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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7/03

개망초꽃을 바라보며,,,, 죽은 아기를 업고 전철을 타고 들에 나가 불을 놓았다 한 마리 들짐승이 되어 갈 곳 없이 논둑마다 쏘다니며 마른 풀을 뜯어 모아 죽은 아기 위에 불을 놓았다 겨울새들은 어디로 날아가는 것일까 붉은 산에 해는 걸려 넘어가지 않고 멀리서 동네 아이들이 미친년이라고 떠들어대었다 사람들은 왜 무시래기국 같은 아버지에게 총을 쏘았을까 혁명이란 강이나 풀, 봄눈 내리는 들판 같은 것이었을까 죽은 아기위에 타오르는 마른 풀을 바라보며 내 가랭이처럼 벗고 드러누운 들길을 걸었다 전철이 지나간 자리에 피다 만 개망초꽃. - 정호승 시 '개망초꽃' 모두 시골집의 뒷산에 오르면 언덕받이에 묘자리가 3~4곳 있고 올해는 고추를 많이도 심어 놓았다. 나무가 제법 울창한 그늘 산길로 접어들면 곧 저쪽의 산으로 넘어가게 된다. 개.. 더보기
자존심. '인간'이라는 '자존심'을 위하여... 조회(415) 이미지..,love. | 2006/09/02 (토) 12:58 추천(0) | 스크랩(1) 내 손바닥에 박힌 쇠 가시를 빼내기 위해 아버지는 낮은 목소리로 이야기해 주셨다 아버지의 사랑스러운 얼굴을 나는 바라보고 있었다 칼날에서 시선을 피한 채, 이야기가 채 끝나기도 전에 아버지는 빼내셨다, 내 생각으론 나를 죽일 것 같았던 바로 그 쇳조각을 이야기의 내용은 기억나지 않지만 지금도 생생하다, 아버지의 목소리가, 어두운 빛깔의 물로 채워진 우물소리와도 같고 기도 소리와도 같던 내 아버지의 목소리 그리고 아버지의 두 손이 기억에 선연하다, 부드러움으로 넘치는 두 개의 측량 도구와 같던 아버지의 두손이, 내 얼굴에 얹으셨던 아버지의 손길이, 내 머리 위로 들.. 더보기
의자. '불쑥' 내미는 손 - 의자 하나... 조회(394) 이미지..,love. | 2006/08/31 (목) 21:35 추천(0) | 스크랩(0) 병원에 갈 채비를 하며 어머니께서 한소식 던지신다 허리가 아프니까 세상이 다 의자로 보여야 꽃도 열매도, 그게 다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이여 주말엔 아버지 산소 좀 다녀와라 그래도 큰애 네가 아버지 한테는 좋은 의자 아녔냐 이따가 침 맞고 와서는 참외 밭에 지푸라기도 깔고 호박에 똬리도 받쳐야겠다 그것들도 식군데 의자를 내줘야지 싸우지 말고 살아라 결혼하고 애 낳고 사는 게 별거냐 그늘 좋고 풍경 좋은 데다가 의자 몇 개 내놓는 거여. -이정록시 '의자'모두 ------------------------------------------------------------.. 더보기
바다. '바다'가 보고 싶을때..... 조회(295) 이미지..,love. | 2006/08/28 (월) 21:16 추천(0) | 스크랩(0) 서울에는 바다가 없다 서울에는 사람 낚는 어부가 없다 바다로 가는 길이 보이지 않아 서울에는 동백꽃이 피지 않는다 사람들이 이슬에 젖지 않는다 서울의 눈물 속에 바다가 보이고 서울의 술잔 속에 멀리 수평선이 기울어도 서울에는 갈매기가 날지 않는다 갯바람이 불지 않는다 서울에 사는 사람들은 바다를 그리워 하는 일조차 두려워하며 누구나 바다가 되고 싶어 한다. -정호승시 '서울에는 바다가 없다'모두 ----------------------------------------------------------------------------------------- -누구나 살아가는.. 더보기
거리. 사람과 사람의 거리에서..... 조회(380) 이미지..,love. | 2006/08/24 (목) 12:49 추천(0) | 스크랩(0) 섬을 섬이게 하는 바다와 바다를 바다이게 하는 섬은 서로를 서로이게 하는 어떤 말도 주고 받지 않고 천 년을 천 년이라 생각지도 않고, -고찬규시 '섬'모두 ----------------------------------------------------------------------------------------- -끝임없이 반복 되는듯 느껴지는 일상에서,,, 때로는 일과에 일정에 끌려가고 있는 나를 문득 느낄때가 있다. 사는 모습이 이처럼 무기력하구나....! 하고 새삼 깨닫게 되는 이 순간에 나는 문득, 꽃향기며, 물 비린내며, 잔잔히 흘러가는 양떼구름이며,,,, .. 더보기
무지개. 비 갠날 무지개를 보듯... 조회(356) 이미지..,love. | 2006/08/23 (수) 12:51 추천(0) | 스크랩(0) 한때 나는 물을 부드럽고, 말랑말랑하고, 덥썩 움켜쥐어도 손가락 사이로 깔깔거리며 빠져나가는 철없는 계집아이인 줄 알았다 돌아온 탕아를 열번, 스무 번 용서하는 늙은 어미인 줄 알았다 그러나 파타야에서 산호섬으로 가는 고속정 탕, 탕, 탕 물을 차고 나가는 뱃머리에 앉아보니 바다는 온몸이 바위덩이였다 이를 악문, 근육질의 검푸른 사내였다 섬에 도착하여 바다의 옷자락에 슬그머니 손을 넣어보니 하늘의 맑은 햇살과 눈 맞추고 있는 따뜻한 양수, 물속에 온순한 양 한 마리 숨쉬고 있었다 그 날 나는 태중에 새끼를 가진 어미의 사나운 눈빛을 돌처럼 단단한 바다의 시퍼런 적의를 슬쩍 .. 더보기
은화 40 닢. 은화 40닢 - 인간의 비극... 조회(400) 이미지..,love. | 2006/08/22 (화) 21:10 추천(0) | 스크랩(0) 냉이꽃이 피었다 들녘에 종이 울리고 촛불은 켜지지 않았다 반월 공단의 풀들이 바람에 나뿌끼고 청년들은 결핵을 앓으며 야근을 하였다 별들만 하나 둘 고향으로 떠나가고 첫닭이 울었다 종짓불을 밝히고 재 너머 옷장사 나가시던 어머니는 산나리 꽃으로 피었다 사람들은 관광버스를 타고 금식기도를 하고 기도원으로 떠나가고 희망에게 보내는 편지를 들고 봄길에 늙은 집배원이 쓰러졌다 이혼하기 위하여 남녀들은 결혼식을 올리고 가슴에 산을 가진 사람들은 술을 마시며 산 너머 또 산이 있다고 떠들어대었다 몇 명의 처녀들은 웃으면서 판잣집에 사는 것보다 울면서 맨션아파트에 사는 게 더 행복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