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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수염

불 붙듯 피어나던 동백이 지고 있더라,,





사실 나쁜 놈이다
세상의 모든 것들을 나라고 우기고
그것들을 사진으로 찍어서
그것들을 또 다른 나라고 우겨댔었다

그런데 그건 내 탓이 아니다
태양 탓이다 달과 별들 탓이다
이슬 탓이다 호수 탓이다 아니
네 눈물 탓이다

무언가 반짝 하고 빛을 발하는 것들은 위험하다
사진을 찍는 일이 영혼을 찍는 일이었던
그 옛날의 고정관념 때문만이 아니다
가령 태양이 자신이 거느리고 있는 행성들을
어디로도 도망가지 못하게 하고
수시로 사진을 찍어대는 것이 어디 직업의식 때문일까

태양은 스스로를 볼 수 없기 때문에 그들을
자신의 얼굴로 착각하고 수시로 셀카를 찍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나는 나쁜 놈이 아니다
단지 너를 나라고 잠시 착각하고 사진을 찍은 것일 뿐,
그래서 너와 사랑에 빠진 것일 뿐,
스스로 사진을 찍는 일이 사랑이라는 것을 알아버렸을 뿐,

 

   - 박남희 시 '셀카놀이' 모두




세상의 '많은일'에도 불구하고 꽃들은 불붙듯이 서서히 피어나고 또 자신의 시기에 맞게 떨어져 가고 있다. 사람이 태어나는 것은 순서가 있지만, 세상을 떠나가는 것은 순서가 없다고,, 나름대로 삶의 준비를 하면서 살아가고 있지만,, 왠지 '죽음'이란 순서는 나에겐 먼 순서인 것처럼,, 우리는 한껏 외면을 하며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인재이던 천재이던,, 갑작스런 죽음은 가족들과 주변의 모든 사람들을 놀라고 슬픔에 잠기게 한다. 생활이라는게, 먹고 사는 일 이라는게 결단코 내 '원하는 데로' 흘러가는 것이 아니기에 갑작스런 죽엄은 모두의 가슴에 무겁게 상처를 남긴다. 나라를 지키다 뜻하지 않은 참변으로 46명의 아들을 잃은 부모님과 가족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결코 '남의 일'이 아닌 공감되는 아픔을 느낀다. 

자식을 낳고 기르는 일은 '또 다른 나'를 직시하는 일이다. 고 3이 된 딸아이나, 중 3이 된 딸아이를 보면서 때로,, '저릿한 아품'을 느낀다. 부모가 자식에게 해 줄수 있는 일과 환경,, 거기에서 나름대로 자신의 능력을 극대화하여 자신의 앞길을 준비해 나가는 아이들을 보면서,, 때로 눈물나게 아프지만,, '한 걸음' 떨어져서 아이들의 아품을 생생히 볼 때도 있다. 생각해보면,, 누구나 '자신의 몫'의 고통이 존재한다. 부모는 누구나 내 아이들은 그 고통이나 아품없이 성장하기를 바라지만,, '체념적'으로 겪어야하는 '성장통'을 바라볼 때도 있다. 그 경험이 좋은방향으로 자라던 나쁜 방향으로 자라던 결국엔 '아이의 품성'에 달려 있지만,, 가슴 졸이며 지켜보는 부모의 마음이 존재한다.

만물의 새싹이 피어나는 새 봄에 많은 일들이 존재한다. 누구는 새생명이 태어나고 혹은 한 어른이 세상을 떠나시고,, 입학을 하고 결혼을 하고 시험을 보고 경쟁을 하고 실직을 하고 입사를 하고 울고, 웃으며.... 모두가 살아간다. 한때는,,, 내 '피사체'에는 타인이나 풍경만이 존재했다. 내 자신을 스스로 찍기를 거부 했었지,, 왠지 이 봄에는 '내얼굴'이 그립다. 가면을 벗고 친숙하며 익숙한 내얼굴을 보고싶다. 이 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