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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수염

투석혈관이 자꾸 막히는 경우. - 이신아 (이대목동병원 신장내과 임상조교수) Key message 투석혈관 기능을 오래 보존하기 위해 일상적으로 투석혈관을 관찰하고 감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장(章)에서는 인공신장실에서 투석혈관 문제로 고생하는 환자분들이 가장 궁금해하시는 질문에 대한 답과 부연설명을 하고자 합니다. “도대체 왜 투석혈관이 막히는 건가요?” 투석혈관이 막히는 원인은 다양합니다. 이론적으로, 그 시작은 투석혈관 조성수술이 시행되는 시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투석혈관은 동맥의 혈류 중 일부가 인공적인 단락 형성을 통해 정맥으로 연결되어 인위적인 혈류가 흐르는 혈관입니다. 이 인위적인 혈류는 혈관 내 와류와 제트류를 발생시켜 혈관벽에 스트레스가 되는데, 이 스트레스가 혈관벽을 직접적으로 자극하여 혈관내막이 두꺼워지는 한.. 더보기
문득,, 병상에 누워서 이름이 없어서 이름을 알 수 없어서 꽃을 들지 못했다 얼굴을 볼 수 없어서 향을 피우지 않았다 누가 당신의 이름을 가렸는지 무엇이 왜 당신의 얼굴을 숨겼는지 누가 애도의 이름으로 애도를 막았는지 누가 말해주지 않아도 우리는 안다 당신의 이름을 부를 수 있었다면 당신의 당신들을 만나 온통 미래였던 당신의 삶과 꿈을 나눌 수 있었다면 우리 애도의 시간은 깊고 넓고 높았으리라 이제야 꽃 놓을 자리를 찾았으니 우리의 분노는 쉽게 시들지 않아야 한다 이제야 향 하나 피워올릴 시간을 마련했으니 우리의 각오는 쉽게 불타 없어지지 않아야 한다 초혼招魂이 천지사방으로 울려퍼져야 한다 삶이 달라져야 죽음도 달라지거늘 우리가 더불어 함께 지금 여기와 다른 우리로 거듭나는 것, 이것이 진정 애도다 애도를 기도로, 분노를 창조.. 더보기
“모두들 투표 하시지요~ “ 목에 걸고 싶던 싱싱한 자유 광화문에서 시청 앞에서 목 터지게 부르던 자유가 어쩌다 흘러 들어간 뉴욕 빌리지에 돌멩이처럼 굴러다녔지 자유가 이렇게 쉬운 거야? 그냥 제멋대로 카페 블루노트에, 빌리지 뱅가드에 재즈 속에 기타줄 속에 슬픔처럼 기쁨처럼 흐르는 거야? 내 고향 조악한 선거 벽보에 붙어 있던 자유 음흉한 정치꾼들이 약속했지만 바람 불지 않아도 찢겨 나가 너덜너덜해진 자유가 감옥으로 끌려간 친구의 뜨거운 심장도 아닌 매운 최루탄도 아닌 아방가르드, 보헤미안, 히피들 속에 여기 이렇게 공기여도 되는 거야 햇살이어도 되는 거야 청와대보고 여의도보고 내놓으라고 목숨 걸던 자유가 비둘기여야 한다고, 피 냄새가 섞여 있어야 한다고 목청껏 외치던 자유가 어쩌다 흘러 들어간 낯선 도시에 돌멩이처럼 굴러다녀도 .. 더보기
묵묵히 ‘진정성’이란 그림을 그리자. 막힌 공간, 열정적인 기(氣)의 프레이징 열린 공간, 숨죽인 터취의 미세한 프레이징 그녀의 B. p/s NO-23, 숨죽인 울음소리로 얼굴을 보임에 나의 B. p/s NO-8, 활화산의 솟구침, 격렬하게 그녀를 뒤 흔든다 난, 속삭이듯 노래하고 그녀는 내게 크게 소리친다 Allegro, Andante con molto, Allegro ma non traappo,,. 부드러운 손목, 표효하는 어깨의 선(線), 건반이 서로의 '이름'을 부를때 가만히 스며오던 따스함. 정돈된 터취와 프레이징 다채로운 톤 칼라,,, 기민한 순발력, 서늘한 서정성, 그리고 긴 호흡. 보이지 않는 무수한 시선... 소리와 소리 사이의 간격의 음(音). 음은 말없이 침묵으로 말을 전하고, 다시 또 그녀는 속삭이듯 노래하고 나는 소리.. 더보기
