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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운 거리

인간의 대지.


반짝이는 햇살에 책상의 화분을 창가에 내다 놓으며,,,,
조회(653)
이미지..,love. | 2007/10/09 (화)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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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스토리 - 일상

 
 
 
 
 
하루에도 몇 번씩 거울을 보며
엄지와 집게 손가락으로 입 끝을 집어올린다
자, 웃어야지, 살이 굳어버리기 전에
 
새벽 자갈치시장, 돼지머리들을
찜통에서 꺼내 진열대 위에 앉힌 주인은
부지런히 손을 놀려 웃는 표정을 만들고 있었다
그래, 그렇게 웃어야지, 김이 가시기 전에
 
몸에서 잘린 줄도 모르고
목구멍으로 피가 하염없이 흘러간 줄도 모르고
아침 햇살에 활짝 웃던 돼지머리들
 
그렇게 탐스럽게 웃지 않았더라면
사람들은 적당히 벌어진 입과 콧구멍 속에
만 원짜리 지폐를 쑤셔 넣지 않았으리라
 
하루에도 몇 번씩 진열대 위에 얹혀 있다는 생각,
자, 웃어, 웃어봐, 웃는 척이라도 해봐,
시들어가는 입술을 손가락으로 잡아 당긴다
 
아-- 에-- 이-- 오-- 우---
그러나 얼굴을 괄약근 처럼 쥐었다 폈다
숨죽여 불러 보아도 흘러내린 피가 돌아오지 않는다
 
출근길 백밀러 속에서 발견한
누군가의 머리 하나.
 
 
  -나희덕 시 '돼지머리들처럼'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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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의 다소 어둡고 쌀쌀함을 잊어버리듯 햇살이 따스하며 눈이 부시다. 음습한 듯한 몸을 햇살에 말리듯 내어놓고 해바라기를 한다. 생텍쥐페리를 정리하고 예전에 고등학교시절부터 나를 쫏아 다니던 문고판책을 찾아 책을 쌓아 놓은곳을 헤메고 헤매였다. 가난했던 고교시절,, 보고 싶고 읽고 싶은 책도 많았지만,, 하루하루의 생활이 힘겨웠던 그때에,, 길가의 리어카에서 발견했던 세계문학 대전집, 그중에도 생텍쥐페리의 글만 모아 놓았던 대양서적의 30권짜리 책들 가운데 한권.... 한권은 안판다던 아저씨를 일주일을 매일같이 하교후에 들러서 그의 책과 토마스 만, 앙드레 지드, 3권을 하나 하나씩 샀었던 기억이 난다. 그 아저씨는 나머지 책들을 누구에게 다 파셨을까?!... 리어카 하나에 책과 겨울에는 카드도 만들어 팔던 젊은 형같은 아저씨... 후에 돈벌어 서점을 차리고 싶다던 그 웃는 모습이 보기좋던 아저씨가 생텍쥐페리의 책을 찾으니,,, 기억이 난다.
 
"대지는 우리들에 관해 온갖 책들보다 더 많은 것을 가르쳐 준다. 대지는 우리에게 저항하기 때문이다. 인간은 장애물들과 겨룰 때 자기가 드러난다. 그런데 이를 달성하는 데는 연장이 필요하다. 대패라든가 쟁기가 있어야 한다. 농부는 경작을 하는 동안 자연에서 어떤 비밀들을 조금씩, 조금씩 따내고, 그래서 그가 밝혀내는 진리는 보편적이다. 마찬가지로 항공로의 연장인 비행기도 사람을 온갖 묵은 옛 문제들로 끌어 넣는다. 내 눈앞에는 언제나 나의 아르헨티나 행 비행 첫날 밤의 영상이, 여기저기에 드문 드문, 등불만이 별처럼 반짝이던 캄캄한 밤의 영상이 아롱거린다. 그 하나하나가 이 어둠의 대양속에서 인간 의식의 기저을 신호하고 있었다. 이 집에서는 혹은 책을 읽고, 혹은 생각에 잠기고, 혹은 속내 얘기들을 뇌고 있었다. 또 딴집에서는 아마도 공간 재기에 애를 쓰고, 안드로메다 좌의 성운에 관한 계산에 골몰하고 있으리라. 저기서는 사랑을 속삭이고 있었다. 띄엄띄엄 그 불들은, 저마다의 양식을 찾아 들에 반짝이고 있었다. 가장 차분한 등불인 시인의 등불, 교원의 등불, 목수의 등불에 이르기 까지. 그러나 이 살아있는 별들 중에는, 또한 얼마나 많은 창들이 닫혀있고, 얼마나 많은 별들이 꺼져있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잠들어 있었을까.......   서로 어울어지기를 꾀해 보아야 한다. 들에 띄엄띄엄 타오르고 있는 그 불들 중의 몇몇하고 소통하도록 힘써 보아야 한다. "     
   
                         -'인간의 大地' 서문.
 
 
-나이가 50이 되지도 않아서 노인처럼 깊이 사색하는 버릇을 버리고 싶다. 마음이 이끄는데로 행하며 사는 사람들을 보며,, 새삼 부럽다고 느낀다. '인간의 대지' 서문을 옮겨놓고 책을 넘겨 '어린왕자'의 서문을 다시 본다. "이책을 어느 한 어른에게 바친것에 대해 나는 어린이들에게 용서를 빈다. 나로서는 진지한 이유가 하나 있다. 그 어른은 세상에서 가장 좋은 나의 친구인 것이다. 또 다른 이유가 있다. 그 어른은 모든것을 이해할 수 있으며 심지어는 어린애들의 책까지도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세번째의 이유가 있다. 그 어른이 지금 추위와 굶주림을 겪으며 프랑스에서 살고 있다는 것이다. 그 어른을 위로해 줄 필요가 있다. 이 모든 이유로도 미흡하다면, 나는 이 책을 그 어른의 그 옛날 어린이에게 바치고 싶다. 어른들이란 다 한때는 어린애들이었던 것이다.(하기야 그걸 기억하고 있는 이는 거의 없지만) 그래서 나는 나의 헌사를 이렇게 고치겠다. 
                        
 
                          어린 소년이었을 때의
                                     레옹 베르뜨르에게." 
 
 
-1978년에 샀던 책 한권이 나를 잠시지만,,, 행복하게 했다. 그때의 '나'도,,, 지금의 '나'도 좋고 편하다. 되돌릴 수 없는 시간 속에서 옛추억이.. 예전의 가난했지만  눈이 빛나던 그때가 지금도 행복하게 느껴진다. 모든 한때 어린 소년, 소녀 였던 친구들에게 이 가을에 다시 한번 이 두권의 책을 권해 본다. 햇살이 눈부신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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