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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숲에 들다

아내 / 박재영




다림질 하던 아내가 이야기 하나 해 주겠단다



부부가 있었어. 아내가 사고로 눈이 멀었는데, 남편이 그러더래.

언제까지 당신을 돌봐줄 수는 없으니까 이제 당신 혼자 사는 법을

배우라고. 아내는 섭섭했지만 혼자 시장도 가고 버스도 타고 제법

불편함 없이 지낼 수 있게 되었대. 그렇게 1년이 지난 어느 날 버스에서

마침 청취자 사연을 읽어주는 라디오 방송이 나온 거야. 남편의 지극한

사랑에 관한 이야기였는데 아내가 혼자말로 그랬대. 저 여자 참 부럽다.

그 말을 들은 버스 기사가 그러는 거야. 아줌마도 참 뭐가 부러워요.

아줌마 남편이 더 대단하지. 하루도 안 거르고 아줌마 뒤만 졸졸 따라

다니는구만. 아내의 뒷자리에 글쎄 남편이 앉아 있었던 거야.



기운 내 여보



실업자 남편의 어깨를 빳빳이 다려주는 아내가 있다.

영하의 겨울 아침이 따뜻하다.


-박재영 시 '아내'모두

 




* 나이를 먹으면서 인정하는 하나 는, 아내가 나보다 더 현명하다 는 사실이다. 학문이나 세상적인 지식은 내가 앞선다 하지만, 결국에 모든 일의 배후에는 부처님 손바닥이 아니라 아내의 손바닥 안에서 '놀아난' 격 이란 자각에서 때로 실소 하지만, 걸국에는 그것이 '옳은 일 '이다 란,  깨닳음(?) 이다. 부부가 서로 닮아가고 서로 가슴으로 인정하게 되면, 상대가 아프다. 삶을 산다는 것은 거창 한 듯 말 하지만, 작은 것이 모여 큰 것을 이루고, 부드러운 것이 결국에는 강한 것을 움직인다. 결국에는 소통이며, 조화이다. 부부가 옳게 사는 모습은 결국에는 나를 양보하고 상대를 높이는 일이다. 그래서 현자는 "대접 받고자 하는 자 남을 먼저 대접하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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