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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숲에 들다

눈사람, 부드러운 칼/정호승



사람들이 잠든 새벽거리에
가슴에 칼을 품은 눈사람 하나
그친 눈을 맞으며 서 있습니다
품은 칼을 꺼내어 눈에 대고 갈면서
먼 별빛 하나 불러와 칼날에다 새기고
다시 칼을 품으며 울었습니다
용기 잃은 사람들의 길을 위하여
모든 인간의 추억을 흔들며 울었습니다.
 
눈사람이 흘린 눈물을 보았습니까?
자신의 눈물로 온몸을 녹이며
인간의 희망을 만드는 눈사람을 보았습니까?
그친 눈을 맞으며 사람들을 찾아가다
가장 먼저 일어난 새벽 어느 인간에게
강간당한 눈사람을 보았습니까?
 
사람들이 오가는 눈부신 아침거리
웬일인지 눈사람 하나 쓰러져 있습니다
햇살에 드러난 눈사람의 칼을
사람들은 모두 다 피해서 가고
새벽 별빛 찾아나선 어느 한 소년만이
칼을 집어 품에 넣고 걸어 갑니다
어디선가 눈사람의 봄은 오는데
쓰러진 눈사람의 길을 떠납니다.
 
 
  - '눈사람' 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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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을 버리러 강가에 간다
어제는 칼을 갈기 위해 강가로 갔으나
오늘은 칼을 버리기 위해 강가로 간다
강물은 아직 깊고 푸르다
여기저기 상처 난 알몸을 드러낸 채
홍수에 떠내려온 나무가지들 옆에 앉아
평생 가슴속에 숨겨 두었던 칼을 꺼낸다
햇살에 칼이 웃는다
눈부신 햇살에 칼이 자꾸 부드러워진다
물새 한마리
잠시 칼날 위에 앉았다가 떠나가고
나는 푸른 이끼가 낀 나무가지를 던지듯
강물에 칼을 던진다
다시는 헤엄쳐 되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길대숲 너머 멀리 칼을 던진다
강물이 깊숙이 칼을 껴안고 웃는다
칼은 이제 증오가 아니라 미소라고
분노가 아니라 웃음이라고
강가에 풀을 뜯던 소 한마리가 따라 웃는다
배고픈 물고기들이 우르르 칼끝으로 몰려들어
툭툭 입을 대고 건드리다가
마침내 부드러운 칼을 배불리 먹고
뜨겁게 산란을 하기 시작한다.
 
 
  -'부드러운 칼' 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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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결한 영혼"이란 무엇일까???.... 상처많은 세상에 어떠한 세상의 풍토에도 순결한 영혼을 보고 싶다고 생각하던
젊은 시절이 있었다. 삶의 모습에서 내 자식들은 내가 겪었던 아픔을 겪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모든 부모의 마음이지만,,,
우리의 아이들은 우리가 그러했듯이 아프게 경험하고,,, 새롭게 받아 들이고 걸러내며 '자신'의 모습으로 성장한다. 세상은
자신이 준비하고 노력한 만큼, 자신의 꿈을 펼칠수 있기를 부모의 한사람으로서 기원 한다. 세상엔 음과 양이 있고, 밝음과
어두움이 공존하기에,,, 아이들이 밝음으로 살게 하기위해 부모들은 세상의 밝음으로 이끌어 줘야 마땅하리라.
 
- 수파리(守破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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