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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수염

멈추어지지 않는 삶의,,, 춤사위.




                                           - 바람이,, 부드럽게, 때로 세차게,,, 내 몸을 흔들고 있다.





음악에 몸을 맡기자
두 발이 미끄러져 시간을 벗어나기 시작했어요
내 안에서 풀려 나온 실은
슬슬슬슬 문지방을 넘어 밖으로 흘러갔지요
춤추는 발이
빵집을 지나 세탁소를 지나 공원을 지나 동사무소를 지나
당신의 식탁과 침대를 지나 무덤을 지나 풀밭을 지나
돌아오지 않아요 멈추지 않아요
누군가 나에게 계속 춤추라고 외쳤죠
두다리를 잘린다 해도
음악에 온전히 몸을 맡길 수 있다니,
그것도 나에게 꼭 맞는 분홍신을 신고 말이예요
당신에게도 들리나요?
둑을 넘는 물소리, 핏속을 흐르는 노랫소리,
나는 이제 어디로든 갈 수 있어요
강물이 둑을 넘어 흘러내리듯
내 속의 실타래가 한없이 풀려나와요
실들이 뒤엉키고 길들이 뒤엉키고
이 도시가 나를 잡으려고 도끼를 들고 달려와도
이제 춤을 멈출 수가 없어요
내 발에 신겨진, 그러나 잠들어 있던
분홍신 때문에
그 잠이 너무나 길었기 때문에. 



  - 나희덕 시 '분홍신을 신고' 모두









몸의 상태가 곡선을 그린다. 올라갔다가 추락하고, 추락했다가 오르지 못하고 머물다 조금 상승하고,, 다시 가라 앉는다. 쉬자,, 하고 마음을 다 잡으면서도 눈은, 마음은 사소한 '걸림'을 넘지 못한다. 쉬는 날을 한주를 더 미루고 이곳 저곳 막히고 미루었던 일들을 처리한다. 신용카드를 정리하고 있는데,, 이도 내 마음처럼 쉽지가 않다. 연회비가 많이나가는 L 카드를 어렵게 하나 정리하고 1년여전 한번 불친절한 사고 때문에 1년여를 사용하지 않던 S 카드를 정리하려 마음을 먹으니 7월이 마침 연회비 기간이다. 쓰지도 않는 카드,, 잘 되었다 하고 생각하는데 안내원의 전화가 마침왔다. 잘됐다고 해지 하겠다고 하는데,, 이 아가씨 열성이 담긴 말발이 그야말로 '프로'.... 마음이 약해져 카드를 바꾸고 연회비 1년 면제를 받으며 다시 쓰기로 하니,, 재발행에 평소 일주일 걸리는 카드가 이틀만에 빠르게 도착 되었다. 

정리가 된것이 그래도 주머니에 3 장의 카드가 아직 남아 있다. 1개는 정말 '가지고' 만 있는 쓸모없는 카드인데,, 내 삶에서 정말 쳐 내려고 하지만,, 쳐 내지 못하는 것들이 여러개 눈에, 마음에 들어온다. 항상 계획을 세우고 일년을, 분기로, 월단위로 매일같이 계획하고, 수정을 거듭하며 일들을 진행하지만,, 쳐 내지 못하는 부분이 있고 깔끔하게 정리되지 않는 부분이 남아 있음은 미진한 내 성격 탓이다. 안델센의 '빨간구두(분홍신)' 이던가?! 신지말라는 충고를 무시하고 분홍신을 신은 소녀가 쉬지않고 춤을 추다가 결국에는 스스로 제 발을 자르게 된다는 잔혹했던 동화... 나이가 들면서 알게된 진실은 우리의 삶이, 인생이 때로 이처럼 우리에게 '진실된 충고'를 하는데,, 우리는 때로 무심코, 상황에 따라 뻔히 알면서도 애써 그 충고를 무시한다는 것이다.
 
없이 자란 사람은 대개 공감 하겠지만,, ''몸뚱아리' 하나가 재산"  이란 말은 심한 자조의 한탄이다. 한때 '이 만큼 이뤘다' 하는 성취감도 있었지만,, 뒤늦게 바라보니 자신의 몸을 아끼지 않는것 처럼 바보짓은 없었다. 한번 망가진 몸은 회복이 어렵고 회복이 도히어도 그 몸은 어제의 그 몸이 아니니,, 한번 망가진 몸은 '그상태'를 유지하는것 만도 축복임을 미련하게 알았다. 하지만 사람의 일이란 것이, 먹고 산다는 것이,, 맘처럼, 마음처럼 쉽게 풀어지던가...?!? "그냥 이대로 살다 죽게 내버려둬!",,,  항상 비겁하게, 구차하게 느껴지던 패자의 변명으로 느끼던 변명도,, 그 말의 무게가 실감으로 다가온다. 나도 '분홍신'을 신게 된 것일까? 그리하여 '멈출수 없는 힘'에 이끌려 끝없이 춤을 추다가 마침내 스스로 자신의 발을 자르는 잔혹한 동화의 주인공이 될 것인가?!?


항상... 1%의 희망만이라도 있다면, 다시 시작하라고 말하지만,, 그 말만큼 서로의 상황이, 현실이 쉽지 않음을 안다. 산다는게 언제 한번이라도 쉬운적이 있었던가???.... 이제 체력도, 머리도 밀리지만,, '그래도'하는 '어설픈 프로의식'으로 오늘도 길을 나섬은 아직도 내가 살아 숨을 쉬기 때문이다. 언젠가 지리산의 '내 나무'앞에 서게 되는 날... 난 힘껏 온몸으로 내 나무를 안을 것이다. 온 힘을 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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