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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rbara

시름, 시름.., 꽃몸살을 앓는다. 몸살 한번 되게 앓은 뒤에 산길 간다 이 화창한 날을 보려고 되게 한번 튼 것인가 볕살만큼이나 가벼운 몸이다 배꽃보다 거름냄새 짙게 흩어진 날인데, 오늘이 살아온 날과 살아갈 날이 시소 타는 그날인가 당신만 늙어가는 것 같다고 취로사업도 잃은 아버지는 백주에 약주 아직도 아버지와 적대하는 내게 형님은 나무라는 전화 넣고 당신이 그랬듯이, 이쪽에서 당신을 품어야 할 나이인가 배꽃보다 분뇨 냄새 짙게 흩어진 날인데, 갓 피어나는 것들은 갓 피어나는 그것만으로 아름다운 것인가 몸살 지난 몸처럼이나 가벼운 봄날 바람 깃 같은 몸 데리고 산길 간다 - 장 철문 시 ‘꽃 몸살’ 모두 [산벚나무의 저녁], 창작과 비평사, 2003. * 나이를 더하다 보니 계절에 민감한 몸이 되었나 하고 생각했는데,, 올 겨울을 보내.. 더보기
너를 보듯,, 꽃을 본다. 그립다는 것은 아직도 네가 내 안에 남아있다는 것이다. 그립다는 것은 지금은 너를 볼 수 없다는 뜻이다. 볼 수는 없지만, 보이지 않는 내 안 어느 곳에 네가 남아 있다는 것이다. 그립다는 것은 그래서 내 안에 있는 너를 샅샅이 찾아내겠다는 뜻이다. 그립다는 것은 그래서 가슴을 후벼피는 일이다. 가슴을 도려내는 일이다. - 이정하 시 ‘그립다는 것은’모두 * 7월을 정신없이 보내고 8월의 1/3을 맞으며,, 여전히 명료하지 못한 머리로 쌓였던 일들을 정리한다. 마음만 먹으면 지극히 ‘심풀’한 일들인데,, 미련하게도 접지 못하니 미뤄둔 일처럼 마음에 남아 있었다. 금전적으로 결정하고 Yes or No 라고 나누면 될,, 간단한 일이지만,, 코로나19 와 경기의 불황으로 오는 ‘데미지’가 일의 결정을 미뤄오.. 더보기
홀로 서서 부르는 노래. 아무도 위로해주지 않는 나를 위로하기 위해 혀를 깨무는 아픔 없이 무서운 폭풍을 잠재우려 봄꽃의 향기를 가을에 음미하려 잿더미에서 불씨를 찾으려 저녁놀을 너와 함께 마시기 위해 싱싱한 고기의 피로 더럽혀진 입술을 닦기 위해 젊은날의 지저분한 낙서들을 치우고 깨끗해질 책상서랍을 위해 안전하게 미치기 위해 내 말을 듣지 않는 컴퓨터에 복수하기 위해 치명적인 시간들을 괄호 안에 숨기는 재미에 부끄러움을 감추려, 詩를 저지른다 - 최영미 시 '나는 시를 쓴다' 모두 * 햇살이 좋아서 사무실을 벗어나 거리를 걸으면 '적당한' 이란 단어가 얼마나 소중한지,, 가슴까지 따스해진다. 적당한 온도와 습기, 햇살,, 그리고 나뭇가지를 건드리는 작은 바람, 그리고 적당한 소음.... 두팔을 크게 벌려 하늘로 뻗으며 해바라기.. 더보기
나는 진정 어떤 사람인가?!.....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시가 뭐냐고 나는 시인이 못 됨으로 잘 모른다고 대답하였다. 무교동과 종로와 명동과 남산과 서울역 앞을 걸었다. 저녁녘 남대문 시장 안에서 빈대떡을 먹을 때 생각나고 있었다. 그런 사람들이 엄청난 고생 되어도 순하고 명랑하고 맘 좋고 인정이 있으므로 슬기롭게 사는 사람들이 그런 사람들이 이 세상에서 알파이고 고귀한 인류이고 영원한 광명이고 다름 아닌 시인이라고. -김종삼 시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모두 * 언제부턴가 겸손하지 못한 삶을 살면서 참으로 겸손한 태도를 보이고, 언제부터인가 정직하지 못하면서 천하의 정직한 이처럼 말을 꾸미며,, 언제부터인가 솟구치고 싸우고 가지려 하면서도 모든 욕심을 내려놓은 도인처럼 '허허' 웃으며 가면을 살아왔다. 결코,, 다 비우고 다 버린것이 .. 더보기
