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는 이런 사람

한잔, 또 한잔,,,


그림자와 벗하여 한잔, 그리고 또 한잔,,,
조회(433)
이미지..,love. | 2007/05/11 (금) 21:15
추천(1) | 스크랩(1)

  -나무의 색이 가장 이쁜 이때에,,,                         
 
 
떨리는 손으로 풀죽인 김밥을
입에 쑤셔넣고  있는 동안에도
기차는 여름 들판을 내눈에 밀어넣었다
연두빛 벼들이 눈동자를 찔렀다
들판은 왜 저리도 푸른가
아니다, 푸르다는 말은 적당치 않다
초록은 동색이라지만
연두는 내게 좀 다른 동족으로 여겨진다
거기엔 아직 고개 숙이지 않은
출렁거림, 또는 수런거림 같은 게 남아 있다
저 순연한 벼 포기들
그런데 내 안은 왜 이리 어두운가
나를 빛바래게 하려고 쏟아지는 저 햇빛도
결국 어두워지면 빛바랠 거라고 중얼거리며  
김밥을 네개째 삼키는 순간
갑자기 울음이 터져 나왔다, 그것이 마치
감정이 몸에 돌기 위한 최소조건이라도 되는 듯,
눈에 즙처럼 괴는 연두
그래, 저 빛에 나도 두고 온 게 있지
기차는 여름 들판 사이로 오후를 달린다.
 
 
  -나희덕 시 '연두에 울다'모두
 
 
-------------------------------------------------------------------------------------------------------------------

-밤은 나를 기쁘게도 하고 슬프게도 하며 생각의 나래를 펴고 옛길을 헤메이게도 한다. 이승과 저승의 사이에 이름없는 들꽃으로 피어나 사십 하고도 몇해,, 지금 내손에 남은 것은 낡은 수첩과 펜 하나. 미소 지은 탈로서 울고 있는 얼굴을 대신 했다. 지금까지 간직했던 것은 모두 거짓이란 생각을 가져 본다. 타락하지 않고 살수 없다는 생각이 뇌리를 엄습할 때,, 마지막 도피처로 생각했던 것이 술과 담배 였다. 그것들에 의지해서 나 자신을 잊고 싶어서 였다. 춥고 암울했던 대학시절,,, 한쪽에서는 민주화를 외치며 돌이 날으고 최류탄이 터질때, 또 한쪽에서는 내일을 위하여 공부하고 준비하자는 친구들이 있었고,, 이것도 저것도 할수 없이 하루하루를 먹고 살기위해 공사판과 온갖 아르바이트를 찾아 헤매던 초라한 젊음이 있었다. 담배를 끊은지 20 여년,, 이제는 담배 연기만 맡아도 기침이 나고 머리가 아프지만, 그래도 술은 끊지 못하고 있다. 이식수술전에 일년 가까이 투석을 하며 술을 끊었을때,, 그 고통의 시간속에서도 투석시간에 술을 마시고 해서 몸무게가 늘어 혼나던 젊은 친구를 이해한다. 내가 이식을 한다는 소식에 무척 부러워 하던 그 젊은친구,,,
 
-이 세상의 남자중에 가장 불쌍한 사나이를 꼽으라면 난 돈키호테를 꼽곤 했다. 한번도 갖고 싶은 것을 가져 본적이 없고 한번도 이겨 본적이 없는 사내, 왠지 그와의 묘한 동질감이 내게 흘러서 그를 좋아하는지도,,, 모른다. 그도 지금 세상에 있다면 TV로 프로축구 중계를 보며 열을 내고 그럴까?! 때로는 홀로 술을 마신다. 누군가 혼자서 술을 마시기 시작하면 알콜중독 1기라 하던데,,, 그럼 난 제법 연수가 올랐는데 폐인이 되야 마땅하리라,,, 허나 난 술의 양을 꼭지키는 편이고 혼자서 마실 때에는 1병을 넘지 않는다, 그리고 안주없는 술은 마시지 않는다. 가끔가다 퇴근길에 비가 내릴때,, 왠지 분위기가 따스해 뵈는 술집을 발견할 때,, 술집의 안주가 마음에 들고 정갈할때 그리고 음악이 너무 좋을 때,, 술을 마신다. 마음이 맞는 친구를 만나면 밤을 새워 마시기도 했지만 내 주량과 취함은 동일하다. 비가와 조금은 어둡고 가라앉은 날, 짙어지는 어둠을 보며 잔을 들고 싶다. 심수봉의 '사랑밖엔 난 몰라'도 좋고 바이올린 연주의 '지고네르 바이젠'도 좋다. 왠지 내 자신이 자신이 없어질 때, 조금 취한 눈으로 세상을 보면 세상은 제법 만만해 보이고 살만한것 같다. 돈키호테처럼 살고 싶다고 생각 해 본다.
 
 
  
 

 

'나는 이런 사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산다는 것은,,,  (0) 2009.07.17
변화.  (0) 2009.07.17
바람이 불고, 비가 올 때,,,  (0) 2009.07.17
사랑은,,,  (0) 2009.07.15
입하!  (0) 2009.07.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