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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수염

길을 걷다보니,,,







다친 발목을 끌고 향일암 가는 길
그는 여기 없고
그의 부재가 나를 절뚝거리게 하고
가파른 돌계단을 오르는 동안
절, 뚝, 절, 뚝,
아픈 왼발을 지탱하느라
오른발이 더 시큰거리는 것 같고
어둔 숲 그늘에서는
알 수 없는 향기가 흘러나오고
흐르는 땀은 그냥 흘러내리게 두고
왼발이 앞서면 오른발이 뒤로,
오른발이 앞서면 왼발이 뒤로 가는 어긋남이
여기까지 나를 이끌었음을 알고
해를 향해 엎드릴 만한 암자 마당에는
동백이 열매를 맺기 시작하고
그 푸른 열매에는 손도 대지 못하고
안개젖은 수평선만 바라보다가
절, 뚝, 절, 뚝, 
내려오는 길 붉은 흙언덕에서
새끼 염소가 울고
저녁이 온다고 울고
흰 발자국처럼 산딸나무 꽃이 피고.



  -나희덕 시 '절, 뚝, 절, 뚝,' 모두










입원을 하면서 병원으로 사람들이 찾는게 부담스러워 마늘님에게 아이들에게만 알리고, 양가의 부모님이나 가족들에게 함구하라 일르고 주위에도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일주일간 입원 치료를 받았다. 뭐 미리 각오를 하지 않은것은 아니지만,, 요즈음의 병원은 일정하게 정해놓은 면회시간도 무용지물,, 수시로 방문하는 면회객들로 다인실을 이용하는 환자들은 신경이 무던해야 병도 고치겠다는 생각을 했다. 거기에다 종교를 믿는 사람들이 타인에게 얼마나 배려를 안하는지,, 입원란에 '무교'라 기록하는 이유를 또 나름대로 이해할 수 있었다. '결핵성(비활동) 늑막염' 이틀의 고통스러운 검사결과 밝혀진 병명.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어찌하랴?!,,, 흉관을 삽입하고 3000cc 에 가까운 물을 빼내면서,, 결핵균이 '활동성'이 아닌것으로 위안을 삼기로 했다. 그리 됐더라면 철저히 분리되어 치료를 했어야 했고, 퇴원후에도 요양소로 가거나 시골로 혼자 내려가야 했으니까....

어찌됐든,,, 지병에 더하여 '폐결핵'으로 6개월에서 1년간, 결핵약을 더 하게 되었다. 인턴이나 레지던트나 하도 의사들이 약의 복용이 힘들고 중단이 많다고 주의를 주어서 "그까지것 삼키면 그만" 이라 생각 했는데,, 복용 일주일이 지난 소감은 '약이 독하기는 하다' 라는 것이다. am05;00 에 기상과 함께 식전에 복용을 하는데,, 약 냄새만으로도 '울컥'하는게 있다. 식후 30분에 먹는 신장약까지 총 18알의 알약.... 누구말따나 약으로 배 채우게 됐다. 토요일 퇴원을 하여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을 '가만히' 보니,, 더욱 더 힘을 내야 겠다는 생각에 없는 기운에 스스로에게 "화이팅!" 으로 기운을 복돋아 본다.

토요일 오후와 일요일,, 하루종일 일없이 쉬기만 했는데도,, 기운이 없어 피곤하고 진땀이 난다. 월요일,, 미루어둔 미진한 일들을 처리하며 며칠을 보내니,, 내 체력이 바닥임을 느낀다. 다음주에는 한주정도 쉬어야 할까?!?.... 먹고 싶은것이 많기는 한데,, 막상 앞에 두고 수저를 들면,, 식욕이 없다. 빈둥빈둥,, 잘 놀면서 일주일간 잘 먹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렇게 여유롭지도 못하면서,, 하여튼 6월은 나에겐 '잔인한 달'이 될 모양이다. 이왕 빵구가 날 전망이니 포기하고 쉬며 몸을 회복하는 것도 좋은 생각 이겠지. 그러나 저러나,, 담배도 끊고, 술도 끊어야 한다고(천연 발효주는 한,두어잔)하니,,, 삶이 팍팍해 졌다. 전라도 식당에 가서 '모주'나 한잔 하거나 '막걸리' 한잔, '포도주' 한, 두잔이 고작 이라니!?!,,, 앞으로 1년을 무슨 재미로 살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