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 숲에 들다

주름 / 장 옥관






돋보기 쓰고 아내를 보니 온 입가에 잔주름이다

주름진 것들은 모두 슬프다

 

갓 태어난 딸아이 물미역 처럼 쪼글쪼글한 얼굴에도,

누운지 삼일 만에 흰 나비로 빠져나간 어머니의

무명이불에도 지울 수 없는 주름이 잡혀 있었다

 

힘줄 튀어 나오도록 꽈악, 꽉 움켜 쥔 젊은 날 주먹의

안쪽에도 분명 주름이 울고 있었을 것이다

 

주름의 갈피마다 스며들었던

눈물이여, 슬픔이여

 

꿈이든 사랑이든, 한순간 팽팽히 부풀었다 꺼진 것들에는

필시 주름이 잡혀 있을 터

 

침대 위 던져 놓은 아내의 낡은 브래지어 캡에도

보프라기 인 주름이 자잘하게 잡혀있다.

 

- 장옥관 시 '주름' 모두

 

 

 

*언젠가 부터 마눌님의 눈가의 주름이 예뻐 보이기 시작 했다면 '오버' 일까?!  보톡스다, 성형이다 하여 팽팽한 미인들 보다는 자연스레 세월을 함께 한 내자의 잔주름 아름답다. 나무에 물이 올라,  연두의 새잎 들이 선명하고, 다투어 고운 꽃 들이 피어나 지천이 꽃 천지다. 문득 시인의 글을 읽다가 아내가 좋아하는 노란 후라지아꽃 이라도 한다발 사다 줘야 겠다는 생각이 듬은, 도둑이 제발 저린 격 일까!?  밝고 환함이 꽃 처럼 피어나는 5월,, 가까이 있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조금 더 사랑해야 겠다.

 



 

'시 숲에 들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내 / 박재영  (0) 2013.05.25
내가 죽어보는 날 / 조오현  (0) 2013.05.18
사람들은 왜 모를까 / 김 용택  (0) 2013.04.28
사는 이유 / 최영미  (0) 2012.08.16
서울역 그 식당 / 함민복  (0) 2012.08.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