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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수염

추억의 의정부,, 버스와 전철을 타고 천천히 가고 오면서.







오랜만에 광화문에서
일산 가는 완행버스를 탔다
넓고 빠른 길로 직행하는 버스를 보내고
완행버스를 탄 것이다

이곳저곳 좁은 길을 거쳐 
느릿느릿 기어가는 완행버스를 타고가며
남원추어탕집 앞도 지나고
파주옥 앞도 지나고
전주비빔밥집 앞도 지나고
스캔들양주집 간판과 
희망맥주집 앞을 지났다
고등학교 앞에서는 탱글탱글한 학생들이
기분 좋게 담뿍 타는 걸 보고 잠깐 졸았다

그러는 사이 버스는 뉴욕제과를 지나서
파리양장점 앞에서
천국부동산을 향해 가고 있었다
천국을 빼고
이미 내가 다 여행 삼아 다녀본 곳이다

완행버스를 타고 가며
남원, 파주, 전주, 파리, 뉴욕을
다시 한 번 다녀온 것만 같다
고등학교도 다시 다녀보고
스캔들도 다시 일으켜 보고
희망을 시원한 맥주처럼 마시고 온 것 같다

직행버스로 갈 수 없는 곳을
느릿느릿한 완행버스로 다녀왔다.


  - 공광규 시 '완행버스로 다녀왔다' 모두




   - 어린날 자주 보았던 동네 한코너의 이발관,, 아직도 여전한 곳이 있다.



한 지역을 이야기하거나 떠올릴 때에 사연이 깊으면 십년, 이십년을 지나도,, 그곳은 이상하게도 아릿한 아품과 기억으로 지워지지 않는다. 몇년을 미뤄 오다가 충동적으로, 토요일 도봉산을 가는 코스에 묻어서 아침에 베낭을 싸서 준비를 하고 버스를 탔다. 의정부는 추억만큼 아픈 사연도 많은곳,, 들러보고 싶고 만나 보고픈 친구도 있었으나 내마음과 닿기에는 그간의 '빈시간'이 길고 멀었다. 제법 오래전에 만났던 친구는 그간의 긴 공백이 말해주듯 연락이 되지 않았다. 시외버스 터미널에 내려서 옛날에는 익숙했으나 지금은 낯설은 거리,, 뚝길을 따라 1층에 목욕탕이 있던 '하이델베르크' 목조건물이 제색을 잃어버린채 낡은 모습으로 서 있었고, 친구의 가게가 있던 공터의 마당은 잡다한 건물들이 들어서 있다. 저 이발소는 주인은 바뀌었는지 몰라도 여전히 있어 주어 반가웄다. 주민등록증을 발급 받았던 동사무소 건물은 개인병원으로 변해있었고 충혼탑이 있던 공터에는 유치원과 새동사무소 건물이 깔끔하게 신축되여 있었다. '충혼탑' 이곳에서 공도 많이 차고는 했는데....

의정부에 오면 부대찌개를 먹어줘야 하는 법, 오래전 단골인 초원식당에 들어서니 오래전 주인이 아직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의정부부대찌개 골목은 장사가 잘되는지 모두들 리모델링을 해서 건물이 깨끗하고 깔끔해보여 기분은 좋았으나 그 명성만큼 장사도 잘 되는지 궁금했다. 제일 유명한 오뎅집만 예전과 거의 같은 모습이고 몇군대로 쪼개져 있던 가게들이 합쳐져서인지 커지고 널직널직한 가게들이 몇개가 눈에 띄였다. 음식이란,, 추억의 맛인듯 하다. 어린시절 그리도 맛있게 먹었던 음식도 나이가 들어 다시금 먹어보면 그맛이 아니거나 내 입맛이 변해있어 "그때는 이런 음식이 참 맛있었나?" 하는 의문이 들고는 한다. 남들 말 보다는 내 입맛을 존중하는지라 몇년만에 왔었어도 '오뎅집'을 제치고 '초원식당'을 찾았건만,, 주인은 눈에 뜨나 얼굴만 비치는듯 딸인듯한 여인이 내온것은 'MSG' 가 가득든 부대찌게,,, 예전의 매콤하면서도 달짝지근하며 감칠맛 나던 맛은 어디서도 찾을수 없다. 그래도 의정부를 생각하면 '초원식당 부대찌게'가 추억을 떠올리는 요소가 되었었는데.... 



   - 초원식당의 '부대찌게'


날씨가 한여름 더위였다. 식당에서 시원한 물을 두컵이나 마시고 근처의 중앙국민학교도 들러보고,, 뒷길로 성당길도 가보고, 추억이 가득한 골목길,, 여전히 공사가 잦은 소도로,, 집앞에 있던 복덕방 거리,, 주차장이 되어버린 13번 종점. 어디인지 찾을수 없게 변해버린 대학시절 살던 집,, 그리고 그집,, 그리고 이름이 바뀐 채 문닫은 피아노 학원(지성-은혜),, 오래전 다니던 교회도 구건물을 완전히 헐어 버리고 새건물 옆에 확장 신축을 하여 낯설고,, 내가 다닐때에도 의정부에서 제일 큰 교회였는데 더 커져 버렸다. 내가 가르치던 고등부 학생이 지금은 부목사라고 하던데,,, '그리운 얼굴들'이 몇명이 떠 오른다.   



   


아침일찍 산행을 마치고, 무더위에 지쳐서인지  걸어 다니기가 힘이 들었다. 베낭의 덕팔이는 꺼내기 귀찮아 몸집이 작은 꽃순이로 몇컷만 찍었다. 의정부에 가서 먹고 싶었던 음식중 하나가 '초교옥'의 설렁탕과 중앙시장의 '곰보냉면' 이였는데,, 중앙로에 들어서니 정말 많이도 변해 있었다. 이곳은 찻길을 완전히 막고 이름도 '행복로'라 바뀌여 있었고 차가 다니던 차로는 광장같이 꾸며 공연도 하고 물길도 만들고 분수도 있고,,  '숭문당' 서점은 그대로 있었으나 '초교옥'은 어디로 갔는지 알수가 없었고,, 너무 확 변한 모습에 역시 지역일꾼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이렇게도 확 변하는구나 싶었다. 

어쨌든,, 너무 일찍 온 무더위로 예정되었던 추억의 장소를 다 찾기엔 기력이 소진 되었다. 원래 예정은 친구놈을 만나고 저녁을 쵸교옥이나 곰보냉면에서 먹고 오는것 이였는데,, 20년이 넘는 세월은 모든것을 옛추억으로 돌리게 한다. 추억이 가득했던 예량, 탈, 안단테, 몽타즈,, 하이델베르크, 근처의 벤치... 언제 다시올지 모르지만 이제는 이런 마음으로는 다시는 못올것 같다. "산천은 의구하데 인걸은 간데없다" 했던가?! 빨리가고 빨리 변하는 세상, 산천도 인걸도 간데가 없다. 나에겐 젊은날의 추억과 아품이 많은곳, 의정부. 이제는 이곳을 영영 마음에서 놓아 주어야 하나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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