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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잠들 때

간격. 하늘처럼 맑은 사람이 되고 싶다 햇살같이 가벼운 몸으로 맑은 하늘을 거닐며 바람처럼 살고 싶다, 언제 어디서나 흔적없이 사라질 수 있는 바람의 뒷모습이고 싶다 하늘을 보며, 땅을 보며 그리고 살고 싶다 길 위에 떠 있는 하늘, 어디엔가 그리운 얼굴이 숨어 있다 깃털처럼 가볍게 만나는 신의 모습이 인간의 소리들로 지쳐 있다 불기둥과 구름기둥을 앞세우고 알타이 산맥을 넘어 약속의 땅에 동굴을 파던 때부터 끈질기게 이어오던 사랑의 땅 눈물의 땅에서, 이제는 바다처럼 조용히 자신의 일을 하고 싶다 맑은 눈으로 이 땅을 지켜야지 - 서정윤 시 '소망의시1' 모두 * 오래전에 읽은 책 중에 이런 구절이 있었다. 한 소년이 버스를 탔는데 뒷자석만 자리가 남아 뒷자리에 앉았다. 잠시후에 한 젊은 스님이 버스에 올라 앉.. 더보기
Mea Culpa, Mea Culpa, Mea Culpa. 늦은 밤 눈 내리는 포장마차에 앉아 국수를 말아먹는다 국수와 내가 한 국자 뜨거운 국물로 언 몸을 녹인다 얼어붙은 탁자 위에서 주르륵 국수그릇이 미끄러지고, 멸치국물보다 싱거운 내가 나무젓가락의 가랑이를 벌리며 승자 없는 싸움의 옆자리에 앉아 있다 부침개처럼 술판이 뒤집어진다 엎어진 김에 쉬어가고 싶은 마음 간절하지만 막차가 도착하기 전 미혹에 걸려 넘어진 마음 다시 일으켜세워야 한다 -박 후기 시 '국수' 모두 [내 귀는 거짓말을 사랑한다], 창비, 2009. - 매서운 추위, 매서운 경기. 이리저리 어려운데도 나름대로 계획대로 움직이기 위해 일들을 조정하고, 마무리 한다. 복잡하고 어려운 생각들은 접기로 한다. 고민 한다고 해결될 일들이 아니라면 접어두고, 현재에서 내게 닥친 일들을 즐기자. 시간이 .. 더보기
이별을 말하기 전에... 당신, 돌을 던져서 쫒아버릴수 없고 당신, 칼로 베혀서 져버릴 수 없다 차마, 사랑은 물로 된 육체더라. - 서정춘 시 '당신' 모두 * 그 사람을 사랑했다면,, 후회란 단어는 없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사랑만큼 되새기며 처절한 후회와 반성을 가져오지 않는게 있던가?! 뒤돌아 생각하면 유치 했지만, 그때만큼 순수하고 진지했던 순간이 있었던가? 나이를 먹어도 사랑앞에는 사리분별이 어두운 어린아이가 된다. 자신에게 수없이 돌을 던지고 쫒아버려 본 자만이 더이상 쫒아버릴수 없다는 것을 알수 있다. 수없이 칼로 베어본 자만이 사랑은 칼로도 끊을수 없음을 알고있다. 사랑은 또 다시 올수도 있지만, 항상 다른 향기와 빛깔, 감정을 가지고 온다. 사랑의 아이러니는, 같이 할 때는 사랑을 잘 느끼지 못하지만 불행히도 그.. 더보기
廉恥. 바람 속에 사람들이...... 아이구 이 냄새, 사람들이 살았네 가까이 가보면 마을 앞 흙벽에 붙은 작은 붉은 우체통 마을과 마을 사이 들녘을 바라보면 온갖 목숨이 아깝고 안타깝도록 아름답고 야 이년아, 그런다고 소식 한 장 없냐 - 황지우 시 '들녘에서' 모두 - 가끔 타는 지하철에서 오후 11시를 넘기면 모두가 피곤한 얼굴, 그래도 집으로 가면 쉴수 있다는 생각에 흔들리는 객차의 진동에 몸을 편안하게 맡긴다. 사는게, 날마다 사건이고 일이다. 몸의 여기 저기에서 피곤에 젖은듯 몸은 통증을 호소 하는데,, '悲唱'에 들러 매운 곱창을 한접시 시키고 독한 술을 한잔 따라 놓는다. 이렇게 온몸이 아프게 피곤한 날은 毒酒로 아우성을 잠 재운다. '술 한잔' 할 수 있는 이 '순간'이 고맙다. 밤이 깊어질수록.. 더보기
