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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rbara

눕고만 싶다.





무슨 유행처럼 고층 건물 옥상에는
정원이 있고 작은 놀이터가 꾸며져 있다
누가 저 높은 곳까지 올라가서 그네를 탈까
가끔 잿빛 구름만 시소에 걸터앉아
담배 연기 피워 올리는 일군의 사내들을 지켜보기도 하는
거인의 정원은 늘 비어 있다

세상은 이미 꿈을 잃어버린 지 오래
거인은 동화 속에서나 어깨의 근육을 키울 뿐,
어린 소년이 성흔(聖痕)의 손바닥을 내보여도
세상은 동화속에서나 꽃을 피우고,
새들의 노래소리를 들려줄 뿐

더위에 들뜬 바람만 드나드는
저 건물 옥상에는
아무도 앉지 않는 그네와 시소와 미끄럼틀과
저곳을 지키는 손바닥 거인만이
하늘을 떠받치고 있다


언젠가 머리칼이 하얗게 센 소년이
저곳을 떠나더라도
어느 누구도 눈치채지 못할 것이다.



   - 배영옥 시 '손바닥 거인' 모두





* 세상사는 이야기는 지극히 '개인적'이다. 휴가를 하고도 큰딸아이의 알바이트가 3일 남아있는 관계로 작은아이와 마눌님이 시골집으로 먼저 떠나고, 큰아이를 돌보며(?) 오래간만에 집에서 미뤄둔 일들을 해치울 작정을 했다. 3일간 조조로 영화도 3편 보고, 시간이 없어 쓰지 못했던 글도, 10여건 쌓아만 논 책도, CD로 빌려 논 음반도 구워야 했다. 하지만,, 알바이트를 마치고 늦잠을 자고 일어나는 큰딸의 시중에 기진맥진,,, 친구와 약속이 있다고 나가더니 같이 보려고 마음 먹었던 영화도 보고 왔단다. 머리큰(?) 딸내미 하고 데이트를 꿈꾼 내가 잘못이다. 그날부터 기운이 뚜~욱~~ 떨어져 모든 일정이 무휴가 되었다. 입맛도 없고 기운도 없고,, 좋아하는 흑맥주만 몇병 사놓고 하루에 한두병씩 시원하게 마셔 댄것이 , 술먹는다고 잔소리 할 마눌님이 없어서 나름 '시원하게' 보낸 휴가중의 일과 일까?!... 알바이트가 끝난 6일날 아침 일찍부터 몇시에 올라오냐고 시간체크가 성화다. 장모님의 생신을 앞당겨 한다고 엄포가 심하니 귀찮다고 안갈수도 없다.

소풍터미널에서 청주 시외버스터미널로, 다시 미원지나 창리에 내려 큰아이와 냉커피를 한잔하니 큰처남이 차를 끌고 마중을 왔다. 올해는 작은처남이 케익도 사왔다고 하고, 난 돈봉투만 준비하면 되렸다. 태풍의 영향으로 이곳은 바람만 제법분다. 내린 비로 다리밑에 물이 불어서 제법 아이들은 몸을 담글만 하다. 요리사로 있는 큰처남이 양념갈비와 생갈비를 맛난것으로 준비해와 음식은 풍족 하였다. 몸의 상태를 생각하여 고기를 몇점 먹으며 작은 처남이 따라준 인삼막걸리를 한잔 마신다. 의자 밑으로 시원한 냇물이 흐르고 시원한 바람도 불고,, 1박 2일이지만 제법 휴가다운 휴가를 보내는 것도 같다. 인원을 꽉채워 승합차로 버스 전용차선으로 내달리니 집에도 예상보다 빨리왔다. 휴가기간에는 무계획이 최선의 계획임을 알면서도 항상 미뤄 두었던 일들을 꺼내본다. 사무실에서 가방가득 싸웠던 짐을 꺼내만 놓은 채 다시 싼다. 3일간의 나른한 게으름과 1박 2일간의 다소 편한 휴식이 활력소가 될수 있으려나?!.... 해야 할 일들은 줄을 서 있고, 계획은 자꾸 뒷전이다. 다시 날을 하얗게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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