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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맛

내게 입맛을 돌릴 음식은?! 동인천 삼치구이 골목에 비가 내린다 말라가던 사람들이 지느러미를 움직거리며 모여든다 둥근 의자에 앉을 쯤이면 비린내를 풍긴다 젖은 얼굴들이 안주 삼아 비늘에 대해 이야기한다 우리 조상인 물고기에 대하여 지느러미에 대하여 하루 공친 일당에 대하여 아가미를 들썩이며 50년 전통이라는 삼치구이집에 와서 삼치는 비로소 구이가 되었다 아직 어디 닿지도 못하고 구워지지도 못한 자들이 비가 오면 물결이 그리워 여기 모인다 서로를 발견한 지느러미들은 물결을 만들고 생이 젖은 사람들 비 내리는 골목 안 물결을 거슬러 올라간다 우리는 그저 한 마리 물고기일 뿐이라고 눈을 껌뻑인다 방향도 없다 꼬리지느러미를 흔드는 지친 것들이 캄캄하게 온다 비에 젖은 막노동자였다가 막걸리였다가 물결이 되는 것들이 비 오는 날 삼치구이 골목.. 더보기
봄 햇살이 나의 눈을 부시게 할 때,,, 버스가 모퉁이를 도는 순간 햇빛이 유리창처럼 떨어졌다. 아찔! 나무가 새겨진다. 햇빛이 미세하게 벚꽃을 깎아낸다. 벚꽃들, 뭉게뭉게 벚꽃들. 청남빛 그늘 위의 희디흰 눈꺼풀들, 부셔하는 눈꺼풀들. 네게도 벚꽃의 계절이 있었다. 물론 내게도. - 황인숙 시 '아직도 햇빛이 눈을 부시게 한다' 모두 나의 침울한, 소중한 이여/문학과지성사 - 3월도 중순을 향하는데,, 아직은 바람이 불고 곳곳에는 눈이 내린다. 창가에 앉아 거리를 바라보다가 비치는 햇살에 마음이 동하여 거리로 나섰다. 요즘의 며칠은 식사다운 식사를 제대로 해보지 못했다. 거리는 제법 춥고 바람도 거세다. 황사가 온다고 했던가?!,,, 거리를 거니는 사람들이 마스크에, 머플러에 제대로 추위와 바람에 대비 해 있다. 바람이 다소 쌀쌀한 거리를 걸.. 더보기
조금은 무더운 봄 햇살속을 홀로 걸으며..... 너였구나 나무 뒤에 숨어 있던 것이 인기척에 부스럭거려서 여우처럼 나를 놀라게 하는 것이 슬픔, 너였구나 나는 이 길을 조용히 지나가려 했었다 날이 저물기 전에 서둘러 이 겨울숲을 떠나려고 했었다 그런데 그만 너를 깨우고 말았구나 내가 탄 말도 놀라서 사방을 두리번 거린다 숲 사이 작은 강물도 울음을 죽이고 잎들은 낮은 곳으로 모인다 여기 많은 것들이 모였지만 또 하나도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 한때 이곳에 울려퍼지던 메아리의 주인들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나무들 사이를 오가는 흰새들의 날개들 같던 그 눈부심은 박수치며 날아오르던 그 세월들은 너였구나 이 길 처음부터 나를 따라오던 것이 서리 묻은 나뭇가지를 흔들어 까마귀처럼 놀라게 하는 것이 너였구나 나는 그냥 지나가려 했었다 서둘러 말을 타고 이 겨울숲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