초록에 취해,, 그녀 가슴에 잠들다. 떨리는 손으로 풀죽인 김밥을 입에 쑤셔넣고 있는 동안에도 기차는 여름 들판을 내눈에 밀어넣었다 연두빛 벼들이 눈동자를 찔렀다 들판은 왜 저리도 푸른가 아니다, 푸르다는 말은 적당치 않다 초록은 동색이라지만 연두는 내게 좀 다른 동족으로 여겨진다 거기엔 아직 고개 숙이지 않은 출렁거림, 또는 수런거림 같은 게 남아 있다 저 순연한 벼 포기들 그런데 내 안은 왜 이리 어두운가 나를 빛바래게 하려고 쏟아지는 저 햇빛도 결국 어두워지면 빛바랠 거라고 중얼거리며 김밥을 네개째 삼키는 순간 갑자기 울음이 터져 나왔다, 그것이 마치 감정이 몸에 돌기 위한 최소조건이라도 되는 듯, 눈에 즙처럼 괴는 연두 그래, 저 빛에 나도 두고 온 게 있지 기차는 여름 들판 사이로 오후를 달린다. - 나희덕 시 '연두에 울다' 모두.. 더보기
데자뷰 ?! 나는 고향에 돌아왔지만 아직도 고향으로 가고 있는 중이다 그 고향 ......................... 무한한 지평선에 게으르게, 가로눕고 싶다. 印度, 인디아! 無能이 죄가 되지 않고 삶을 한번쯤 되물릴 수 있는 그곳 온갖 야한 체위로 성애를 조각한 사원; 초월을 기쁨으로 이끄는 계단 올라가면 영원한 바깥을 열어주는 문 이 있는 그곳. - 황지우 시 '노스텔지어' 모두 * 오늘은 왠지.... 하루종일 이 노래를 중얼 거렸다. 내 사람이여 - 김광석 내가 너의 어둠을 밝혀줄 수 있다면 빛 하나 가진 작은 별이 되어도 좋겠네 너 가는 길마다 함께 다니며 너의 길을 비추겠네 내가 너의 아픔을 만져줄 수 있다면 이름없는 들의 꽃이 되어도 좋겠네 음- 눈물이 고인 너의 눈 속에 슬픈 춤으로 흔들리겠네 .. 더보기
함께하면,, 멀리 갈 수 있습니다. 창 밖에 기대어 흰 눈을 바라보며 얼마나 거짓말을 잘할 수 있었으면 시로써 거짓말을 다할 수 있을까 거짓말을 통하여 진실에 이르는 거짓말의 시를 쓸 수 있을까 거짓말의 시를 읽고 겨울밤에는 그 누가 홀로 울 수 있을까 밤이 내리고 눈이 내려도 단 한번의 참회도 사랑도 없이 얼마나 속이는 일이 즐거웠으면 품팔이하는 거짓말의 시인이 될 수 있을까 생활은 시보다 더 진실하고 시는 삶보다 더 진하다는데 밥이 될 수 없는 거짓말의 시를 쓰면서 어떻게 살아 있기를 바라며 어떻게 한 사람의 희망이길 바랄 수 있을까. -정호승 시 '거짓말의 시를 쓰면서'모두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 뭔지아니?" "흠, 글쎄요, 돈 버는 일? 밥 먹는 일?"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사람이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이란다. 각각.. 더보기
고3, 그리고 '공부기계'?... "엄마, 천천히 가요." 아이는 잠이 덜 깬 얼굴로 칭얼거린다 그 팔을 끌어당기면서 아침부터 나는 아이에게 저녁을 가르친다 기다림을, 참으라는 것을 가르친다 "자, 착하지? 조금만 가면 돼, 이따 저녁에 만나려면 가서 잘 놀아야지." 마음이 급한 내 팔에 끌려올 때마다 아이의 팔이 조금씩 늘어난다 아이를 키우기 위해 아이를 남에게 맡겨야 하고 누구가를 사랑하기 위해 다른 것들에 더욱 매달리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을, 그게 삶이라는 것을 모질게도 가르쳐야 하는 것일까. 해종일 잘 견디어야 저녁이 온다고, 사랑하는 것들은 어두워져서야 이부자리에 팔과 다리를 섞을 수 있다고 모든 아침은 우리에게 말한다 오늘은 저도 팔꿈치가 아픈지 막무가내로 울면서 절름거린다 "자, 착하지?" 아이의 눈가를 훔쳐주다가 나는 문득..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