애도를 막았는지 누가 말해주지 않아도 우리는 안다 당신의 이름을 부를 수 있었다면 당신의 당신들을 만나 온통 미래였던 당신의 삶과 꿈을 나눌 수 있었다면 우리 애도의 시간은 깊고 넓고 높았으리라 이제야 꽃 놓을 자리를 찾았으니 우리의 분노는 쉽게 시들지 않아야 한다 이제야 향 하나 피워올릴 시간을 마련했으니 우리의 각오는 쉽게 불타 없어지지 않아야 한다 초혼招魂이 천지사방으로 울려퍼져야 한다 삶이 달라져야 죽음도 달라지거늘 우리가 더불어 함께 지금 여기와 다른 우리로 거듭나는 것, 이것이 진정 애도다 애도를 기도로, 분노를 창조.. 더보기
“모두들 투표 하시지요~ “ 목에 걸고 싶던 싱싱한 자유 광화문에서 시청 앞에서 목 터지게 부르던 자유가 어쩌다 흘러 들어간 뉴욕 빌리지에 돌멩이처럼 굴러다녔지 자유가 이렇게 쉬운 거야? 그냥 제멋대로 카페 블루노트에, 빌리지 뱅가드에 재즈 속에 기타줄 속에 슬픔처럼 기쁨처럼 흐르는 거야? 내 고향 조악한 선거 벽보에 붙어 있던 자유 음흉한 정치꾼들이 약속했지만 바람 불지 않아도 찢겨 나가 너덜너덜해진 자유가 감옥으로 끌려간 친구의 뜨거운 심장도 아닌 매운 최루탄도 아닌 아방가르드, 보헤미안, 히피들 속에 여기 이렇게 공기여도 되는 거야 햇살이어도 되는 거야 청와대보고 여의도보고 내놓으라고 목숨 걸던 자유가 비둘기여야 한다고, 피 냄새가 섞여 있어야 한다고 목청껏 외치던 자유가 어쩌다 흘러 들어간 낯선 도시에 돌멩이처럼 굴러다녀도 .. 더보기
‘자아‘에 대한 부재적 ‘실존’ - 그 ‘이미지’에 대한 이해 - 최 승자 시. 한 아이의 미소가 잠시 풀꽃처럼 흔들리다 머무는 곳. 꿈으로 그늘진 그러나 환한 두 뺨. 사랑해 사랑해 나는 네 입술로 빨고 내 등뒤로, 일시에, 휘황하게 칸나들이 피어나는 소리. 멀리서 파도치는 또 한 대양과 또 한 대륙이 태어나는 소리. 오늘밤 깊고 그윽한 한밤중에 꽃씨들이 너울너울 허공을 타고 내려와 온 땅에 가득 뿌려지리라. 소리 이전, 빛깔 이전, 형태 이전의 어둠의 씨앗 같은 미립자들이 내일 아침 온 대지에 맨 먼저 새순 같은 아이들의 손가락을 싹 틔우리라. 그리하여 이제 소리의 가장 먼 끝에서 강물은 시작되고 지금 흔들리는 이파리는 영원히 흔들린다. - 최 승자 시 ‘ 시작’ 겨울에 바다에 갔었다. 갈매기들이 끼룩거리며 휜 똥을 갈기고 죽어 삼일간을 떠돌던 한 여자의 시체가 해양 경비대 경비.. 더보기
‘커피는 검다‘’수프와 숲‘’대못‘ 외 몇편 - 한 재범 시 . 생활로부터 멀어지기 위해 지하철부터 탔군요 미워하기 적합한 곳이네요 매일 지옥을 찾는 사람들처럼 창밖에 시신을 둬야겠군요 지옥은 어디에나 있지만 어디에는 없고 지옥은 너무나 간편하군요 창밖을 보면 창 안의 내가 보이고 창밖은 모르는 얼굴뿐 지하로 내려가는 일이 익숙해서 큰일이군요 기껏 태어났는데 일생의 절반이 지하라서 내일부터는 좀 걸어야겠네요 건강하기 위해선 걷기가 필요하고 걷기 위해선 걷는 몸이 필요하군요 지옥에선 불필요하지만 내일은 모르겠어요 어제의 내가 나간 출구가 생기고 없어지길 반복하는데 없어진 출구가 벽이 되고 거기 등 기대는 몸도 있군요 미워하기 위해 미워할 몸부터 찾는 사람처럼 모르는 얼굴들과 함께 욱여넣어지는 것이 익숙하군요 때로 아는 사람을 만나면 반가울 수가 없네요 그러나 다행히 나.. 더보기
주목나무 - 살아 천년, 죽어서 천년. 미안하다 4 [이희중] ―어린 주목(朱木)에게 내 마음이 어떻게 너에게 건너갔을까 나는 그저 네가 사는 자리가 비좁아 보여서, 너와 네 이웃이 아직 어렸던 시절 사람들이 너희를 여기 처음 심을 때보다 너희가 많이 자라서 나는 그저 가운데 끼인 너를 근처 다른, 너른 데 옮겨 심으면 네 이웃과 너, 모두 넉넉하게 살아갈 것 같아서 한 여섯 달 동안, 한 열흘에 한 번 네 곁을 지날 때마다 저 나무를 옮겨 심어야겠네, 라고 생각만 했는데 네가 내 마음을 읽고 그렇게 힘들어하는 줄 몰랐다 네가 스스로 자라기를, 살기를 포기할 줄 몰랐다 박혀 사는 너희들은 나돌며 일을 꾸미는 사람들이 성가시겠지 손에 도끼를 들지나 않았는지 마음에 톱을 품지나 않았는지 다른 까닭이 더 있는지, 사람인 내가 짐작하기 어렵지만 미안..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