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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잠들 때

부모님 전상서. - 어머니가 몸을 바꾸신지 어느덧 10개월,, 그곳에서 아버님과 아프지 않고 행복 하실까!?.... 심지에 불이 붙은 엄마를 큰오빠에게 넘겼습니다 심지는 사방으로 불꽃을 튀기며 맹렬하게 타고 있습니다 큰오빠는 바로 작은오빠에게 넘깁니다 작은오빠는 바로 언니에게 넘깁니다 심지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언니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나에게 넘깁니다 내가 다시 큰오빠에게 넘기려고 하자 손사래를 치며 받지 않겠다는 시늉을 합니다 작은오빠를 쳐다보자 곤란하다는 눈빛을 보냅니다 언니는 쳐다보지도 않고 딴청을 부립니다 그사이 심지를 다 태운 불이 내 손으로 옮겨붙었습니다 엉겁결에 폭탄을 공중으로 던져 버렸습니다 엄마의 파편이 우리들 머리 위로 분수처럼 쏟아집니다 - 신미균 시 ‘폭탄 돌리기’모두 *길다란 목을 가진 저녁.. 더보기
비가 훗 뿌리는 거리를 거닐며....,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알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과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오던 그 사소함 으로 그대를 불러 보리라.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으로 바꾸어 버린 데 있었다 밤이 들 면서 골짜기엔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 내 사랑도 어디 쯤에선 반드시 그칠것을 믿는다. 다만 그때 내 기다림의 자세姿勢를 생각하는 것뿐이다. 그 동안에 눈이 그치고 꽃이 피어나고 낙 엽이 떨어지고 또 눈이 퍼붓고 할 것을 믿는다. 황 동규 시 ,즐거운 편지' 모두 - 그냥,,, 잊혀진 듯이 산다. 귀도 막고 눈도 막고,, 어린 아이처럼 단순하게 반복되는 하루 하루를 산다. '평범한 일상'이.. 더보기
사랑하다 죽어 버리자 가을엔 나비조차 낮게 나는가 내려놓을 것이 있다는 듯 부려야 할 몸이 무겁다는 듯 가지가 휘어지도록 열매를 달았던 사과나무, 열매를 다 내려놓고 난 뒤에도 그 휘어진 빈가지는 펴지지 않는다 아직 짊어질 게 남았다는 듯 그에겐 허공이, 열매의 자리마다 비어 있는 허공이 열매보다 더 무거울 것이다 빈 가지에 나비가 잠시 앉았다가 날아간다 무슨 축복처럼 눈앞이 환해진다 아, 네가, 네가, 어디선가 나를 내려 놓았구나 그렇지 않다면 이토록 사과나무 그늘이 환해질 수 있을까 꿰멘 자국 하나 없는 나비의 날개보다 오늘은 내 白結의 옷이 한결 가볍겠구나 아주 뒤늦게 툭, 떨어지는 사과 한알 사과 한알을 내려 놓는 데 오년이 걸렸다. - 나 희덕 시 '사과밭을 지나며' 모두 2005. 시집 '어두워 진다는 것' * 전.. 더보기
문득,, 그리운 날에..... 지친 불빛이 저녁을 끌고 온다 찬물에 말아 넘긴 끼니처럼 채 읽지 못한 생각들은 허기지다 그대 이 다음에는 가볍게 만나야지 한때는 수천 번이었을 다짐이 문득 헐거워질 때 홀로 켜지는 불빛, 어떤 그리움도 시선이 닿는 곳까지만 눈부시게 그리운 법이다 그러므로 제 몫의 세월을 건너가는 느려터진 발걸음을 재촉하지 말자 저 불빛에 붐비는 하루살이들의 생애가 새삼스럽게 하루뿐이라 하더라도 이 밤을 건너가면 다시 그대 눈 밑의 그늘이 바로 벼랑이라 하더라도 간절함을 포기하면 세상은 조용해진다 달리 말하자면 이제는 노래나 시 같은 것 그 동안 베껴썼던 모든 문자들에게 나는 용서를 구해야 한다 혹은 그대의 텅 빈 부재를 채우던 비애마저 사치스러워 더불어 버리면서 - 강 연호 시 '적멸' 모두 * 부재 [不在],,,, .. 더보기