2023년 말미에 덧붙여, 나무는 자기 몸으로 나무이다 자기 온몸으로 나무는 나무가 된다 자기 온몸으로 헐벗고 零下 十三度 零下 二十度 地上에 온몸을 뿌리박고 대가리 쳐들고 무방비의 裸木으로 서서 두 손 올리고 벌 받는 자세로 서서 아 벌받은 몸으로, 벌 받는 목숨으로 起立하여, 그러나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온 魂으로 애타면서 속으로 몸속으로 불타면서 버티면서 거부하면서 零下에서 零上으로 零上 五度 零上 十三度 地上으로 밀고 간다, 막 밀고 올라간다 온몸이 으스러지도록 으스러지도록 부르터지면서 터지면서 자기의 뜨거운 혀로 싹을 내밀고 천천히, 서서히, 문득, 푸른 잎이 되고 푸르른 사월 하늘 들이받으면서 나무는 자기의 온몸으로 나무가 된다 아아, 마침내, 끝끝내 꽃피는 나무는 자기 몸으로 꽃피는 나무이다. - 황지우 시 '겨울.. 더보기
자유롭게 나는 새. 어느날 아름다운 절에 놀러갔습니다. 차 마시는 방 앞 산의 숲이 그대로 들어 있었지요 진짜 숲인 줄 알고 새들이 와서 머리를 부딪히고 간다는 스님의 말을 전해들으며서 사람들은 하하호호 웃었지만 나는 문득 슬프고 가슴이 찡했지요 위장된 진실과 거짓된 행복 하도 그럴 듯해 진짜인 줄 알고 신나게 달려갔다. 머리를 박고 마음을 다치는 새가 바로 나인 것 같아서요 실체와 그림자를 자주 혼돈하는 새가 나 인 것 같아 나는 웃을 수가 없었답니다. - 이해인 시 ‘유리창 위의 새’ ** 추석날 아침, 06:00시에 일어나 간단하게 세안을 하고, 차례를 09:00 시에 드렸습니다. 딸들과 동생, 그리고 처와 나. 한분 남은 누이와 매형은 명절 인사의 문자만 남기고 향을 피워 올렸습니다. 때마다 술잔에 술을 따라 올리지.. 더보기
솔직한 ‘마음’으로 ,, 우리는 가끔 '더럽다'를 '드럽다'라고 한다 우리는 가금 '쌀'을 '살'이라고 한다 우리는 가끔 '팔'을 '폴'이라 한다 우리는 가끔 '무''를 '무시'라 한다 저 드러븐 새끼에게 먹이겠다고 무거운 살을 들고 여기까지 마 폴이 빠질 것 같다 인사도 모르는 저 무시같이 밍밍한 놈을 그래도 사람이라고 그래도 우리는 다 알아듣는다 참 히한하다. - 성 선경 시 ‘해음(諧音) 3‘ [네가 청둥오리였을 때 나는 무엇이었을까],파란 2020. * 풋풋한 시절에 “ 척, 보면 압미당~” 하는 개그가 유행 했었다. 사회생활의 ’챠트 키‘처럼 한때 유행 하던 말 이었는데, 나이가 먹고 몸이 ‘정상’이 못하게 되니까? ‘먹고 배설’하는 가장 기본의 행위가 사람이 ‘인간답게’ 살아가는 밑바닥 깊숙히 ‘깔린 기본’ 임을 새삼.. 더보기
능소화의 추억. 이제는 고흐가 싫다 한때는 그리도 사랑했으나 이제는 노랗게 불타는 해바라기가 싫다 비틀린 채 타오르는 측백나무도 싫고 그놈의 붉은 수염이 싫다 불이 쌓여 생긴 병일까 갈수록 목마름이 더해가고 물을 찾고 물을 들이키며 이제는 고흐가 싫다 그놈의 붉은 수염이 싫다 평생을 자신에게 성실했던 자여 - 윤 재철 시 ‘소갈병’ - 한때는 시골의 동네에서도 흔히 볼 수 있었던 ‘능소화’ 국민학교 졸업 후에는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다. 그렇게 잊혀져 가는 꽃이 였는데,, 대학시절 마이산을 찾았다가 절벽을 따라 거대한 규모의 능소화가 흡착근을 뻗어 올라가면서 온 절벽을 꽃밭으로 만들어 놓은 풍경은 직접 눈으로 봐서 그 경이로움을 맘껏 즐길 수 있었는데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가장 큰 나무의 능소화 라고 말할 수 있는..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