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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숲에 들다

서울역 그 식당 / 함민복

 

 

 

 

 

그리움이 나를 끌고 식당으로 들어갑니다


그대가 일하는 전부를 보려고 구석에 앉았을 때


어디론가 떠나가는 기적소리 들려오고


내가 들어온 것도 모르는 채 푸른 호수 끌어


정수기에 물 담는데 열중인 그대


그대 그림자가 지나간 땅마저 사랑한다고


술 취한 고백을 하던 그날 밤처럼


그냥 웃으면서 밥을 놓고 분주히 뒤돌아서는 그대


아침, 뒤주에서 쌀 한바가지 퍼 나오시던


어머니처럼 아름답다는 생각을 하며


나는 마치 밥 먹으러 온 사람처럼 밥을 먹습니다


나는 마치 밥 먹으러 온 사람처럼 밥을 먹고 나옵니다.




    - 함민복 시 '서울역 그 식당' 모두




 

* 먹고 사는게, 제일 큰 일 인데 먹을 만한 식당들이 하나, 둘씩 사라져 간다. 둘러보면 제법 맛이 있고, 주인들도 무난 했음에도 인건비나, 오르는 가게세에 버티지 못하고 아쉬워 하는 단골들을 뒤로 하고 사라져 버린다. 학창시절 부터 이어져오던 이모들이 하나, 둘씩 사라져가고 낯설고 말설은 연변아줌마 들만 남았다. 밥을 먹는것은 정을 채우는 일이기도 한데, 밥은 남고, 정이 없어 쓸쓸하구나! 사람 사는 일이 계산속 일 수 만은 없는데,, 속을 밥으로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이 허전함은 무엇인지?! 오늘은 어디에서 이 빈 속을 채워야 할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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