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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얼굴

7 -31, 바른처세. 골목에서 골목으로 거기 조그만 주막집. 할머니 한 잔 더 주세요, 저녘 어스름은 가난한 시인의 보람인 것을,,, 흐리멍텅한 눈에 이 세상은 다만 순하디순하게 마련인가, 할머니 한 잔 더 주세요. 몽롱하다는 것은 장엄하다. 골목 어귀에 서튼 걸음인 양 밤은 깊어 가는데, 할머니 등뒤에 고향의 뒷산이 솟고 그 산에는 철도 아닌 한겨울의 눈이 펑펑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그 산 너머 쓸쓸한 성황당 꼭대기, 그 꼭대기 위에서 함빡 눈을 맞으며, 아기들이 놀고 있다. 아기들은 매우 즐거운 모양이다. 한없이 즐거운 모양이다. -천상병시 '주막에서'전문 * 고기는 내 창자를 지나가고, 부처는 내 마음속에 남았네, 한결같이 지켜오던 것을 뒤흔들면 흉하다. -항(恒) -세상은 어지럽고, 복잡하다. 인생은 한척의 나룻배를.. 더보기
Unroad not Taken. - 1 보일듯 말듯 가물거리는 안개속에 쌓인 길 잡힐 듯 말 듯 멀어져 가는 무지개와 같은 길 그 어디에서 날 기다리는지 둘러 보아도 찾을 수 없네 그대여 힘이 돼주오 나에게 주어진 길 찾을 수 있도록 그대여 길을 터주오 가리워진 나의 길 이리로 가나 저리로 갈까 아득하기만 한데 이끌려 가듯 떠나는 이는 제 갈길을 찾았나 손을 흔들며 떠나 보낸 뒤 외로움만이 나를 감쌀 때 그대여 힘이 돼주오 나에게 주어진 길 찾을 수 있도록 그대여 길을 터주오 가리워진 나의 길 - 유재하 ‘가리워진 길’ * 살다 보면 비슷한 사람을 보게되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시 한번 뒤 돌아보게 된다. 내 젊은 시절 아련한 이미지는 비가 오는날 연노랑 레인코트에 공중전화 박스..,이젠 얼굴 생김도 생각이 안나지만 이 이미지만 떠오른다. '.. 더보기
밝고 따스하게,,, 사람아, 사랑아. 십 년을 같이 지내다 보면 속마음도 닮는 것일까 앞만 보고 달려온 길 잠시 멈춰 돌아보라고 오른쪽 백미러가 떨어지더만 이쯤에서 내리라며 더 가버리면 내릴 수 없을 거라며 운전석 문고리 뚝 하고 떨어진다 삶의 무게를 견디다 못해 한쪽 타이어에 펑크가 나더니 오늘은 핸들 붙잡아도 비보호 좌회전 방향으로 자꾸만 쏠린다 ㅡ바른 길 저만치 두고 자꾸만 한쪽으로 쏠린다 고장난 마음을 눈치챈 것일까 마주 오는 차선에서 힐끗힐끗 눈길을 준다 위험수위 앞에서 나는 또 얼마나 많은 브레이크를 밟으며 여기까지 왔던가 밟아도 밟아도 가슴 한가운데 사랑한 만큼의 스피드 마크를 그리며 차는 미끄러진다 한번 내려진 유리창이 제 자리로 돌아오는 게 이다지도 버거울까 몇 번을 멈춰서면서 올라오다 결국 손톱만큼의 틈을 남긴다 그 틈새에.. 더보기
순응. "순응" - 그 도달하기 힘든 자리. 조회(447) 이미지..,love. | 2006/06/24 (토) 12:00 추천(0) | 스크랩(0) 이게 뭐냐고, 내 못난 삶은 어쩌라는 것이냐고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는데 자꾸만 흙소리 가 걸렸다. 흙소리는 글자들마다, 그 행간마다 고랑을 이루기 시작한다. 텃밭으로 난 문을 여니 농협 수건을 머리에 두른 할머니 한분이 묵정밭을 호미로 갈고 계셨다. 호미 날이 흙 을 스치는 소리와 간혹 돌에 부딪는 소리가 컴퓨터 속으로 멋대로 걸어 들어온 것이었다. 걸어와서는 갑자기 내 삶의 글자들을 갈아 엎는다. 글자들이 마구 넘어지며 먼지 날리더니 이내 흙을 따라 고랑을 이루며 흙냄새를 풍긴다. 할머니, 한번 웃고는 몇몇 글자들을 더 뽑 아내신다. 여긴 아직 아무것도 심지 않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