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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런 사람

자존심.


'인간'이라는 '자존심'을 위하여...
조회(415)
이미지..,love. | 2006/09/02 (토)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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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손바닥에 박힌 쇠 가시를 빼내기 위해
아버지는 낮은 목소리로 이야기해 주셨다
아버지의 사랑스러운 얼굴을 나는 바라보고 있었다
칼날에서 시선을 피한 채,
이야기가 채 끝나기도 전에 아버지는 빼내셨다,
내 생각으론 나를 죽일 것 같았던 바로 그 쇳조각을
 
이야기의 내용은 기억나지 않지만 지금도 생생하다,
아버지의 목소리가,
어두운 빛깔의 물로 채워진 우물소리와도 같고
기도 소리와도 같던 내 아버지의 목소리
그리고 아버지의 두 손이 기억에 선연하다,
부드러움으로 넘치는 두 개의
측량 도구와 같던 아버지의 두손이,
내 얼굴에 얹으셨던 아버지의 손길이,
내 머리 위로 들어올리셨던
훈육의 불길과 같던 아버지의 손길이
 
만약 당신이 과거의 그날 오후로 들어 갔다면,
이렇게 생각 했으리라, 어떤 한 남자가
한 소년의 손바닥에서 무언가를,
은빛 눈물을,
자그마한 불길을 심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고
그리고 그 소년을 따라갔다면,
이곳에,
내가 아내의 오른손 위에 고개를 숙이고 있는
바로 이곳에 이르렀으리라
 
보라, 아내가 고통을 느끼지 않도록
내가 얼마나 조심스럽게
내 아내의 엄지손톱을 쓰다듬어 내리는지를
가시를 뺀 다음 이를 들어올릴때의 내 모습에 주목하라
아버지가 이렇게 내 손을 잡으셨을 때
나는 일곱 살이었다
그때 나는 쇳조각을
내 두 손가락 사이에 쥐고서
'나를 파묻을 쇳조각'이라 생각하지도 않았고,
그것을 '작은 암살자'라고 부르지도 않았으며,
'내 가슴 깊이 파고 들어갈 광물질'이라 하지도 않았다
그리고 또한 내 상처를 치켜들고
'죽음이 이곳을 방문했었다'고 소리치지도 않았다
다만 무언가 간직할 것을 받았을 때
아이가 그렇게 하듯
아버지에게 뽀뽀를 해드렸을 뿐.
 
 
  -리영리시 '선물'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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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삶의 끝자락에서,,,, 인간의 자존심을 지켜 보이며 '당당하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생을 마감 할 수 있다면,,, 그 또한 삶의 축복이라는 생각을 어제 했다. 술을 한잔하고, 다소 그동안의 마음고생과 변변치 않은 식생활에 몸은 술을 거부하는 듯,,, 열이 오르며 식은 땀에 조금은 어지럼증이,,,, 5가에서 종묘 공원에 지나며 오래간만에 무심코 들어가본 공원은 밤이라서인지 그야말로 요지경, 또 하나의 씁쓸한 지옥도를 그려내고 있다. 집에서 시간을 죽이기위해 나온 노인들과 실직하여 갈곳이 없는 중년의 사내들이 7시를 넘겨 8시를 넘겨가는 그 시간에도 공원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초입에 홀로 앉아 지나치는 사람들을 '적의에 찬 눈'으로 바라보던 60대 중반의 아저씨,,, 공원의 곳곳에 시끄럽게 울려대던 노래반주는 한곡당 1000원을 받는 노인 건반연주자 아저씨의 연주와 기타맨 아저씨,,,허름한 노인들 사이로 짙게 화장을 한 초로의 아줌마들,,, 그들을 단속하며 마이크를 끄라고 소리치는 경찰관들,,,, 곳곳에 술에 취해 쓰러져 잠든 노인들과 장년 아버지들의 후줄근한 말년의 모습들,,,,
 
-가슴 속에서 답답한 그 무언가가 치솟아 목을 메이게 한다. 복지대책, 노후대책, 말년의 행복한 삶,,,, 우리는 무엇을 위해 살고, 무엇을 위해 그토록 목메이는 삶을 사는 것일까??? 저 분들도 젊어서 좋은시절이 있었고, 지금은 '저런'모습 이라면 우리 세대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내게도 저런 시기가 곧 닥침인데.... 길을 걸어 올라가며 길가에 널린 돼지 껍질을 볶아파는 포장마차에는 중년과 노년의 모습들이 소주병을 세워놓고 2000원, 3000원짜리 안주를 시켜놓고 술들을 마신다. 조금 더 올라가니 코아극장과 카페, 커피전문점 주변에는 젊은이들로 흘러 넘친다 한잔에 4000, 5000원 하는 커피를 너나없이 손에 가볍게 쥐고,,,, 나도 저 나이때 저런 모습 이었을까?....
 
-그래, 세월은 흘렀고 나도 나이를 먹었다. 예전에 강의를 하던 학원의 앞을 지나며 세월의 유수를 더듬는다. 그래 나도 늙어 가는구나.... 앞서 스쳐간 노인들과 장년의 모습들이 무겁게 다가오며 어떻게 나의 노년을 준비하고 맞아야 하나 하는 생각을 해 본다. 15년의 세월속에 거리도 이처럼 무섭게 나이를 더하며 변해 가는데 나는 '내 공간'에서 돈 하나만 바라보며 끊임없이 돌고 돌았으니.... 이제부터는 노년의 내 인간적 존엄성을 위해 나름대로의 계획이 필요함 이다!!! 문득, 얼마전에 돌아가시며, 동네 사회복지사에게 자신이 마지막까지 모으신 우표책과 자신도 정부에서 40만원으로 근근히 병원 다니시며, 생활하시며 모은돈 100만원을 불우한 이웃에게 성금으로 내놓고 이승을 떠나신 할머니의 '아름다운' 모습이 떠 오른다. 없이 사셨어도 인간의 이런 '자존심'(!?)은 눈물겹다. 뒤늦게 그 할머님의 행동에 머리를 숙이며 감사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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