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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수염

밝고 따스하게,,, 사람아, 사랑아.








십 년을 같이 지내다 보면 속마음도 닮는 것일까

앞만 보고 달려온 길
잠시 멈춰 돌아보라고
오른쪽 백미러가 떨어지더만
이쯤에서 내리라며
더 가버리면 내릴 수 없을 거라며
운전석 문고리 뚝 하고 떨어진다
삶의 무게를 견디다 못해
한쪽 타이어에 펑크가 나더니 오늘은
핸들 붙잡아도 비보호 좌회전 방향으로 자꾸만 쏠린다
ㅡ바른 길 저만치 두고 자꾸만 한쪽으로 쏠린다
고장난 마음을 눈치챈 것일까
마주 오는 차선에서 힐끗힐끗 눈길을 준다
위험수위 앞에서 나는 또 얼마나 많은
브레이크를 밟으며 여기까지 왔던가
밟아도 밟아도 가슴 한가운데
사랑한 만큼의 스피드 마크를 그리며 차는 미끄러진다
한번 내려진 유리창이
제 자리로 돌아오는 게 이다지도 버거울까
몇 번을 멈춰서면서 올라오다 결국
손톱만큼의 틈을 남긴다
그 틈새에서 바람이 불고 꽃이 핀다
내 안의 틈새 사이로 누군가 살며시 들어와
마음 가득 씨앗 뿌리고 간다

적어도 십 년은 기다려야
그 마음 들여다볼 수 있을까



  - 김수열 시 '스피드 마크' 모두 
   『시와 반시』(2003. 가을호)






'순수하게 밝은 모습'... 스스로를 거울에 비추어 보니 조금은 측은하고 칙칙한 모습의 중년사내가 거울앞에 서있다. '여기'까지 오면서 언제부터 소년처럼 환한 웃음을 잃어버린 것일까? 한때는 "밝고 잘 웃는 모습" 이란 이미지로 통하기도 했는데,, 세월앞에 장사 없다더니 나도 모르게 씁쓸한 중년의 모습을 가진 채 서 있다. 매년 새로운 희망으로 세월앞에 서지만 급속하게 변하는 세상만큼 사는게 결코 만만해지지가 않는다. 그래도 하나 위안이 되는것은 동시대를 사는 모두가 같은 출발선에서 노력들을 하고 있다는 자각, 그리고 '내얼굴'이 결코 남의 얼굴처럼 낯설게 느껴지지 않고 친숙하며 편안하다는 것이다.

이제와 생각하는,, 내가 믿는 한가지는 '선한 끝은 분명히 있다' 하는 믿음이다. 아직 머리가 깨이지 못하고, 사람이 그릇이 작아서 많이 담지는 못하지만, 내 그릇의 깊이와 크기만큼 사람과 일들을 안으면서 헤쳐나온 결론이다. 누구나 하루에도 몇번씩 선택의 기로에 설 수 있고, 그래야 한다면 자신의 능력과 양심에 맞추어 후회하지 않는 삶을 노력해야 하고, 그리했다면 뒤돌아보지 않는 일관성이 우리에겐 필요하다. 내가 대단한듯이 느낀, 자부심 가득하던 시절도 있었으나, 이름없는 들꽃처럼 자신의 소박한 아름다움으로 주위를 어우러지면서 잔잔히 사랑함이 내겐 어울리는 삶인 듯 하다. 


올해 4월은 정말 잔인하게 끝을 맺었다. April.. 4월의 봄은 내가 참 좋아하는 계절이기도 한데,, 그 기운과 향기도 제대로 느껴보지 못하고 5월을 맞는다. 어렵고 힘이 들수록 새로운 하루를 희망으로 맞는다. 이 어려움과 쓸쓸함을 벗어 버리자고,, 그래서 새로운 하루에는 조금 더 웃고, 화사한 따스함으로 내일과 사람들을 안을수 있자고,,,

계절은 5월이고, 그 밝음과 따스함 만큼 내 마음도 내 걸음도 희망과 사랑으로 가득차기를 기원 해 본다. 화이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