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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수염

어느새, 유월....



 

 

수박은 가게에 쌓여서도 익지요
익다 못해 늙지요
검은 줄무늬에 갇혀
수박은
속은 타서 붉고 씨는 검고
말은 안 하지요 결국 못하지요
그걸
레바논 감정이라 할까 봐요


나귀가 수박을 싣고 갔어요
방울을 절렁이며 타클라마칸 사막 오아시스
백양나무 가로수 사이로 거긴 아직도
나귀가 교통수단이지요
시장엔 은반지 금반지 세공사들이
무언가 되고 싶어 엎드려 있지요

 
될 수 없는 무엇이 되고 싶어
그들은 거기서 나는 여기서 죽지요
그들은 거기서 살았고 나는 여기서 살았지요
살았던가요. 나? 사막에서?
레바논에서?

 
폭탄 뚫린 집들을 배경으로
베일 쓴 여자가 지나가지요
퀭한 눈을 번뜩이며 오락가락 갈매기처럼
그게 바로 나였는지도 모르지요

 
내가 쓴 편지가 갈가리 찢겨져
답장 대신 돌아왔을 때
꿈이 현실 같아서
그때는 현실이 아니라고 우겼는데
그것도 레바논 감정이라 할까요?

 
세상의 모든 애인은 옛애인이 되지요*
옛애인은 다 금의환향하고 옛애인은 번쩍이는 차를 타고
옛애인은 레바논으로 가 왕이 되지요
레바논으로 가 외국어로 떠들고 또 결혼을 하지요

 
옛애인은 아빠가 되고 옛애인은 씨익 웃지요
검은 입술에 하얀 이빨
옛애인은 왜 죽지 않는 걸까요
죽어도 흐르지 않는 걸까요

 
사막 건너에서 바람처럼 불어오지요
잊을 만하면 바람은 구름을 불러 띄우지요
구름은 뜨고 구름은 흐르고 구름은 붉게 울지요
얼굴을 감싸쥐고 징징거리다
눈을 흘기고 결국

 
오늘은 종일 비가 왔어요
그걸 레바논 감정이라 할까 봐요
그걸 레바논 구름이라 할까 봐요
떴다 내리는
그걸 레바논이라 합시다 그럽시다.

 

*박정대의 시 "이 세상의 애인은 모두가 옛 애인이지요" 중에서 

 

     - 최정례시 '레바논 감정' 모두
 문학과지성 시인선 318, 문학과지성사(2006년 5월 4일)

 



사람사는 모습에서,, 제 색깔을 유지하며 어우러지는 것이 어렵다 하는 것을 '까페활동'이란 것을 통해 절감하곤 하는데,, 가끔 방문하여 '눈팅'만 하는 그야말로 관람자 수준의 '도보까페'에 여러번의 망설임 중에 인천 평일도보 모임이 있어 참가표시를 했다. '아름다운 도보여행(아도행)' 이라는 도보여행까페, 날로 회원이 늘어서 일만명을 넘어서더니 우리나라 곳곳의 도보를 넘어서 스페인 '산티아고길'도 인원을 모아서 함께 떠난다고 한다. 도보도 휴일도보와 평일도보가 수시로 열리고 회원들은 지역에 따라서 각지역의 우수회원(10회 이상 도보 참가자)은 자신이 잘아는 길이나 지역에서 도보를 주최 할 수도 있는,, 그야말로 살아 움직이는 도보까페이다.

나의 문제는 이 모임이 평균적으로 오전 11시에 모이거나, 오후 1시쯤에 모임이 열려서 대부분 13~17km 의 거리를 4~6시간에 걸쳐 걷는데, 그 시간을 맞추기도 어렵고 내일과 스케줄이 하루에 13, 15km를 걷고도 다음날 내일을 모두 소화 해 내기에는 체력적으로도 무리라는 판단이였다. 27일, 목요일, 일을 마치고 부지런히 병원으로가 기본검사와 X-ray를 찍고, 뜨거운 원두커피 한잔으로 정신을 가다듬으며 인천역에 도착, 아침을 간단히 먹고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에 도착하니  29명, 오전 11시 10분에 출발하여 (광장-옛시청-중국문화원-챠이나타운-월미도 한옥마을-월미산전망대-이민사 박물관-월미도놀이터-똥마당-인천역)으로 돌아오는 코스였다. 지도상으로 13km, 실제 도보거리 15km, 인원이 제법 많이 움직이니 별로 힘든줄 모르고 도보 했으나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는 발이 제법 아팠다.

요즈음... 제법 이것저것 핑계거리로 운동을 제대로 하지 못하였다. 이곳에 참가하니 연배가 높으신 분들도 많고, 건강상의 이유로 꾸준히 도보까페에 참석하시는 분들도 많았다. 무엇이 이유이든 열정을 가지고, 자신의 계획에 의해 길을 걸어 나가는 모습이 아름답다. 남의 말이나 부추김에 참가거나 함께 나누기에는 모두들 연배가 높다. 일년, 계절에 따라 한번씩 길을 나서더라도,, 마음이 함께하는 도보여행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면에서 '리딩'을 하는 사람이 중요하다. 어느세 6월.... 7월 부터는 시간도 자유롭게 쓰기가 어려워지는데,,, 유월은, 해야 할 일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