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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수염

어머니,, 어머니와 여성의 사이에서....







떨리는 손으로 풀죽은 김밥을
입에 쑤셔넣고 있는 동안에도
기차는 여름 들판을 내 눈에 밀어 넣었다
연두빛 벼들이 눈동자를 찔렀다
들판은 왜 저리도 푸른가
아니다, 푸르다는 말은 적당치 않다
초록은 동색이라지만
연두는 내게 좀 다른 종족으로 여겨진다
거기엔 아직 고개 숙이지 않은
출렁거림, 또는 수근거림 같은 게 남아 있다
저 순연한 벼 포기들
그런데 내 안은 왜 이리 어두운가
나를 빛바래게 하려고 쏟아지는 저 햇빛도
결국 어두워지면 빛바랠 거라고 중얼거리며 
김밥을 네 개째 삼키는 순간
갑자기 울음이 터져나왔다, 그것이 마치
감정이 몸에 돌기 위한 최소조건이라도 되는 듯
눈에 즙 처럼 괴는 연두
그래, 저 빛에 나도 두고 온 게있지
기차는 여름들판 사이로 오후를 달린다.



  -나희덕 시 '연두에 울다' 모두





 



4박 5일의 출장이후.... 독감은 끈질기게 나를 괴롭히고, 나름대로 체력의 안배를 하며 살아왔다는 내 자존심을 완전히 짓밢고 '무기력'하게 휘둘리는 '나 자신'을 본다. 근육통이 완전히 가시지를 않아 어깨에 허리에,, 다시금 파스를 붙여야 하나?! 생각중 이다. 어제는 '어버이 날' 장인, 장모에게는 전화만 드리고,, 며칠전에 지병으로 입원했다가 퇴원하신 어머니에게는 가 보아야 하는데,,, 병원에 입원중일 때에는 출장중이였고 마눌님만 병원에 다녀왔고, 복귀 후에는 독감으로 며칠을 '끙끙' 대며 앓은지라 퇴원 후에도 가보지를 못했다. 병을 떨치고 일어나야 하는데,, 낳을 만하면 다시 또 아프고, 됐다 싶으면 다시 나를 주저 앉히니,,, 힘이 든다.

퇴근 후에 내켜하지 않는 마눌님은 아이들의 저녁밥이나 챙기라 일르고 차를 끌고 나왔다. 며칠을 집에서 지내며 가벼운 운동만을 해서 다소의 어지러움이 있었지만,,, 때이른 한여름의 무더위속에서 얼굴을 스치는 차창의 바람은 상쾌하기까지 하다. 75세의 나이. 이제는 '그만' 할 때도 되었건만 여전하신 어머니,,,, 몸보신으로 한우라도 드시라고 했더니 냉면이 드시고 싶으시단다. 입술을 빨갛게 물들이며 비빔냄면 한그릇을 다 드시고,, 돌아가는 길에 과일이나 사드리고 용돈이나 드려야겠다 했는데,, 슬금슬금 눈치를 보며 이끄시는게 '금은방' 이다. 반지를 오래전에 맡기셨는데 돈도 제법되고 동생에게 이야기하면 혼날듯 싶으니 만만한 나를 이끄신 게다. ㅎㅎㅎ,, 여전히 '여성' 이 살아 남아 꿈틀거리는 어머니를 보며 반지를 찾아 드리고 신발에 옷가게를 기웃거리는 어머니를 재촉 해 집으로 왔다.

아버지 살아계실 때에 남아있던 카드빚 몇 백도 어머니의 '여성'을 채워드리기 위해서 쓰신 돈이였다. 이제 아버지도 안계시고 자식들의 눈치를 보며 몸도 아프고, 고운것은 가지고 싶고,,, 어머니의 '여성'을 이해한다. 여자는 무엇으로 사는가?! 완전하지 않은 왼쪽 다리를 다소 끌면서도 새신에, 새 옷에 눈길이 가는 어머니.... 부디,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