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는 이런 사람

밤하늘에 등꽃 하나.


어두운 밤 하늘에 등꽃 하나 밝히고....
조회(457)
이미지..,love. | 2007/09/07 (금) 08:19
추천(2) | 스크랩(1)
테마스토리 - 일상



 
 
교실 맨 끝자리
한 아이가 시험지를 받고도 엎드려 있다
살그머니 고개를 들고 시험치고 있는 친구들 구경하다
분홍색 지갑을 꺼내 골또히 만지작 거린다
지나가는 감독 선생님께 살짝 인사도 한다 안녕하세요
수줍은 미소에 선생님도 웃어준다 안녕
아이들은 영어 시험에 정신이 없다
답안지 기표하는 손이 떨리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봄은 늘 두근거리는 첫 시험이다
 
싱그럽게 물오르는 봄나무 같은 아이들은
정작 새싹을 보거나 꽃향기에 취할 시간도 없다
온종일 교실에 드리운 커튼을 걷을 줄도 모른다
줄지어 시험치고 있는 아이들은
아둥바둥 밧줄에 매달린 것 같다
조금 더 조금 더 위로 올라가야 한다
안 그러면 인생은 탄광처럼 캄캄하단다
언제 막장이 무너질지도 모른단다
햇빛 쪽으로 잎을 뻗는 굴광성 식물처럼
아이들은 혼신으로 시험에 생을 건다
좋은 성적은 찬란한 조명이다
그러나 만물에게 공평한 햇빛이 아니다
언젠가 내 발목을 끌어내리려는 누군가가 있다
한순간 저 아래 캄캄벼랑으로 내동댕이 쳐질 수도 있다
지레 겁먹은 어떤 아이들은 끌려내려오기 전에
아파트 옥상에서 훌쩍 밧줄을 놓아버린다
 
정신지체특수반 아이 미란이는 처음부터
그 밧줄을 잡지 않았다 밧줄이 있는지도 모른다
(사실 밧줄 따위는 주입된 환각이다)
일반 아이들과 통합교육으로 같은 교실에서 공부하는
한글도 모르는 미란이에게도 영어 시험지가 주어진다
보지도 않는 시험지는 뒷자리 폐휴지통에 넣는다
한참 혼자 놀던 미란이는 고개 돌려
옆줄 아이에게 입 모양으로만 말을 건다
지영아
지영이는 들리지 않는다
영어 시험이 지금 이 순간 그 아이의 전부다
밧줄을 놓치면 안 된다
모두 경주하러 나가고 햇빛 환한 동산에서
미란이는 혼자 기웃기웃 놀고 있다
좀 심심하다
오늘 친구들은 이상하다 다들 무엇엔가 홀린 것 같다.
 
 
   -조향미 시 '미란이의 시험시간'모두
 
 
---------------------------------------------------------------------------------------------------------------
   -자신있게 환하게 미소짓는 세상을 살아가기를,,,,,               *oz님의 블로그 그림중 인용.
 
 
-우리가 살아가면서 시험이란 필요악 일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시험이 모든이에게 쉬울 수는 없지만,, 꾸준히 준비하고 쉬지 않고 노력하는 사람에게 정직한 결과를 주는 것이 또한 시험이라 믿는다. 요즘에는 많은 변수가 있어서 나름대로 더 노력을 필요로 하지만,, 초등학교 까지는 어느정도 기본에 충실하면 아이들에게 공부하라는 이야기는 하지 않았지만,, 아이들에게 책을 열심히 읽는 버릇을 들이기 위해 마눌님이나 나나 아이들이 필수적으로 읽을 책들이나 아이들이 읽고 싶다는 책은 아끼지 않고 사 주었다. 큰아이나 작은아이 모두 책읽는 것을 다행히도 좋아하여 나름대로 사고의 깊이를 넓힐 수 있었다. 하지만 중3과 초등학교 6학년의 사고의 차이는 대단하여 모두 모여서 차를 마시거나 영화를 보고 이야기하는 시간에 보면,, 현저한 '수준'의 차이가 존재함을 느낄 수 있다. 때로는 아빠와 엄마와 대등한 수준으로 도약하고 싶어하는 '욕심'을 보이지만,, ㅎㅎㅎ,,, 서두르지 말고 충실히 하나씩 나아가기를 권유 해 준다.
 
-작은아이와는 달리 매일 12시를 넘겨야 돌아오는 큰 딸님이 월요일부터 "아빠, 이제부터 시험기간이라 늦게 돌아오니 기다리지 말고 주무세요"하고 이야기 하기에 평소와 같이 1시 30분 정도면 오리라 생각했는데,, 몇일간 피곤한 일이 많아서 12시를 넘기면 아이가 돌아오는 것도 못보고 잠이 들다가 새벽에 깨어보면 돌아와 자는 아이의 모습을 방에서 확인하고는 했다. 어제는 평소와는 달리 2시간쯤 일찍 깨어서 아이의 방을 보니 아직도 돌아오지 않았다. 새벽 am02;05 분,,, 아이의 핸드폰으로 전화를 했다가 받지 않기에 베란다의 창밖으로 도로를 내다보니 어두운 도로에 드문드문 보이는 차량들,,, 지난번 시험에 1등을 한 것이 나름대로는 부담이 되었겠지,,, 다시 2시 30분에 전화를 하니 역시 받지 않는다. 학원으로 전화를 해야하나 하고 생각하는데 엘리베이타의 소리와 함께 키를 누르는 아이의 소리가 들리고,, 염려와는 달리 환하게 웃으며 들어오는 큰 딸님,,, 가만히 어깨를 안아주며 "너무 늦게 오면 힘들지 않니? 뭐 좀 먹을 것 좀 줄까?" 하고 물으니,, "학교에서 돌아오면 1시간씩 자서 힘들지 않아요, 살찔꺼 같아서 괜찮아요," 하며 환하게 웃는다. 간단히 씻고 어서 자라고 이르며 시계를 보니 am02;38분....  중3이 이러하니 고등학교에 올라가면 더 힘들어 지겠지,,, 마음이 짠하며 기특하다.
 
-인생의 순간과 순간에, 삶의 선택의 기로와 기로에서의 시험.... 우리의 인생에서 시험이 아닌 때가 없겠지만,, '학생의 신분으로서 본분에 충실하여 자신의 삶을 사는 큰 딸의 모습에 안심이 된다. 자신의 삶이 힘들고 어렵게 보이면 부모들도 부담이 되고 옆에서 지켜보기에도 안타까운데,, "환하게 웃으며 열심히 생활하는" 아이의 모습에 기특한 마음. 1등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모든 자신의 순간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중요하다고 부담갖지 말라고 이야기 해주며 웃어 주었지만,, 순간순간 자신에게 닥치는 시험의 순간은 힘들고 수없이 싸워야 하는 자아와의 치열한 전투,,, 지윤아 부디 지치지 말고 꾸준히 노력하며 자신의 '얼굴'을 이뤄 가기를,,, 마지막 날에 가면이 아닌 자신이 생각했던 친근한 얼굴로 생을 이루기를,,, 아빠는 기원하고 기도한다.
 
 
 
 

'나는 이런 사람' 카테고리의 다른 글

더블어 산다는 것,,  (0) 2009.07.23
민들레로 피어나도,,  (0) 2009.07.23
천천히 걷기.  (0) 2009.07.22
히스토리.  (0) 2009.07.22
잠에서 깨어,,  (0) 2009.07.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