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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런 사람

히스토리.


"삶의 지식"- 보고, 듣고, 배우며 찾는 것.
조회(438)
이미지..,love. | 2007/09/04 (화)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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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스토리 - 일상

 

 
 
슬픔이 그대를 부를 때
고개를 돌리고
쳐다보라
세상의 어떤 것에도 의지할 수 없을 때
그 슬픔에 기대라
저편 언덕처럼
슬픔이 그대를 손짓 할 때
그곳으로 걸어가라
세상의 어떤 의미에도 기댈 수 없을 때
저편 언덕으로 가서
그대 자신에게 기대라
슬픔에 의지하되
다만 슬픔의 소유가 되지 말라
 
 
  -류시화 시 '저편 언덕'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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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교회학교 시절에,, 후배중에 어린시절 사고로 두 다리가 절단되어 인공다리를 부착하고 생활하지만,, 항상 밝고 구김없이 생활하는 후배가 있었다. 아버지가 국민학교의 교감선생님 이셨고 여동생과 어머니,, 모두 독실한 기독교 인이라서 그 후배의 장애만 빼면,, 정말 부러운 가정이라 여겼었다. 중학교시절 가정다운 가정의 분위기에 접해보지 못한 나는, 그 집안에 흐르는 어떤 따스하고 정겨운 분위기가 좋아서 주일이면 예배를 마치고 그 후배의 집에 가서 책도 빌려보고 탁구게임도 하고 교회친구, 후배들과 같이 영화도 보러가던 기억이 새롭다. 그당시에 인공 다리를 달고 목발을 짚었던 후배와 영화를 보러가게 되면 영화관의 계단은 왜 그리도 많은지,, 후배를 업고 계단을 오르며 '장애인'으로 산다는 것은 참으로, 정상인과 어울려 함께 살기가 어려운 세상이라 느꼈다.
 
-중, 고등학교, 대학시절,, 악전악식을 했지만,, 군에 갈때에도, 제대후에도 직장에서 별다른 몸에 이상을 느끼지 못하고 건강을 자신했던 나는,, 직장생활에서의 과로와 스트레스에도 불구하고 건강하다고 느꼈는데,, 쓰러지고 말았다. IMF 이후에 계속되던 인원감축과 늘어나던 과다한 업무,, 마눌님 한테도 당시엔 이야기하지 못했지만,, 대표부터 간부진이 하나, 둘씩 정리 되면서 새로운 젊은 CEO가 온다는 소식은 별로 좋은 소식으로 들리지 않았다. 마눌님과 상사의 만류에도 회사를 정리하고 선배들과 작은 사업체를 꾸며 독립 하면서 공장을 세우고, 인원을 늘려서 업무를 분담하고 영업을 하고 납품처를 늘려가면서 어렵지만 하나, 둘씩 사업체가 일어설 때,, 나는 쓰러지고 말았다. '만성 신부전'... 급성에서 만성으로 발전 하는데는 몇일 밖에 걸리지 않는,, 혈액을 일주일에 3~4회씩 3시간 이상 걸러 주어야 살수 있는 병... 장애등급 3급,,, 물도 음식도 마음대로 먹을 수 없고 적정 체중에서 '오버'되면 투석해서 어지러워도 빼내고 적정체중을 유지해야 하는 병,, 투석을 받고 버스에 올라서면 몸이 어지러워 맨 바닥에 쭈그리고 앉으면서도, 보기엔 멀쩡한 내가 장애인이라니,,,,
 
-투석을 하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어느날 다가온 병으로 고통받고 있는 모습들을 보게 되았다. 다행히 신장이식을 받고 지금은 나름대로 건강한 삶을 살지만,, 신장이식 후에 알게된 많은 지식은 '결코 안심할 수 없다'하는 것이였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기에는 이식만 하면 살수 있다는 생각이지만,, 이식 후에도 거부 반응이 없어야 하며 내 장기가 아니기에 5년, 10년 단위로 거부반응이 나타나 다시 투석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신장이식 후에도 손목에 달았던 섹션기를 제거해 주지 않았던 이유를 뒤늦게 알게 되었다. 또한 이식후에 먹게되는 면역억제제와 스트로이드제,, 그리고 많은 약들,, 이러한 약들의 부작용은 몸의 많은 변화를 가져왔고,, 4~5회의 잇몸수술,, 문 페이스,, 몸의 여러 이상증세,, 체력을 기르고자 운동을 하여도, 조금만 과다하면 치수가 올라 주치의의 경고를 들어야 하는,, 그야말로 '조심 조심' 맘을 졸여야 하는 신세가 되었다. 그간의 일회일비 하던 순간은 열거하기 힘들고,, 남편으로 아버지로서 제대로 해주지 못하는 것들에 대한 미안함들이 쌓였다.   
 
-신장이식후 11년.... 남대문 시장의 수입상가에 새로운 삶의 터를 잡고 9년,,,,우연히 투자의 수단으로 사두었던 상가에서, 많은 수입을 가져다 주지는 못했지만 잘 버텨 왔다. 초기에는 장사를 하다가 옛 직장의 후배를 만나서 얼굴을 붉히기도 했고,, 시장상인들의 "배운놈이 몇달이나 버티나 보자" 하는 호기심 어린 비양거림에 두려움도 있었지만 잘 이겨 왔고,, 먹고 살아야 했기에 '근성 있다'는 소리도 들었지만,,,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할까?!,, 철모르는 듯한 마눌님의 이야기나 아이들의 이야기는 젖혀 두더라도 내 스스로의 돌파구를 찾아서 나가야 함을 아는데,,, '새로움'에 선뜻 뛰어들지 못하는 것은 건강을 빙자한 내 자만심인지,,, 내 삶의 '자존심'을 잃을 때는 살아도 산것이 아닌데,,, ㅎㅎㅎ,,, 몇달 남지 않은 2007년을 잘 마무리하며 '새로운 길'을 모색해 보아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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