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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런 사람

항상.. 깨어있으면서 잠들어 있는,,


항상 깨어있는,, 그러나, 항상 잠들어 있는,,, 여행
조회(425)
이미지..,love. | 2008/05/15 (목)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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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이라는 빵을
그는 어제 아침부터 뜯어먹고 있다
삼복더위에 솜바지를 입고
시장 입구 버려진 철제 케비닛에 기대어
하염없이 하염없이 잠을 들고 있다
건어물상을 나와 정육점에 들어갔던 파리는
과일가게 앞 쪼개놓은 수박의 붉은 살 위에 앉았다가
그의 콧잔등에 날아와 잠을 빨아먹고 있다
그러나 굳게 닫힌 그의 두 눈은
잠을 삼키느라 여념이 없고
마를대로 메마른 입술은
잠을 씹느라 움직일 줄을 모른다
그의 팔다리 역시
고픈 잠이 아직 남아 있는지
녹슨 캐비닛보다 더 굳게 잠겨 있다
그는 떰조차 흘리지 않는다
잠시도 잠들지 않는 시장 입구에서
그는 어제부터 잠 말고는 아무것도 들지 않았다
그런데도 너무 많이 먹은 사람처럼
이따금 입 밖으로 흰 액체를 흘려보낸다
그를 둘러싼 공기들이 석회질처럼 굳어간다.
 
 
 
  -나희덕 시 '잠을 들다'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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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 열이 많아서 일까? 만지면 소리를 낼 듯이 메마른 손이,, 두손을 비벼대어 문지르면 메마른 갈대가 부서지듯이 메마른 소리를 낸다. 컴퓨터에 이것 저것 잡다하게 저장해 놓은 파일들을 정리 하듯이 내 몸에 맞는 '최적화' 프로그램은 없는 것일까?! '클릭' 한번으로 불필요한 파일들을 삭제하여 정리 하듯이 내몸의, 내 정신의 필요없는 군더더기를 말끔히 정리하고 싶은 마음이 때로 심한 갈증 처럼 몸을 휩쓸고 지나간다. 이틀에 한번씩 면도를 하면서,, 이틀을 넘기면 수북하게 얼굴을 덮고 자라있는 수염은 아직도 '생육과 소멸'을 거듭하는 '살아 움직이는 나' 를 느끼게 한다. 친구의 말따나 '좀 게을러 져야'하는데,, 몸은 한없이 늘어지고 싶은데,, 정신은 깨어서 일정한 시간이 되면,, '까칠한 모습'을 보이기 싫어 일어나 머리를 감고 세안을 하고 내 몸의 쌓인 하루의 찌꺼기를 씻어낸다. 고요한 침잠(沈潛).. 때로는 식사때 식당의 아줌마에게 주문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대화'라는 것을 하루종일 하지 않을 때 도 있다. 스님들이 '묵언수행'을 하듯이 내 하루에서 쓸데없는 말을 줄인다. 말을 줄이니,, 고민도 번뇌도 줄어드는 듯.. 내 자신을 조용히 바라볼 수 있다.
 
-시간에 쫒기듯이 '먹을 때'가 있다. 하루에 보통 두끼를 먹는데,,, 요즈음은 몸을 가볍게 하기 위해 절식을 하고 있다. 어느 때에는 점심을 제대로 먹고 저녁을 먹기가 귀찮거나 '꼭 먹어야 하나?' 하는 게으른 생각에 간식을 먹거나 허접하게 때우다 보니,, 몸이 제일 정직하게 반응을 한다. 하여 5월 부터는 하루에 두끼는 꼭 몸을 위해 식사를 하려고 한다. 하지만 끼니를 찾아 먹다보면,, '자괴감'에 때로 빠질 때 도 있으니,, 항상 내가 문제이다. 아침에 일어나 주변을 정리하고 물을 두어잔 마신다. 세상에는 '물' 처럼 시원하고 맛있는 것이 있을까? 남의 집이나 식당에 가면 제일 먼저 '김치'를 먹어 보듯이 사찰에 가서는 제일 먼저 샘물을 찾아 시원한 물을 한컵 가득히 담아 메마른 내 몸과 정신을 깨우려 한다. 집집마다 김치맛이 다르듯이,, 절마다 물맛도 다르니,, 세상은 이래서 살만하다는 생각을 한다. 모두가 제 그릇대로 제 맛대로,, 제 생김대로 각자의 쓰임과 오묘한 맛이 있는 것이다.
 
-때로, 깊이,, 정말 죽은 듯이 깊이 잠들고 싶다고 생각한다. 욕심이 없으면 근심이 없고, 잠념이 없으면 의식의 끈을 쉽게 잠재울 수 있다는데,, 아직도 욕심도 잠념도 하고자 하는 욕심이 넘치는 것인지,, 쉽게 나를 재우지 못한다. 때로는 '버려야'하는 것들이 있다, 깊이 생각해 보면 소유한 것이 없으니,, 버릴 것도 없지만은,, 착각속에 사는 인생이니,, 흐르는 물처럼 흘러 가자고 생각한다. 말을 안들어 속을 썩히던 컴퓨터의 프로그램 두어개을 미련 없이 삭제하여 정리하고 새로운 대체 프로그램을 깔고 한걸음 나아가니,, 미련처럼 아둔함이 없다는 생각을 한다. 세상의 눈에서 벗어날 수 없는게 인간의 삶 이지만,, 마음을 내려 놓으니 그래도 조금은 넓은 시야로 세상을, 사물을 바라볼 수 있다. 피곤하지만,, 맑은 눈으로, 마음으로 세상을 보고 싶다. 비가 온 후에 이곳은 날씨가 추워졌다. 2월의 말에 세일로 싸게 사두어 잘 입었던 폴라포리스 등산티가 유용하게 쓰인다. 두꺼운 것과 얇은 것을 각각 두개씩 정말 마음에 드는 가격이라 사서 잘 입었는데,, 지금도 얇은 것은 입을 만 하다. 빨기도 쉽고,,, ㅎㅎㅎ,, 가진게 없으니 몸은 가방 두어개로 짐을 싸고 자유로히 움직일 수 있으나,, 항상 마음이 문제이니,, 마음도 놓아 버리면 이 세상에서 한없이 자유로울수 있을까?!?.... 맛있는 '무채'를 구해서 따끈한 밥에 먹으니,, 이 하나로도 이처럼 만족스러운데, 내 남은 '생활의 삶'에서 더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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