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한잔 하십시다!

걸음걸이부터가 시인다운 기철이형하고
백파 홍성유의 별미 기행 광고가 걸려 있는
서문시장 영미식당에서
가오리회 한 접시 가운데 놓고
한라산 소주를 술술 비우다가 기철이형 하는 말

나언제부턴가술먹엉집이가민
달력에동그라미표시허맨게
도대체얼마나먹어졈신고혼번보젠
지금까지보난대강일주일에혼사나흘은먹엄대
그정도민괜찮은거아니라

술이 사람을 먹지 않고
사람이 술을 먹는 기철이형은 먼저 가고
어머니 말씀을 빌면 복쟁이 똥물 먹듯 먹어대는
배설 길고 위장 큰 복쟁이들 몇 명만 남아
항상 사람 가득한 노찿사 그 언강 좋은 주인 마담에게
괜한 신경질에 투정도 부려보다가

사람들은 이미 잠이 든 시간
비틀거리는 복쟁이들만 휘청대는 거리로 나오고
손님 다 왔수다 하는 택시 기사 목소리에
잠에서 깨 어리둥절 둘러보면
언제나 그랬듯이 나 혼자다

비틀거리는 별들 사이를 휘청거리며
별들 가까이 허공에 매달려
비틀거리는 집을 쳐다보다가 술기운에

나도혼번기철이형같이달력에표시나해보카
하고 생각하는 찰나
긴 배설이 뒤틀리면서
무언가 뜨겁고 묵직한 것이 역류하면서 급기야는
우왁 하고 아가리로 쏟아져 나오는 것이 아닌가
술독에 빠진 가오리가
한꺼번에 헤엄쳐 나오는 것이 아닌가
나오면서 그 가오리 술에 취해 하는 말

야야웃기지마라개가똥을참지
달력에표시허민좀낫나
먹던입이어디가나
지랄말앙먹어질대처먹으라
먹당죽은귀신은때깔이라도곱나

 

- 김수열 시 '술에 취한 가오리가 내게 말하기를' 모두
          [시가 있는 환한 세상],랜덤하우스

 

                     

왠지 술 한잔에 취하고 싶은 그런 날이 있다. 살아오면서 자의던, 타의던,, 술 친구들을 정리하고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면서 그럭저럭 사람들을 잘 사귀는 편인데,, 인천에 이사온 후에는 가끔 혼자서 술잔을 기울인다. '혼자 마신다' 라고 하면 대단한 술꾼이나, 알콜중독자 취급을 하는 사람들이 제법많은 세상에서,, 그래도 '혼자 마시는 풍취'는 제법 그럴듯 하다. tv의 드라마에서 보면 대개혼자서 마시는 장면에서는 BAR가 많이들 나오는데,, 이 나이를 먹으니 푸근하고 편안한 분위기를 좋아하나 주위에 보면 혼자서 먹거나 마실만한 식당이나 술집이 드믄 것이 사실이다.

가끔,, 횟집이나 고기집에 들어서서 음식을 시키려해도 꼭 혼자냐고 물어보고, 1인분을 시키는 것이 주문받는 사람이나주문하는 사람이나 낯선것을 보면,, 아직도 우리의 문화는 '솔로손님'에 대한 개념이나 마케팅이 부족한 것을 느낄 수 있다. 앞으로는 점점 더 그러한 세대로 흘러 갈텐데,,, '아지트'나 '단골집'을 만들기에는 현실의 시스템이 경제 흐름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는 생각이 몸으로 느껴진다. 경험과 대책없이 오픈을 하고 얼마를 견디지 못하고 떨어져 사라진다. 현재 사는곳에 단지마다 아파트상가가 들어서고 음식점 골목이 형성 되는데,, 몇년을 가만히 두고 보니,, 5년을 견디는 업소가 드믈다.

얘기가 삼천포로 빠졌는데,, 집에 돌아오니 어제에 이어 오늘도 마눌님은 모임에 회의에 바쁘시고,, 작은딸과 간단히 식사를 마치고, 아이는 인터넷 강의에 나는 책을 펼쳤으나 글자는 눈에 안들어 오고, 술 한잔 생각에 7단지 상가의 단골 바가 생각 났으나 큰아이를 11시에 학교에서 데려오는 중차대한 임무가 주어져 있으니,, 오후에 술마시기는 오래전 이야기다. 집에 고 3이 있으면 온식구가 고 3이 되어야 한다더니,, 큰딸 덕분에 술 끊게 생겼네. 그래도 스믈스믈 올라오는 술 생각에 부산 손두부집의 비지찌개에 손두부 썰어서 김치에 싸서 한입 크게 먹던 생각에 생침만 삼키다가  '내일은' 하는 생각에 동네의 공원을 한바퀴 돌고,, "정신을 차려야지" 하는 생각에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니,, 그간의 금주현상이 극단에 달 하였다. 정 못참겠으면 토, 일요일 친구 찾아 집을 나서리니,, 벗이여 술 한잔 어떻누?! ㅎㅎㅎ,,,,,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