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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수염

환하고 청명한 이 아침에,,,



   - 찔레꽃.



엄마 일 가는 길에 햐얀 찔레꽃
찔레꽃 햐얀 잎은 맛도 좋지
배 고픈날 가만히 따 먹었다오
엄마 엄마 부르며 따 먹었다오

밤 깊어 까만데 엄마 혼자서
햐얀 발목 바쁘게 내게 오시네
밤마다 보는 꿈은 햐얀 엄마꿈
산등성이 넘어론 흔들리는 꿈

엄마 엄마 나 죽거든 앞산에 묻지 말고
뒷산에도 묻지 말고 양지 쪽에
묻어주 비 오면 덮어 주고
눈 오면 쓸어 주 내 친구가
날 찾아도 엄마 엄마 울지마

울밑에 퀴뚜라미 우는 달밤에
기럭 기럭 기러기 날려 갑니다
가도 가도 끝도 없는 넓은 하늘을
엄마 엄마 찾으며 날라 갑니다

가을밤 외로운밤 벌레 우는밤 시골집
뒷산길이 어두워 질때 엄마 품이 그리워
눈물 나오면 마루 끝에 나와 앉아 별만 셉니다.


  - 이연실 노래 '찔레꽃' 모두




날짜들이 참 빨리도 흘러간다. 저녁을 먹고 책을 뒤적이다가 산책을 겸하여 동네를 크게 한바퀴 돈다. 밤 9시를 넘긴 시간임에도 길에는 벌써 드문드문,, 그래도 아파트의 상가근처에 들어서자 분주하게 오고가는 선거원들,, 그러고 보니 선거일이 내일이다. 선거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혹세무민[惑世誣民]' 이란 단어가 떠 오르는 것은 나만의 일일까?! 정치판이 돌아가는 것을 가만히 보아하니 50~60년대로 돌아간듯 혼미하다. 위기 때마다 현명하고 바른 선택을 해 온 우리국민들,,, 우리의 '선택'을 믿는다. 아침일찍 기상하여 마눌님의 재촉으로 투표장으로 향하였다. 지지정당이 남다른 우리집에서 마눌님은 타협책으로 교육감 후보만이라도 자신이 원하는 사람을 찍어달라 부탁한다. AM7시를 넘겼는데,, 제법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

맑고 청명한 날이다. 큰 아이를 오늘도 변함없이 학교에 등교 시키며 "공주님, 다왔읍니다, 열심히 공부하세요" 하고 격려의 멘트도 날려주고,, 잎이 더 짙어진 기분좋은 가로수길을 지나 아파트에 들어선다. 내리는 햇살이 너무좋아 지하주차장에 들어서지 않고 아파트입구의 주차장에 차를 주차 시킨다. 밝고 따사로운 햇살에 내 몸을 맡기듯,,, 오늘같이 밝고 화창한 날에 왜 '찔레꽃' 같이 다소 우울한 노래가 떠오르는지,, 활짝 열어 두었던 서재의 창문을 약간만 남겨두고,, 뜨겁게 물을 끓여 커피를 한잔 마신다. 둘째는 중3인 자신이 언니의 영향으로 고3과 똑같이 집에서 공부나 하는것이 참을수 없다는 듯이 "어디 안가냐?" 하고 연신 묻는데,, 이녀석은 역시 '분위기' 파악을 못한다. 

투덜대던 작은녀석도 어쩔수 없이 제방에서 공부를 시작하고, 모처럼 느긋함을 즐기는 마눌님은 이불을 펼쳐 놓은채 길게누워 여유를 만끽한다. 7월 부터는 이런 느긋한 여유도 없이 바쁘게 움직여야 하는데,, 잠념을 떠치듯 미루어 놓았던 일감에 눈을 돌린다. 사 놓았던 커피도 다 떨어져가고,, 오후에는 마트에 가서 간만에 원두를 골라볼까?,,, 환하고 청명한 아침, 여러 유혹이 나를 설레게 하지만, 그래도 나는 일을 시작 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