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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숲에 들다

사는 이유 / 최영미

 

 

 

 

 

 

투명한 것은 날 취하게 한다

시가 그렇고

술이 그렇고

아가의 뒤뚱한 걸음마가

어제 만난 그의 지친 얼굴이

안부없는 사랑이 그렇고

지하철을 접수한 여중생들의 깔깔웃음이

생각나면 구길수 있는 흰 종이가

창밖의 비가 그렇고

빗소리를 죽이는 강아지의 컹컹거림이

매일 되풀이 되는 어머니의 넋두리가 그렇다

누군가와 싸울 때 마다 난 투명해진다

치열하게

비어가며

투명해진다

아직 건재하다는 증명

아직 진통할 수 있다는 증명

아직 살아있다는 무엇

투명한 것끼리 투명하게 싸운 날은

아무리 마셔도 술이

오르지 않는다.

 

 

 

- 최영미 시 '사는 이유' 모두

 

 

 

 

 

* 살수록 '투명한 것'을 잃어 가는 것처럼 느끼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누구의 말처럼 '노회'하여 이제는 스스로를 정화하는 것을 스스로 버린 것일까?!, 친근한 벗들도 하나, 둘 세상을 등지거나 떠나가고,, 그래도 여전히 나는 소년을 꿈꾼다. 사랑을, 사람을 믿는다. 아직도,, 여전히 나의 하루, 하루의 삶은 치열하고 뜨겁기만 한데,,, 어른들이 이야기 하시던 그 이야기 "너도 나이먹어 봐라" 하신 그 사자후가 크게 현실로 다가온다. 창 밖에는 무더운데, 제법 비가 굵게 내린다. 아이들이 커갈수록 대견함은 커져 가는데,, 내가 나이가 먹었구나! 사전 몇권을 외우던 머리가 이제는 단어 하나를 기억못해 사전을 수없이 뒤져댄다. 아직도,,, 치열하게 싸우고 이겨내야 할것 들이 많이도 존재 하는데 문득, 슬픔은 무엇일까?.... 오늘은 내 자신과 대열차게 싸워볼까? 내 자신에 진정으로 진통하며 아파볼까? 그리하여 마시고, 마셔서,, 한번은 내 정신을 놓고 깨어나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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