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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사는 이야기

12월의 시 / 최지은

첫눈이 살며시 내렸습니다.




그해의 마지막 밤이었습니다

조금 춥고 적막한 나의 방
창턱에 뜨거운 물 한잔을 올려두고 앉아
간밤의 꿈을 돌이키고 있었습니다 겁먹은 눈으로 등을 맞댄 채 서로를 지키는 두마리의 원숭이가
잠든 내 머리맡에 앉아 있는 걸 내가 다 지켜보는 꿈이었습니다
내 마음 가장 못생긴 시절의 이야기입니다

이 집에서 부모를 잃고
연이어 오랜 사랑도 잃고

살고 싶지 않은 마음이란 뭘까
떠난 부모의 마음을 더듬고 후회하고 아파하고 두려워하며
열세번의 보름달을 바라보고
그런 내가 미워 모든 것이 미치도록 미워지던 그로부터 같은 꿈이 계속되었습니다

오늘 밤 다시 한해의 마지막에 이르러
이 모든 일을 옛일인 양 되돌리며 나만의 원숭이를 부르고 가까이 앉히고
눈이 마주칠 것 같습니다

정다운 나의 원숭이
이제 내 손을 붙잡고 나를 다독이는 듯

인간에게 아픈 과거란
이 작은 손등 위에 올려둔 보석돌 같은 것 아니겠어요
이토록 어여쁘다 해도 품지도 버리지도 못할 것이라면
자기 손을 묶고 발을 묶어 마음을 얼게 하고요 이쯤에서 뜨거운 물 한잔을 끓이며 이상하고 아름답게 일렁이는 하얀 빛깔의 증기를 바라봅니다 천사들이 움직이기 시작한 걸까,
문득 생각해보았습니다 창밖을 바라봅니다
어느새 원숭이들 따라와 창에 붙어 섭니다
자기 얼굴을 들여다보는 것인지 저 너머 또다른 누군가의 꿈을 고르는 것인지 나는 모른 척 눈을 감습니다 내 마음
천사의 속삭임 쪽으로 한껏 기울여

깨끗한 물 한모금 머금어봅니다

- 최 지은 시 ‘십이월’모두


* 해마다 연말이 되면 새삼 느끼는 것이지만 1년의 세월이 화살과 같다. 9월을 지나면서 10월과 11월이 어느새 지나가고 12월의 초순 이네요. 성급한 쇼핑몰에는 벌써 ‘케롤’이 울리고 있네요. 지난주에 시간을 내어 거실을 정리하고 창고에 묶혀 두었던 운동기구 들을 꺼내어 놓고 러닝머신 부터 싸이클링, 스텝퍼까지,, 쌓인 먼지를 딱아내고 건전지를 갈고 곳곳에 윤할유를 꼼꼼하게 뿌려 주었습니다.

12/1일 목요일 새벽, 눈이 제법 쌓이듯 내렸지만 반은 녹아 물로 흘러 내렸습니다. 이제는 따뜻한 음식들이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선선함 입니다. 병원을 들르는 날에는 뜨끈한 국밥으로 한끼를 때우고 코스에 따라서 운동길에 나서다 보면,, 한잔의 따스한 커피가 땡기는 요즘, 그처럼 입에 달고 다니던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포기하고 카페 아메리카노를 진하게 한잔 마시고 나면,, 하루의 일과가 자연스럽게 이어 집니다. 길고 끊질긴 코로나 시국에 모두가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느껴서 인지, 나 부터가 씀씀이가 절반으로 확 줄이고 뭘 구입할 때에도 한번은 더 생각하게 되는 요즈음 입니다.

생활에서 내가 소유하는 물건들을 ‘단순화 하기’가 12월의 내 주제이고 2023년을 관통하는 삶의 핵심이 될 것입니다. 나누고, 정리하고, 단순화 하여 나이를 먹어서도 내 삶의 짐으로, 쓰레기들을 남겨 남들에게 버려지는 내 물건들을 최소화 하자는 생각이 올 겨울을 맞이하며 문득,, 들어 선 화두 였습니다. 모두들,, 건강하고 행복했으면 하고 기원 해 봅니다. 항상…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