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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수염

이런, 젠장할~







오랫만에 아내를 안으려는데
"나 얼마만큼 사랑해!" 라고 묻습니다
마른 명태처럼 늙어가는 아내가
신혼 첫날처럼 얘기하는 것이 어처구니없어
나도 어처구니없게 그냥
"무량한 만큼!" 이라고 대답을 하였습니다
무량이라니!
그날 이후 뼈와 살로 지은 낡은 무량사 한 채
주방에서 요리하고
화장실서 청소하고
거실에서 티브이를 봅니다
내가 술 먹고 늦게 돌아온 날은
목탁처럼 큰소리를 치다가도
아이들이 공부 잘하고 들어온 날은
맑은 풍경소리를 냅니다
나름대로 침대 위가 훈훈한 밤에는
대웅전 꽃살문 스치는 바람 소리를 냅니다.


  - 공광규 시 '무량사 한 채' 모두









일요일, 특별한 일이 없으면 대청소를 실시 합니다. 우리집 대장인 고 3인 큰딸은 아침일찍 도서관에 납시고, 아이를 데려다 주고 돌아온 마눌님이 마트에 가면 집에서 공부하는 작은딸이 제 방을,, 안방과 서재와 큰 아이방은 내 몫이 됩니다. 가끔가다 마눌님이 안방을 청소 할 때도 있지만,, 대개는 마트에 간다, 뭐를 사와야 한다 하며 빠지기 대장입니다. 그런 엄마를 닮아서인지 아이들도 이리저리 청소를 안하고 빠질 궁리를 하는데,, 결국에는 모두 내 차지가 됩니다. 요며칠 불면에 짜증이 쌓여 신경질적으로 청소기를 '팍~팍~' 돌리며 궁시렁 대니 작은 아이가 눈치를 봅니다. 이래서는 안되는데,, 마음을 고쳐먹고 땀을 뻘뻘 흘리며 큰아이방, 안방, 서재,, 차례로 청소기를 돌리고 걸레를 깨끗이 빨아 내 마음을 딱아내듯 곳곳에 쌓인 먼지를 딱아 냅니다. 맞벌이를 하는 집에서는 각자가 자신의 방은 치우지만,, 일주일에 한번 대청소를 해 주지 않으면 곳곳에 먼지가 뿌옇게 쌓입니다.

집안에 고3이 있다보니,, 모두가 자기가 더 힘들다고 아우성 인데, 결국에는 사정을 보아가며 부족한 부분을 서로 채워 주어야 하는게 불문률 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청소를 다 마치고 걸레를 빨고 있는데 짐짓 무거운 표정으로 양손에 장바구니를 들고 마눌님이 나타났습니다. 요 며칠 잘못한게 있는지라 내 눈치를 살짝 보더니 스스로 장바구니를 정리합니다. 샤워하기전에 차의 여름시트를 깔아주려 하니 좋아하는 국수를 하는 중이라며 먹고 하라네요, 면요리에 약한 나는 '동치미국수' 한그릇에 다 용서하는 마음이 됩니다. 시트를 깔아주다보니,, 차가 엉망이라 결국에는 세차 비슷하게 중노동을 했습니다. 워셔액도 채워 넣고, 유리창도 깨끗이 닦아주고,, 발판도 털어주고,, 아주 차도 대청소를 하였습니다. 이렇게 버릇을 들이면 안되는데,,, 결국에는 모두가 내 일이 되고 말았습니다. "게으른 사람은 부지런한 사람을 당할수 없다"고 했는데,, 우리집에서는 게으른 사람이 번번이 '승자'가 됩니다. 샤워를 하면서 "다음에는 절대로 눈을 감아야지, 모른척 해야지~" 하고 다짐을 하지만,, 어찌 내일 일을 장담할 수 있겠습니까!? ㅉ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