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는 이런 사람

꽃들 속에서...


나비보다 가벼워진 꽃들 속에서,,,,
조회(451)
이미지..,love. | 2007/08/30 (목) 10:07
추천 | 스크랩(1)
테마스토리 - 일상

 

 
시간은 酸性이다.
아현호프 뒷골목 재래식 화장실에 가보라,
거기 앉아 서럽게 오줌을 누고 있으면
시간이 오래 삭혀낸 무뉘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술꾼들이 함부로 갈기고 간 오줌기와
빗물이 들이치고 간 자리마다 허물허물 피어나는
붉은 꽃, 부서져 내리는 꽃,
화장실 함석문에 피어난 만다라를.
깨진 전등은 아무것도 비추지 않고
까마득한 어둠 속으로 쏟아낸 똥과 오줌은
바닥에 닿는 순간 부식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끝내 부식되지 않는 시멘트벽의 고요 보다는
저 끓어오르는 오물의 냄새가,
녹슨 함석 문짝을 열고 비틀거리며 걸어가는
저 신발 끄는 소리가 오늘밤은 더 좋다.
시간은 신발의 뒤축을 낡게 하면서
스스로도 신발을 끌며 황망히 사라지고 있으니,
그의 뒷모습을 보려거든
아현호프 뒷골목에 있는 재래식 화장실에 가보라,
녹슨 만다라 앞에 쭈그려 앉으면
오체투지로 그려낸 붉은 꽃을 만질 수 있을 것이다.
 
 
  -나희덕 시 '붉은 만다라'모두
 
 
----------------------------------------------------------------------------------------------------------------

 
-지금도 서울의 남대문 시장안에 '삶 터'를 가지고 있는 나는,, 생각해 보면 어려서 부터 시장구경을 좋아했던 것 같다. 철모르던 어린시절 어려운 시기에 오르 내렸던 약수시장,,, 길가에 늘어 놓고 팔던 여러 좌판의 허술한 물건들,, 나물이며, 과일, 스타킹, 양말,, 철지난 책들과 남들이 보고서 되판 만화책 보물섬... 조금 올라가다 보면 회색에서 누렇게 변색되어 보이던 약수극장,, 약수산의 시었던 싱아잎,, 그리고 미로 같던 골목길과 그 골목을 뛰어다니며 놀던 얼굴이 떠오르지 않던 친구들,, 동전 한개인가 두개를 내고 모여서 보던 만화방의 텔레비젼,,, 장춘동의 고생을 몰랐던 어린시절보다 약수동의 한끼, 두끼로 어렵게 때우던 그 시절이 그리운 것은 '어떤 따스함' 때문인데,,, 그것은 무엇이 였을까?!?....
 
-이런 나에게는 여행이나 출장을 가면, 외국이던 우리의 시골이든 꼭 들르는 곳이 '시장 터'인데,,, 날이 갈수록 대형마트에 밀려서 재래식 시장들이 사라지는 모습을 확인 하는 것은 아품이다. 예쁘지도 초라하지도 않은 가을잎새 같은 표정으로 지나가는 행인의 발길을 잡아 끄는 장꾼들의 호객소리는 나라와 언어는 달라도 같은 표정, 같은 활력의 정겨움으로 묻어난다. 산나물, 생선, 약초 뿐만 아니라 집에서 기르던 강아지, 닭, 오골계,,, 이런 것들이 주인을 쫒아와 낯선 풍경속에 날개를 펄럭이거나 팔딱팔딱 뛰어 달아나는 모습은 입가에 가만히 미소를 짓게 한다. 시골장에서 빠지면 섭섭한 것이 "뻥 이요,,,!"하고 고함치고 터치는 뻥튀기 장수, 벛꽃 같이 하얀 튀밥이 구스한 내음과 함께 터지고,, 어릴때 보았던 박박머리의 아이들의 달려듬은 없지만,,, 그 구수하고 아릿한 내음은 여전하다. 뽀글이 파마를 한 주름진 장사꾼 아줌마의 붉은 루즈자국 만큼이나 붉던, 고추장에 풋고추를 찍어 노상에서 옆사람과 먹는 소찬이 정겨운 삶의 내음을 주던 장터,,, 오늘 문득 그 장터가 그리워 상가를 나와 시장을 한바퀴 돌아본다.
 
-" 1000원만 깍아줘요, 에이, 덤 좀 주세요 " 서울장은 시골장만큼 정겨움이 없다, 모두가 물가를 너무 잘알아 '흥정'이 사라졌다. 자기가 알고 있는 가격보다 싸면 사고, 비싸면 묻고 한마디 없이 가버린다. 사람이 없다, 물건과 돈만이 오고 간다. 사람들 마음에 시간이 여유가 그리고 '돈'이 없다. 먹고 마시고 즐길 돈은 있으나 나누고 더하고 빼는,,, 인간의 마음을 지닌 돈이 사라졌다. 세상은 편리해지고 빨라 졌다고 하는데,, 사럼들의 '여유'는 더욱 없어 졌다. 장을 보러가면 미뤄놨던 목욕도 하고 이발도 하고,, 우체국에 들러서 편지도, 물건도 부치고,,, 대목 맡은 곰다방의 미스김의 푸짐한 방뎅이도 한번 두들겨 주고,, 은행일도 봤다가 아는 식당집에 들러서 순대국에 소주도 한잔하고,, 해질무렵 다소의 취기와 흔들리는 버스의 피곤함에 젓어서 장본 보따리를 들고, 동네의 골목을 건들건들 걸어오던 풍경들은 이제는 아렷한 그리움인가?,,, ㅎㅎㅎ,,, 나도 나이를 먹는 모양이다.
 
 



'나는 이런 사람' 카테고리의 다른 글

히스토리.  (0) 2009.07.22
잠에서 깨어,,  (0) 2009.07.22
어두운 하늘.  (0) 2009.07.22
떠나가 보자.  (0) 2009.07.22
인간에의 경이감.  (0) 2009.07.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