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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7/23

등불 하나 켠 이 밤에... 등불하나 켜고 걸어가는 이 밤길에.... 얼리 나의 테마글 보기 얼리 테마 보기 조회(516) 이미지..,love. | 2007/10/22 (월) 04:15 추천(0) | 스크랩(1) 산에 와 생각 합니다 바위가 山門을 여는 여기 언젠가 당신이 왔던 건 아닐까 하고, 머루 한 가지 꺽어 물 위로 무심히 흘러보내며 붉게 물드는 계곡을 바라보지 않았을까 하고, 잎을 깨치고 내려오는 저 햇살 당신 어깨에도 내려앉았으리라고, 새삼 골짜기에 싸여 생각하는 것은 내가 벗하여 살 이름 머루나 다래, 물든 잎사귀와 물, 山門을 열고 제 몸을 여는 바위, 도토리, 청설모, 쑥부쟁이뿐이어서 당신 이름뿐이어서 단풍 곁에 서 있다가 나도 따라 붉어져 물 위로 흘러내리면 나 여기 다녀간 줄 당신은 아실까 잎과 잎처럼 흐르다 만.. 더보기
어린시절의 내 딸들... 키작은 사과나무에 서서..... 얼리 나의 테마글 보기 얼리 테마 보기 조회(505) 이미지..,love. | 2007/10/19 (금) 09:00 추천(1) | 스크랩(1) 세상을 잊기 위해 나는 산으로 가는데 물은 산 아래 세상으로 내려간다 버릴것이 있다는 듯 버리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 있다는 듯 나만 홀로 산으로 가는데 채울 것이 있다는 듯 채워야 할 빈자리가 있다는 듯 물은 자꾸만 산 아래 세상으로 흘러간다 지금은 그리움의 덧문을 닫을 시간 눈을 감고 내 안에 앉아 빈 자리에 그 반짝이는 물 출렁이는 걸 바라봐야 할 시간. -류시화 시 '지금은 그리움의 덧문을 닫을 시간'모두 -------------------------------------------------------------------.. 더보기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神의 길, 人間의 길,, -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도서 나의 테마글 보기 도서 테마 보기 조회(531) 이미지..,love. | 2007/10/17 (수) 08:31 추천(1) | 스크랩(1) 메카의 검은 돌은 원래 흰색이었다고 해요 아담과 이브가 낙원에서 쫏겨나면서 손에 움켜쥐고 나왔다는 돌, 그 후로 수많은 순례자들이 찾아와 입을 맞추고 만지는 동안 그들의 고통을 빨아들여 캄캄한 돌이 되었다지요 내게도 검은 돌 하나 있어요 그 돌은 한때 물속에서아름다웠지요 오래전 해변을 떠나며 무심코 주머니에 넣고 온 돌, 그러나 그토록 빨리 빚바랠 줄은 몰랐어요 내가 고통을 견디는 동안 고통이 나를 견디는 동안 돌 또한 나를 말없이 견디어 주었지요 어느 날부터인가 돌을 만지는 게 두려워졌어요 돌.. 더보기
동네 공원에서,, 시냇물 공원을 맨발로 걸으며..... 얼리 나의 테마글 보기 얼리 테마 보기 조회(530) 이미지..,love. | 2007/10/14 (일) 21:03 추천(0) | 스크랩(1) 흙 묻은 감자를 씻을 때는 하나하나씩 따로 씻지 않고 한꺼번에 다 같이 씻는다 물을 가득 채운 통속에 감자를 전부 다 넣고 팔로 힘껏 저으면 감자의 몸끼리 서로 아프게 부딪치면서 흙이 씻겨 나간다 우리가 서로 미워하면서 서로 사랑하는 것도 흙 묻은 감자가 서로 부딪히면서 서로를 깨끗하게 씻어 주는 것과 같다 나는 오늘도 물을 가득 채운 통 속에 내 죄의 감자를 한꺼번에 다 집어넣고 씻는다 내 사랑에 묻어있는 죄의 흙을 제대로 씻기 위해서는 죄의 몸끼리 서로 아프게 부딪히게 해야 한다 흙 묻은 감자처럼 서로의 죄에 묻은 흙을 깨.. 더보기
