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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수염

삶이 자유롭게 느껴질 때...






그는 머리로는 아니요 라고 말한다
그는 마음으로는 그래요 라고 말한다
그가 좋아하는 사람에겐 그래요 라고 말한다
선생님에겐 아니오 라고 말한다
그가 서 있다
선생님이 그에게 묻는다
온갖 질문이 그에게 쏳아진다
갑자기 그가 미친 듯이 웃는다
그리고 그는 모든 걸 지운다
숫자와 말과
날짜와 이름과
문장과 함정을
갖가지 빛깔의 분필로
불행의 흑판에다
행복의 얼굴을 그린다
선생님의 야단에도 아랑곳없이
우등생 아이들의 야유도 못들은 척.


  - 쟈끄 프로베르 시 '열등생(Le cancre)' 모두







삶에 지쳐있을 때,, 홀연히 떠나는 여행은 삶의 활력소가 된다. 홀로 여행을 많이 떠나지만, 마음이 맞는 벗들과 떠나는 여행은 마냥 편안한 고향을 걷듯이 친숙하며 낯설치 않아 좋다. 언제 난 떠나고싶은가?! ... 결론은 '삶의 기력'이 소진 하였을 때 인데 최근의 여러 결정사항들에서 난 홀로 지쳐 있었던 듯 싶다. 만날 때마다 외형적인 변화를 민감하게 느끼는 친구가 있다. 고맙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하고,, 어쨌든 많은 것들을 잘라내고 쳐가는 와중에 길었던 '불면의 밤'이 외형적이든, 내형적이든 변화의 모습을 나타낸 것이리라. 부정하지는 않겠다. 진천의 보탑사라는 비구니스님들이 모여 생활하는 절에서 정원 곳곳에 형형색색의 꽃들이 만개해 있었다. 잘 알지 못하는 꽃이름들... 많이들 아는 꽃이름에 놀라면서 스스로에게 "참 아는게 없구나!" 하고 놀란다. 뭐하고 사는 것인지,,,

색이 '선연'하다. 자연 그대로의 색(色),, 인공색에 물들어 내 색상은 이것도 저것도 아닌 무채색에 가까운 회색빛으로 물든,, 자신의 색을 극명히 나타내는 꽃잎들의 선연함에 살포시 감동을 받는다. 여기저기에 피어있어 "아름답다" 라고 느낄수 있는 꽃, 외따로 홀로 피어있어도 아름답고 무리져 군락을 이루어도 눈이 시리게 예쁜데,, 곁에서 "아름답다! 예쁘다!" 를 끊없이 외치는 사람들을 보며 문득 초라해 지는건 '삶의 표현'에 무덤덤한 곰같은 내 감성 때문일까?!?... 보탑사 경내를 한바퀴 돌아 오솔길을 따라 내려오니 수령이 수백년은 된 미루나무가 편안히 사람들을 품안에 안는다. 병천순대, 커피나무의 예가체프, 오리 진흙구이... 맛있고 정결한 음식들,, 벗들과 함께하니 그 맛과 향이 더욱 좋아지는듯 싶구나!

 "머리로는 아니요 라고 말하고, 마음으로는 그래요 라고 말한다" 하는 그런 경험을 종종한다. 이는 나에게도 상대에게도 불행한 일인데, 인간관계를 위해서도 빨리 정리를 누구든 먼저 해야만 한다. 사람은 하나를 갖던 두개를 가지고 있던 '그대로' 잘 살수도 있는데,, 내것이 아닌 '남의 것'에 욕심을 부려서 자신은 물론 남에게도 '원수'가 되어 산다. 매일매일 욕심을 내려놓고 마음을 비우고저 하지만,, 타고 난 욕심쟁이 인지, 끊임없이 채우고 채워도 허기가 가시지 않으니 '아귀'가 따로 없다. 마음의 범람은 몸이 바로 아는듯,, 길게 편히 눕고 싶다, 포근한 체온이 담긴 무릎을 베고 한숨 푹 자고 깨면,, 다시 새롭게 잘 시작할 수 있을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