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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수염

새들도 슬픔이 있을까?!

 

 

하늘에 뿌려놓은 새의 발자국.
오래도록 잊지 못하는 사람 있어
안개꽃 다발을 흔든다.
지겹도록 떨어지는 링거 한 방울,
병실엔 침묵이
바깥엔 채 이별이 도착하지 않았다.

아침녘에 꺼내놓은 시리고 찬 이름 하나,
보낼까 말까 망설이는 편지의 모서리가
주머니 밖으로 하얗게 손가락 내밀고 있다.
시린 입김 올리며
쓸쓸한 날엔 철길을 걷는다.
연기 흩어진 하늘을 떼지어 날아가는 새떼,
강을 건너가는 햇빛의 발이
꽁꽁 얼어 애처롭다.
새들도 슬픔이 있을까.
가갸거겨, 소리내며 흩어지는
무수한 저 글자들도 사연이 있을까.

추락하는 이름 위에 앉아 본다.
내가 사랑에 실패하는 건 다만
사랑을 믿지 않기 때문이다.

 
 
- 김재진 시 '새들도 슬픔이 있을까' 모두






아침에 김재진의 시를 읽다가 오래전에 키우던 개 '진달래'가 생각났다. 일글리시 코카 종으로 덩치가 커서 결국에는 아파트에서 키우지 못하고 친척의 전원주택으로 떠난 녀석,, 어느 CF의 광고에서 처럼 퇴근하면 어느 누구보다 먼저 달려와서 반겨주던,, 덜하고 더함이 없이 주인을 좋아해 주던 녀석이다. 나중에 우리집에 온 이유를 알고보니 여대생이 키우다가 유학을 떠나자 어머니가 너무 큰개라 이때다 싶어서 몰래 분양을 한것, 후에 여대생이 돌아와 달래를 찾으며 울었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밝고 화사하며 먹성이 좋던 달래,, 한때 동물을 별로라 생각했던 사람으로서 동물에 대한 집착과 과잉 애정에 눈섭을 찌프리는 사람들도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그 동물들과 세월이 쌓인 그존재들은 그냥 예뻐하며 가지고 노는 장난감이 아니다.

당연하게도 그들에게도 감정이 있다. 그들도 '나'를 안다. 내가 슬픈지 화가 났는지 구별을 한다. 슬플때는 다가와 눈물을 핦으며 소리없이 엎드리며 같이 자리 해 주고, 내가 화가 났을때는 저만치 떨어져 조용히 앉아 눈치만 보고, 내가 다가가 어루만지면 발라당 뒤집어 애교를 떤다. 식물도, 새들도, 강아지도.. 생명이 있는 모든것들은 사랑에 반응한다. 항상.. 사랑으로 살고저 하지만 역시 한없이 사랑이 부족한 나를 새삼 돌아보게 된다. 당신을...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