길을 가다가,,, 길을 가다가 문득,, 멈춰 서서...... 얼리 나의 테마글 보기 얼리 테마 보기 조회(517) 이미지..,love. | 2007/10/13 (토) 12:33 추천(0) | 스크랩(1) 늦은 밤 돌아오는 골목길에는 천막을 집 삼아 살고 있는 이들의 고단한 잠이 누워 있다 그들의 잠을 깨울까봐 조심스레 걷고 있는 나를 오히려 놀라게 하는 게 있다 먼지를 쓴 천막 사이로 불쑥 비어져나와 있는 사내의 맨발 하나 이슬 맞은 발의 비애 위로 평화가 잠시 그림자를 드리운 그 순간 드렁드렁 코고는 소리 하루의 고단함을 땅에 내려놓는 소리 발을 들썩이며 들려오는데 땅과 가장 가까운 이들의 잠을 이 밤의 무사함과 태평함을 오래도록 바라보며 서 있는 것이 어찌 늦은 밤 취기 때문이라고만 할 것 인가. -나희덕 시 '걸음을.. 더보기
점심. 산채 비빔밥을 먹으며..... 조회(561) 이미지..,love. | 2007/10/11 (목) 15:54 추천(0) | 스크랩(1) 우리집에 놀러와 목련 그늘이 좋아 꽃 지기 전에 놀러와 봄날 나지막한 목소리로 전화하던 그에게 나는 끝내 놀러가지 못했다 해 저믄 겨울날 너무 늦게 그에게 놀러간다 나왔어 문을 열고 들어서면 그는 못 들은 척 나오지 않고 이봐, 어서나와 목련이 피려면 아직 멀었잖아 짐짓 큰소리까지 치면서 문을 두드리면 弔燈 하나 꽃이 질 듯 꽃이 질 듯 흔들리고, 그 불빛 아래서 너무 늦게 놀러온 이들끼리 술잔을 기울이겠지 밤새 목련 지는 소리 듣고 있겠지 너무 늦게 그에게 놀러간다 그가 너무 일찍 피워올린 목련 그늘 아래로. -나희덕 시 '너무 늦게 그에게 놀러간다'모두 --------.. 더보기
인간의 대지. 반짝이는 햇살에 책상의 화분을 창가에 내다 놓으며,,,, 조회(653) 이미지..,love. | 2007/10/09 (화) 12:01 추천(1) | 스크랩(1) 테마스토리 - 일상 하루에도 몇 번씩 거울을 보며 엄지와 집게 손가락으로 입 끝을 집어올린다 자, 웃어야지, 살이 굳어버리기 전에 새벽 자갈치시장, 돼지머리들을 찜통에서 꺼내 진열대 위에 앉힌 주인은 부지런히 손을 놀려 웃는 표정을 만들고 있었다 그래, 그렇게 웃어야지, 김이 가시기 전에 몸에서 잘린 줄도 모르고 목구멍으로 피가 하염없이 흘러간 줄도 모르고 아침 햇살에 활짝 웃던 돼지머리들 그렇게 탐스럽게 웃지 않았더라면 사람들은 적당히 벌어진 입과 콧구멍 속에 만 원짜리 지폐를 쑤셔 넣지 않았으리라 하루에도 몇 번씩 진열대 위에 얹혀 있다는 생.. 더보기
푸른 달 하나,, 내 가슴에 '푸른 달'하나 떠 있을 때..... 조회(783) 이미지..,love. | 2007/10/08 (월) 15:07 추천(1) | 스크랩(1) 테마스토리 - 일상 다시 자장면을 먹으며 살아봐야 겠다 오늘도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알게 하고 네가 내 오른뺨을 칠 때마다 왼뺨마저 치라고 하지는 못했으나 다시 또 배가 고파 허겁지겁 자장면을 사먹고 밤의 길을 걷는다 내가 걸어온 길과 걸어가야 할 길이 너덕너덕 누더기가 되어 밤하늘에 걸려 있다 이제 막 솟기 시작한 별들이 물끄러미 나를 내려다 본다 나는 감히 푸른 별을 바라보지 못하고 내 머리위에 똥을 누고 멀리 사라지는 새들을 바라본다 검은 들녘엔 흰 기차가 소리없이 지나간다 내 그림자 마저 나를 버리고 돌아오지 않는다 어젯밤 쥐들이 갉아먹은 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