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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사는 이야기

오늘의 시 / 바람의 찻집에서


햇살이 감미로운 아침, 뜨거운 커피가 좋다.




바람의 찻집에 앉아
세상을 바라보았지
긴 장대 끝에서 기도 깃발은 울고
구름이 우려낸 차 한 잔을 건네받으며
가장 먼 곳에서 날아온 새에게
집의 안부를 물었지
나 멀리 떠나와 길에서
절반의 생을 보내며
이미 떠나간 것들과 작별하는 법을 배웠지
가슴에 둥지를 틀었다 날아간 날개들에게서
손등에서 녹는 눈발들과
주머니에 넣고 오랫동안 만지작거린 불꽃의 씨앗들로
모든 것이 더 진실했던 그때
어린 뱀의 눈을 하고
해답을 구하기 위해 길 떠났으나
소금과 태양의 길 위에서 이내
질문들이 사라졌지
때로 주머니에서 꺼낸 돌들로 점을 치면서
해탈은 멀고 허무는 가까웠지만
후회는 없었지
탄생과 죽음의 소식을 들으며
어떤 게절의 중력도 거부하도록
다만 영혼을 가볍게 만들었지
찰나의 순간
별동별의 빗금보다 밝게 빛나는 깨달음도 있었으나
빛과 환영의 오후를 지나
가끔은 황혼과 바람뿐인 찻집에서 차를 마시며
생의 지붕들을 내려다보고
고독할 때면 별의 문자를 배웠지
누가 어둔 곳에 저리도 많은 상처를 새겼을까
그것들은 폐허에 핀 꽃들이었지
그러고는 입으로 불어 별들을 끄고
잠이 들었지
봉인된 가슴속에 옛사랑을 가두고
외딴 행성 바람의 찻집에서


- 류시화 시 ‘바람의 찻집에서’ 모두
* 시집3 ( 나의 상처는 돌, 너의 상처는 꽃)
문학의 숲. 2012



** 세상의 기후 온난화의 영향으로 이제는 비가 좋다. 바람이참 좋다. 눈이 내려서 기쁘다. 하는 감정의 표현도 어렵게 됐다. 하기야 이런 세상의 일기가 하루아침에 이루워 졌으리 마는,, 빈부의 격차가 뚜렷한 세상을 살다보니,, 말 한마디도 상처받는 사람이 발생하는 현실의 세계에서 신중한 표현이 중요해지는 요즘이다.

마눌님의 방학과 아이들 직장의 휴가에 맞춰 ‘여름휴가’를 계획 했지만 뒤늦은 장마와 호우로 축축하고 습기에 불쾌한 편하지 못한 여름휴가가 되었다. 컨디션이 좋지않아 나는 휴가를 포기 했지만, 가족들은 3박 4일로 휴가를 다녀왔다. 과하게 내리는 비에,, 휘몰아 치는 비바람에 무더위.., 간간히 비치는 햇살에 감사하며 작은 카페에서 한잔의 커피를 마셨다.

몸이 아픈 사람은 작은 것에 항상, 감사함을 느낀다. 바늘이 아프지 않아서 고맙고, 약이 줄면 감사하며사람들의 아픔과 감정에 민감해진 나를 느낀다. 때론 떠나가는 지인들을 아프게 바라보지만… 다 때가 되었고 제 갈길을 가는 것이다. 아파하지 말자, 쓸쓸해지지 말자. 담백하게 웃자. 나 또한 언젠가 뒷모습을 보일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