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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잠들 때

고3, 그리고 '공부기계'?...






"엄마, 천천히 가요."
아이는 잠이 덜 깬 얼굴로 칭얼거린다
그 팔을 끌어당기면서
아침부터 나는 아이에게 저녁을 가르친다
기다림을, 참으라는 것을 가르친다
"자, 착하지? 조금만 가면 돼,
이따 저녁에 만나려면 가서 잘 놀아야지."
마음이 급한 내 팔에 끌려올 때마다
아이의 팔이 조금씩 늘어난다
아이를 키우기 위해
아이를 남에게 맡겨야 하고
누구가를 사랑하기 위해
다른 것들에 더욱 매달리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을, 그게 삶이라는 것을
모질게도 가르쳐야 하는 것일까.
해종일 잘 견디어야 저녁이 온다고,
사랑하는 것들은 어두워져서야
이부자리에 팔과 다리를 섞을 수 있다고
모든 아침은 우리에게 말한다
오늘은 저도 팔꿈치가 아픈지
막무가내로 울면서 절름거린다
"자, 착하지?"
아이의 눈가를 훔쳐주다가
나는 문득 이 눈부신 햇살을 버리고 싶다.



  - 나희덕 시 '저녁을 위하여' 모두






큰아이가 제 엄마와 또,  다투었다. 엄마는 공부하면서 라디오를 듣는다고, 그렇게 공부해서 제대로 공부가 되겠냐고 야단이고,, 아이는 오후내내 공부하다 쉬는 시간에 잠시 라디오 듣는 것도 뭐라고 한다며,, "내가 공부만 하는 기계냐?" 하는 한탄까지 나왔는데,, 그래도 제 엄마의 성질을 잘 알아서 아침에 학교에 데려다주는 차안에서 내게 푸념하듯 한 소리이다. 미묘한 내 입장에서는 큰 아이를 살살 달래는데,, 그래도 '서로'가 사랑하고 자신의 입장과 마음을 너무들 잘 알고 있다고 믿는다. 고 3이라는 시기가 끝임없는 시험에 연속이고,, 지급의 입시가 우리때 와는 너무 달라진 모습을 하고 있지만, 결국에는 자신의 실력만이 모든 문제를 여는 열쇠이다.

세상의 모든 일처럼, 아이를 키우는 것 역시 참으로 힘이 든다. 매달 모의고사를 보며서 나오는 성적에 따라 울기도 웃기도 하는 큰아이를 보면서,, 나 역시도 아이의 마음과 성과에 따라 더블어 '롤러코스터'를 탄다. 결국에 부모로서 해 줄수 있는 것은 학원을 보내고, 정말 필요한 과목은 과외를 붙이고, 교재를 구해다 주고 밤 늦게 공부할 때에 함께 깨어 가끔 들여다 보아주고,, 이런것 밖에 해 줄것이 없고, 결국에는 본인, 자신과의 싸움이다. 아이에게 고 3이 되어 "난 뭐지? 공부하는 기계인가?" 하는 의문조차 없었다면 진정한 고 3이라 할수 없다고 달래는 말을 했지만,, 가슴이 '짜~~안' 하다. 하지만 장차 무엇을 위해 꿈을 꾸고 이룩하려 한다면 지금의 고 3 이라는 시기는 정말 중요하다. 꿈이 무엇이든 공부가 제대로 되지않고 성공하는 예는 보지 못했으므로.


후에,, 누군가를 사랑하거나 자신의 원하는 일을 하기 위해서도, 자신이 원하지 않는 일들도 더욱 열심히 매달려야 하는게 인생이라는 것을 배우게 되겠지만,, 아버지의 눈으로 힘들어 하고 아파하는 자식들을 보며 "힘내, 넌 할수있어, 홧팅!" 하고 외칠수 밖에 없으니 마음이 애잔 할 수 밖에.... 새삼 느끼는 것이지만, 자식농사 만큼 내맘대로 되지 않는게 없다. 하지만 '세상적인' 모든것을 떠나서 내 딸들의 아버지로서 바라노니, 닥치는 일과 순간에 최선을 다하기를,, 그리하여 훗날에 자신의 모습에 아쉬움이 남지 않기를 바라고 또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