그대가 그리울때 부르는 노래. 그대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 견디는 일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내리면 눈길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속을 걸어라 갈대 숲 속에 가슴 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그대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가끔씩 하느님도 눈물을 흘리신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산그림자도 외로움에 겨워 한번씩은 마을로 향하며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서 우는 것도 그대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그대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 견디는 일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그대 울지 마라. 그대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 견디는 일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 정호승 시 '수선화에게 (외로우니.. 더보기
You. 천주교 수위시절 밤중에 수녀관 담에서 나를 부르던 찬모 아줌마 그 뜨거운 옥수수빵 한 조각에 나는 이 세상 사랑을 배웠으니 일일이 열거해 무엇하리오 사랑의 원천은 그렇게 나를 부르는 소리 같은 것이라 여기는 나를 바보 같다고 못난이들이 히죽거릴 때에도 나는 그런 분들을 흉내 내고자 하였습니다. -장영수 시 '묵상' 모두 * 어떤 '대상'의 이름을 부르는게 그립고, 소중한 것이라는 것을 다시금 깨닳는 요즈음 입니다. 사랑했던 사람들을 떠나보낸 빈자리는 쓸쓸한 바람만 휑하니 불어 옵니다. 멀리든, 가까운 곳이든,, '자신의 자리'를 찾는 그 시간과 노력은 온전히 그 자신의 것이기에 같이하고, 보고싶은 마음을 접고 문득, 머리를 숙이고 두손을 모으게 됩니다. 요즘은,,, 참 피부로 체감하는 '불경기' 입니다... 더보기
예인과 여인. 이 세상 뜻있는 남자라면 변산에 와서 하루밤 유숙하고 갈 만하다 허름한 민박집도 많지만 그러나 정작 들러야 할 민박집은 한 군데 지금도 가얏고 소리 끊이지 않고 큰비녀 옥비녀를 쫒았는데 머리 풀기를 기다리는 여인 서해 뻘밭을 끓이는 아아 후끈 이는 갯내음 변산 해수욕장을 조금만 비껴 오르면 부안읍 서림공원 그 아랫마을 공동묘지 바다우렁이 속 같은 고등껍질 속에 한숨 같은 그녀의 등불이 걸려 있다 온몸의 근질근질한 피는 서해 노을속에 뿌리고 서너 물발 간드러진 물살에 창창하게 피는 낚싯줄 이 세상 남자라면 변산에 와서 하룻밤 그녀의 집에 들러 불끄고 갈 만하다 '이화우 훝날릴 제 울며 잡고 이별하던 님' 뻘 속에 코를 처박고 싶은 여름날 아아, 이 후끈 이는 갯내음. - 송수권 시 '이매창의 무덤 앞에서'.. 더보기
통증. 그들의 시선이 내 눈동자를 꿰뚫었을 때 나는 깜짝 놀라 두 눈을 질끈 감았다, 떴다, 간단히 뒤통수를 통과한 시선이 뒷사람의 눈동자에 뒷,뒷사람의 이마에 가슴에 허벅지에 닿기 위해 그들은 내 이마와 가슴과 허벅지를 몇 번인가 꿰뚫었다 나는 유령인가 내 몸이 이렇게 잘 뚫리다니 숭숭 뚫린 구멍이 부끄러워 고개를 숙이고 밥을 먹고 힘껏 차를 마셨다 그들의 시선은 섬광처럼 화려하고 예리하였지만 다행히 내 머리카락은 한 올도 다치지 않았다 백 년 된 무덤 속에서도 썩지 않던 삼단 같은 머리칼을 본 기억이 생생하다 그날 좌담회는 성공적이었다고 일제히 큰 박수를 쳤지만 나를 비롯한 몇 유령급의 손바닥에선 목 쉰 바람소리가 손가락 사이로 간신히 빠져나갔다 다행히 뚫린 구멍의 통증은 아무도 눈치 채지 못했다 언급되지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