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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수염

개망초꽃을 바라보며,,,,








죽은 아기를 업고
전철을 타고 들에 나가
불을 놓았다

한 마리 들짐승이 되어 갈 곳 없이
논둑마다 쏘다니며
마른 풀을 뜯어 모아

죽은 아기 위에
불을 놓았다

겨울새들은 어디로 날아가는 것일까

붉은 산에 해는 걸려
넘어가지 않고

멀리서 동네 아이들이
미친년이라고 떠들어대었다

사람들은 왜
무시래기국 같은 아버지에게
총을 쏘았을까

혁명이란 강이나 풀,
봄눈 내리는 들판 같은 것이었을까

죽은 아기위에 타오르는
마른 풀을 바라보며

내 가랭이처럼 벗고 드러누운
들길을 걸었다

전철이 지나간 자리에
피다 만 개망초꽃.




  - 정호승 시 '개망초꽃' 모두









시골집의 뒷산에 오르면 언덕받이에 묘자리가 3~4곳 있고 올해는 고추를 많이도 심어 놓았다. 나무가 제법 울창한 그늘 산길로 접어들면 곧 저쪽의 산으로 넘어가게 된다. 개망초꽃을 보면 정호승의 시가 생각나고,, 비슷한 연령대의 비슷한 기억을 시로 끄집어낸 그의 서정성에 때로 감탄한다. 국민학교시절 못살던 동네에는 꼭 철길이 있었고,, 그 철길에 따라 개망초가 후드러지게 피면 꼬마들이 "야 미친년이다" 하는 소리와 함께 머리를 산발하고 계절에 맞지않게 두터운 옷을 입고 아이를 업기도 하고, 보따리 같기도 하고 아기같기도 한 어떤것을 가슴에 안고 두려움이 담긴 눈길로 아이들과 주위를 둘러보던,,, 내게는 겁먹은 어떤 원망섞인 그 눈동자가 잊혀지지 않는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해고되고 있다.   '비정규직법', '비정규직 보호법' 이라 불리우는 이 법안의 실제 명칭은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율' 이다. 과거 우리나라에서의 고용 형태가 기간제 계약직, 단시간근로자, 파견근로자 등의 편법적인 쪽으로 확대되어 나가는 것에 대해서 몇가지 규제및 제한을 가함으로서 비정규직 고용을 감소시키고 정규직의 고용을 증대시키기 위해 마련된 법안 이었다. 중요한 내용을 대충보면,,

1. 고용계약을 할때 기간을 정한 계약의 경우 2년을 초과 할수 없다.
- 2년을 초과해 고용해야 할 업무의 경우 정규직으로 고용해라 라는 의미입니다. 과거 수많은 기업에서 기간제 계약직 이라는 이름으로 계약을 갱신해가며 자신들이 필요할때까지 부리다가 어느순간 해고해 버리는 폐단을 막기위해 2년 이상의 필요직에 사람을 구할때는 정규직으로 뽑아야 한다는 의도로 만들어진 내용.

2. 2년 이상의 고용관계가 지속되면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
- 2년 이하의 기간제 계약직 이라 할 지라도 그 계약을 갱신하거나 2년이상의 사용을 하게 된 경우 정규직으로전환해야 한다는, 변태적 방식으로 필요업무에 고용계약을 연장하면서 정상적인 정규직 고용형태를 피하려는 것을 막기위해 만들어진 내용.

3. 차별 처우의 금지
- 비정규직 근로자라고 해도 동일한 사업장의 동일한 업무를 하는한 근로조건에 대해서 차별적 대우를 해서는 아니된다는,,  실질적으로 비정규직이라 할 지라도 같이 일하는 정규직 만큼의 근로조건을 충족시켜 주라는 내용.



비정규직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비정규법'이 결국에 현실에는 정규직을 꺼리는 기업들의 이윤추구로 세상은 점점 더 어려운 사람들이 설곳이 없는 세상이 되고 있다. 쌍용자동차 파업농성장에서의 파업근로자 부인의 눈물맺힌 절규가 병원 계약직근로자의 힘없는 넋두리와 눈물이 개망초꽃을 바라보게 한다.내가 보기에도 이제부터 시작인데,, 경제불황의 골은 깊고 앞으로 헤쳐나가야 할 길은 아직도 많이도 남아 있는데,, 누구도 길을, 희망을 제시하지 않는다. 늘,,, 역사가 우리에게 말해 줬듯이 "강한자가 살아남는 것이고, 살아 남는자가 강자인 것" 일까?!?.... 젊은시절,, 과외도 금지되고 먹고살기 힘든시절,, 기운이라도 있으면 '노가다' 일이라도 찾으면 할수 있었는데,, 지금은 외국노동자도 일거리를 찾지못해 제나라로 돌아가는게 현실이다. "산 입에 거미줄 치랴" 하는 옛말이,, 현재같은 풍부한 물질의 시대에 와서도 '가능한',,, '아이러니'를 우리는 살고있다.

아이들의 눈에 근심이 비치고 눈물이 어리는 나라는 희망이 없다. 앞으로의 갈길이 나역시 근심이되고 어려웁지만,, 모두가 희망을 갖고 일어설수 있기를 바라고 기원한다. 민초들이 언제 근심과 걱정없이 산 적이 있던가? 어렵고 힘들게 느껴지는 만큼 다가올 날들을 지혜를 가지고 헤쳐나갔으면 하는 간절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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