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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성 시

8월의 시- ‘민지의 꽃’ 정희성. 강원도 평창군 미탄면 청옥산 기슭 덜렁 집 한 채 짓고 살러 들어간 제자를 찾아갔다. 거기서 만들고 거기서 키웠다는 다섯 살배기 딸 민지 민지가 아침 일찍 눈 비비고 일어나 저보다 큰 물뿌리개를 나한테 들리고 질경이 나싱개 토끼풀 억새…… 이런 풀들에게 물을 주며 잘 잤니, 인사를 하는 것이었다. 그게 뭔데 거기다 물을 주니? 꽃이야, 하고 민지가 대답했다. 그건 잡초야, 라고 말하려던 내 입이 다물어졌다. 내 말은 때가 묻어 천지와 귀신을 감동시키지 못하는데 꽃이야, 하는 그 애의 말 한마디가 꽃잎의 풋풋한 잠을 흔들어 깨우는 것이었다. - 정 희성시 ‘민지의 꽃’모두 *시집 《시(詩)를 찾아서》(2001) 수록 - ‘열대야..,’ 도시는 대기의 온도를 품고 건물마다, 사이드 마다 ‘뜨거운 공기’를 밖.. 더보기
23 - 31, 좋은 말. 세상이 달라졌다 저항은 영원히 우리들의 몫인 줄 알았는데 이제는 가진 자들이 저항을 하고 있다 세상이 많이 달라져서 저항은 어떤 사람들에게는 밥이 되었고 또 어떤 사람들에게는 권력이 되었지만 우리 같은 얼간이들은 저항마저 빼앗겼다 세상은 확실히 달라졌다 이제는 벗들도 말수가 적어졌고 개들이 뼈다귀를 물고 나무 그늘로 사라진 뜨거운 여름날의 한때처럼 세상은 한결 고요해졌다 -정희성시 '세상은 달라졌다'전문 두 개의 연못이 서로 이어져 있는 것이 기쁨을 뜻하는 태괘의 형상이니, 군자는 이것을 본받아 친구와 함께 학문을 토론하고 지식을 넓힌다. -태(兌) 나그네로 떠돌다가 거처를 찾아 들어가니, 자연히 마음이 기쁘다. 그래서 쉴 곳 찾아 들어감을 뜻하는 손괘 다음에 태괘를 두었다. 태란 기쁨을 뜻한다. -서괘.. 더보기
둘러보면, 천지가 ‘꽃’ 이야~ 강원도 평창군 미탄면 청옥산 기슭 덜렁 집 한 채 짓고 살러 들어간 제자를 찾아갔다. 거기서 만들고 거기서 키웠다는 다섯 살배기 딸 민지 민지가 아침 일찍 눈 비비고 일어나 저보다 큰 물뿌리개를 나한테 들리고 질경이 나싱개 토끼풀 억새…… 이런 풀들에게 물을 주며 잘 잤니, 인사를 하는 것이었다. 그게 뭔데 거기다 물을 주니? 꽃이야, 하고 민지가 대답했다. 그건 잡초야, 라고 말하려던 내 입이 다물어졌다. 내 말은 때가 묻어 천지와 귀신을 감동시키지 못하는데 꽃이야, 하는 그 애의 말 한마디가 꽃잎의 풋풋한 잠을 흔들어 깨우는 것이었다. - 정 희성시 ‘민지의 꽃’모두 *시집 《시(詩)를 찾아서》(2001) 수록 * ‘아기’를 보면 마음이 정화되고 언제나 미소짓게 된다. 아주 사소한 어름에도 환하게 웃..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