내가 잠들 때,,, 얼음 풀린 연못을 보러 숲으로 갔었다 안개의 덧문을 지나 일월과 이월 안에 갇힌 새들의 발자국을 꺼내러 겨울 물고기들의 소식을 들으러 연못은 그 심장까지 얼지는 않았으므로 심장까지 얼지 않기 위해 밤마다 저의 언 몸을 추슬렸을 것이므로 움직이는 물은 그 안에 꽃의 두근거림을 지니고 있으므로 꽃의 두근거림이 언 연못을 깨우는 것이므로 저마다 가슴 안에 얼음 연못 하나씩 가지고 있으므로 허공에 찍힌 새들의 발자국을 따라 갔었다 얼음 풀린 연못을 보러 모든 것 속에 갇힌 불꽃을 보러 다시 깨어나는 깊이를 보러. - 류시화 시 '얼음 연못' 모두 *추위가 몰려 왔다가, 잠시 따스해지는듯 하다가,, 다시 길게 추워진다. 삼한사온 이라는 말도 없어진듯 내내,, 춥고 건조하며 한냉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삶이라는 .. 더보기
내 몸의 한 부분,,, 큰 누님. 生死路隱 此矣 有阿米 次肹伊遣 吾隱 去內如 辭叱都 毛如 云遣 去乃尼叱古 於內 秋察 早隱 風未 此矣 彼矣 浮良落尸 葉如 一等隱 枝良 出古 去奴隱 處毛 冬乎丁 阿也 彌陀刹良 逢乎 吾 道 修良 待是古如 生死路 예 이샤매 저히고 나 가다 말ᄼ도 눋 다 닏고 가닛고. 어느  이른 매 이 정 딜 닙다이  가재 나고 가논 곧 모 온뎌 아으 彌陀刹애 맛보올 내 道 닷가 기드리고다 살고 죽는 길이 여기 있음에 두려워지고 나는 갑니다. 말도 다 이르지 못하고 갔느냐 어느 가을 이른 바람에 여기저기 떨어지는 잎처럼 한 가지에 나고서도 가는 곳을 모르겠구나 아아 극락에서 만날 것을 믿고서 내가 도 닦으며 기다리겠다 - 월명사(月明師) 지음 '祭亡妹歌' 모두 * 큰누님, 매형 곁에서 이제는 외롭지 않으.. 더보기
게제도 앞 바다에 서서... 바다가 보이는 언덕위에 우체국이 있다. 나는 며칠 동안 그 마을에 머물면서 옛사랑이 살던 집을 두근거리며 쳐다보듯이 오래오래 우체국을 바라보았다. 키 작은 측백나무 울타리에 둘러싸인 우체국은 문 앞에 붉은 우체통을 세워두고 하루 내내 흐린 눈을 비비거나 귓밥을 파기 일쑤였다. 우체국이 한 마리 늙고 게으른 짐승처럼 보였으나 나는 곧 그 게으름을 이해할 수 있었다 내가 이곳에 오기 아주 오래 전부터 우체국은 아마 두 눈이 짓무르도록 수평선을 바라보았을 것이고 그리하여 귓속에 파도소리가 모래처럼 쌓였을 것이다 나는 세월에 대하여 말하지만 결코 세월을 큰 소리로 탓하지는 않으리라. 한번은 엽서를 부치러 우체국에 갔다가 줄지어 소풍 가는 유치원 아이들을 만난 적이 있다. 내 어린시절에 그랬던 것처럼 우체통이 빨.. 더보기
무정한 내 마음. 나의 기분이 나를 밀어낸다 생각하는 기계처럼 다리를 허리를 쭉쭉 늘려본다 이해할 수 없는 세계에서 화초가 말라 죽는다 뼈 있는 말처럼 손가락처럼 일정한 방향을 가리킨다 죽으면 죽은 기분이 남을 것이다 아직 우리는 웃고 말하고 기분을 낸다 먹다가 자다가 불쑥 일어나는 감정이 어둠 속에서 별 의미 없이 전달되어서 우리는 바쁘게 우리를 밀어낸다 나의 기분은 등 뒤에서 잔다 나의 기분은 머리카락에 감긴다 소리내어 읽으면 정말 알 것 같다 청바지를 입는 것은 기분이 좋다 얼마간 뻑뻑하고 더러워도 모르겠고 마구 파래지는 것 같다 감정적으로 구겨지지만 나는 그것이 내 기분과 같아서 청바지를 입어야 할 것 -이근화 시 '청바지를 입어야 할 것' 모두 * 오늘은 지하철을 타고 출근을 하다가 귀여운(?) 아가씨한테 한수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