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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수염

그녀는 노래 부르고, 난 노래 지어주며...






유월이 오면 나는 하루종일

내 사랑과 향긋한 건초 속에 앉아

산들바람 하늘에 흰 구름이 짓는

저 높은 곳 해바른 궁궐 바라본다네

그녀는 노래하고 난 노래 지으며

온종일 아름다운 시 읊조린다네

건초 집에 둘이서 남몰래 누워 있으면

오!  인생은 즐거워라, 유월이 오면.



   - 로버트 브리지스 시 '유월이 오면' 모두



  


오늘은 밤사이 살며시 내린 비로 거리가 알맞게 젖어있다. 큰아이가 다니는 '부개여고'를 가려다 보면 초등학교 초입부터 소방서 입구까지 가로수들이 양쪽으로 빽빽하게 들어차 있는데,, 이 길을 참 좋아한다. 양쪽으로 올곧게 뻗은 연령이 제법 된 가로수들,, 연초록의 파르스름한 잎사귀들이 어느덧 짙은 색깔을 머금고 서 있다. 이곳에 들어서면,, 두개의 사거리를 지나야 하지만,, 마치 잔잔한 숲속에 온듯 성급한 마음을 누르고 천천히 운전하며 그 푸르른 싱그러움을 호흡한다. 신경이 날로 날카로워지는 듯한 큰딸에게 "비가 훝뿌리니 가로수길이 숲길인듯 가지를 흔드는데,, 참 좋지않니?" 하고 물으니 대답이 없어 백밀러로 뒤를 보니 다소곳이 고개를 숙이고 창밖을 차분히 바라보고 있다. 날짜는 다가오고 성적은 오르지 않고,, 잠은 쏳아지고,, 그 마음이 짐작이 되어 음악의 볼륨만을 조금 올려 주었다.

아침에 이것저것 미진한 것들을 정리하고 스케줄을 체크 하면서 흥얼흥얼 '유월이 오면'이라는 노래를 흥얼 거린다. 대학가요제 인가 어느 혼성팀이 부른 이 노래는 브리지스의 시를 기초로 했다. "그녀는 노래부르고, 난 노래 지어주고,, 향긋한 건초더미 속에 누워 아름다운 시를 읊조린다는,,,' 나도 문득 사랑하는 사람의 무릎을 베고 누워 포근히? 잠들고 싶다는 생각에... 웃었다. 오룡차를 차갑게 식혀 두어잔을 마셨으나, 아침에는 역시 진하게 끓여낸 커피가 제격이다. 쵸이스 3스픈에 설탕 1스픈, 향은 밋밋 하지만 그런대로 아쉬움을 달래준다. 여기에 크림을 알맞게 넣은 슈크림빵 하나.... 

어느새 유월이 코 앞이다. 엉거주춤,, 5월은 어느덧 과거가 되고 유월을 준비한다. 참 그러고 보니, 유월의 일정중에 중요한 일 하나, 블로그 친구인 '休의 도자기 전시회'이다. 도예가로서의 데뷔전이기도 한데,, 가서 응원 해 주어야 한다. '인사동 경인 미술관 6/9(수)~6/15(화) 까지' 전시이다. 자신을 닮은 날렵하지는 않으나 투박하고 은근한 미를 자아내는 '이경은 도예전' 기대가 된다. 엠파스시절,, 손에 꼽는 친구들이 있었으나 몇몇 친구들 만이 연락을 주고 받는다. 소식이 전해져 '닉'으로 전해지던 이미지의 그리움을 확인할 수 있었으면 좋겠겠다는 생각을 했다. 비가 어느덧 그쳤다. 5월의 마지막 날을 정리하듯이 바쁘게 뛰어다니며 하루를 보내야 한다. 모두들 화. 이. 팅 !


왠지,  오늘은 커피가 또 땡기는 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