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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rbara

홀로 서서 부르는 노래.

사월, 자연이 시를 쓴다.




아무도 위로해주지 않는
나를 위로하기 위해
혀를 깨무는 아픔 없이
무서운 폭풍을 잠재우려
봄꽃의 향기를 가을에 음미하려
잿더미에서 불씨를 찾으려
저녁놀을 너와 함께 마시기 위해
싱싱한 고기의 피로 더럽혀진 입술을 닦기 위해
젊은날의 지저분한 낙서들을 치우고
깨끗해질 책상서랍을 위해
안전하게 미치기 위해
내 말을 듣지 않는 컴퓨터에 복수하기 위해
치명적인 시간들을 괄호 안에 숨기는 재미에
부끄러움을 감추려, 詩를 저지른다


- 최영미 시 '나는 시를 쓴다' 모두




* 햇살이 좋아서 사무실을 벗어나 거리를 걸으면 '적당한' 이란 단어가 얼마나 소중한지,, 가슴까지 따스해진다. 적당한 온도와 습기, 햇살,, 그리고 나뭇가지를 건드리는 작은 바람, 그리고 적당한 소음.... 두팔을 크게 벌려 하늘로 뻗으며 해바라기를 하며,, 문득 '살아서' 존재함에 감사한다. 아직은.... 불같이 뜨거운 커피가 좋다. 이길을 내려가면 길카페의 노마님이 운영하는 수레에서 뜨겁고 진하게 커피를 한잔 타 달라 해야겠다. 아직은 쓸쓸한 사월의 중순, 문득 올려다본 하늘에 미소짓는 얼굴이 그립고, 내 그리움 만큼 가득히 시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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