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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런 사람

자화상 - 선과 악의 한얼굴.


자화상(自畵像) - 선(善)과 악(惡)의 한 얼굴. 여행
조회(711)
이미지..,love. | 2008/04/14 (월)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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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침에 일어나 이빨 닦고 세수하고 식탁에 앉았다
(아니다, 사실은 아침에 늦게 일어나 식탁에 앉았더니
아내가 먼저 이 닦고 세수하고 와서 앉으라고 해서 나는
이빨 닦고 세수하고 와서 식탁에 앉았다)
다시 뎁혀서 뜨거워진 국이 내 앞에 있었기 때문에
나는 아침부터 길게 하품을 하였다.
소리를 내지 않고 하악을 이빠이 벌려서
눈이 흉하게 감기는 동물원 짐승처럼
 
 
하루가 또 이렇게 나에게 왔다
지겨운 식사(食事), 그렇지만 밥을 먹으니까 밥이 먹고 싶어졌다
그 짐승도 그랬을 것이다: 삶에 대한 상기(想起), 그것에 의해
요즘 나는 살아 있다
비참할 정도로 나는 편하다: 나는 아침에 일어나 이빨 닦고
세수하고 식탁에 앉아서 아침밥 먹고
물로 입안을 헹구고(이 사이에 낀 찌꺼기를 양치질하듯
볼을 움직여 물로 헹구는 요란한 소리를 아내는 싫어했다
내가 자꾸 비천해져 간다는 주의를 주었다) 소파에 앉았다
그러나, 소파!
'소파'하면 나는 '비누' 생각이 났다가 또 쓸데없이
'부드러움'이라는 형용사가 떠오르다가 '거품 - 의자'가 보인다
의자같이 생긴, 젖통이 무지무지하게 큰 구석기 시대(舊石器時代)의
이 다산성(多産性) 여인상은 사실은 비닐로 된 가짜 가죽을 뒤집어쓰고 있는데
'오우 소파, 나의 어머니!' 나는 속으로 이렇게
영어식으로 말하면서, 그리고 양놈들이 하듯 어깨를 으쓱해 보이면서
소파에 앉았던 거디었다
나는 오늘 아침 일어나 세수하고 밥먹고 소파에 앉았다
소파에 앉으면 거실이 번역극(飜譯劇) 무대 같다
중앙에 가짜 가죽소파 하나, 그뒤엔 9시를 가르키고 있는
괘종시계가 걸려있고 세잔느풍(風) 정물화 한점, TV세트,
창(窓)을 향한 행운목(幸運木) 한 그루, 그리고 폼으로
갖다 놓고 읽지도 않는
카를 마르크스 <<자본론>>(모스코바, 프로그레스 출판사) 양장본 3권이
가로로 쓰러져 있는 서투른 서가(書架)와 끊임없이 부글거리는 수족관:
그렇지만 이 무대에서 번역될 만한 비극은 없다
다만 한 사나이가 아침에 일어나 세수하고 밥 먹고 소파에 앉았다
젊었을 적 사진으로는 못 알아보게 뚱뚱해진
손가락 하나 움직이는 것을 싫어하는
최근엔 입에서 나쁜 냄새까지 난다고 아내에게 비난받은 바 있는
이 사나이가 멍하니 소파에 앉아 마치 동물원 짐승이 그렇게 하듯이
하품을 너무 길게 하고 눈물이 난 눈을 두 번 깜, 빡, 깜, 빡하고 있을 때
무대 왼편(주방)에서 그의 아내가 등장했으며 그녀가 소파에 걸터앉아
그의 턱을 쓰다듬어 주면서 면도 좀 하라고 하자
그가 아내를 껴안으면서 '엄마!'라고 불렀을 뿐이다
하마터면 피아니스트가 될 뻔했던 아내가 출장 렛슨 나가기 전에
그에게 와서 나를 어루만져 줄 때가 나는 좋다
나는, 아내가, 소파에 앉아있는 그의 머리카락을 컷트해 줄 때
혹은 그를 자기 무릎에 눕혀 놓고 내 귓밥을 파줄 때, 좋다
아침마다 그에게 녹즙을 갖다 주고 입가에 묻은 초록색을 닦아 주자
나는 그녀를 보면서 방그레 웃었다
나는, 아내가 그를 일으켜 주고 목욕시켜 주고 나에게 밥도 떠먹여 주고
똥도 받아주고, 했으면 좋겠다
나는 그의 남은 생(生)을 그녀에게 몽땅 떠맡기고 싶다
가끔 햇빛을 받고 싶어하므로 창문을 열어 줄 필요만 있을 뿐
동정할 수는 있어도 책임을 물을 수 없는 이 행운목 나는
이 병실(病室)에서 나가고 싶지 않다
 
 
나는 오늘 아침에 일어나 세수하고 밥 먹고 소파에 앉아서
아내가 나갔기 때문에 하루 종일 집에서 혼자서 놀았다
비계 덩어리인 구석기 시대 어머니상에 푸욱 파묻혀서
괘종시계가 내 여생을 사각사각 갉아먹는 소리를 조용히 들었다
너무 많이 남아도는 나의 시간들이 누에 똥처럼 떨어졌지만
나는 수락했다, 이것도 삶이며
이제는 그것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걸
사람이 희극(喜劇)이 되는 것처럼 견딜 수 없는 일이 있을까마는
그러므로 무의(無爲)는 내가 이 나머지 삶을 견딜 수 있게 하는 격(格)이랄까
사람이 만화가 되어서는 아니 되기 때문에
비록 사나이 나이 사십 넘어서 '내가 헛, 살았다'는 깨달음이
아무리 비참하고 수치스럽다 할지라도, 격조있게,
이 삶을 되물릴 길은 내가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
이것 인정하기 조금 힘들지만
세상에 조금이라도 복수심을 갖고 있는 자들의 어쩔 수 없는 천함보다야
무의도식배(無爲徒食輩)가 낫지 않겠는가! 나는 소파에 앉아서 하루 종일,
격조있게, 놀았다
탄식하는 시계가 분침과 시침믈 벌려
역광을 받는 공작새처럼 화사한 오후를 만들고
내가 손대지 않은 무구(無垢)한 시간을 뜯어먹은 누에가
다른 종류의 생을 예비하는 동안
수족관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내 얼굴에
횡(橫)으로 도열한 수마트라 두 마리, 열대어 화석처럼 박혀 들어왔을 때
나는 내가 담겨 있는 공기족관(空氣族館)을 느꼈다
거기서 나는 고기처럼 또 하품을 했고
MBC 뉴스 데스크에서는 전 해군참모총장이 검찰청 앞에서
검은 라이방을 쓰고 사진 기자들에게 포즈를 취하는 거디였다
 
 
내가 '오우 소파, 마마미야!' 외치면서 소파에서 벌떡 일어난 것은
아내가 돌아왔기 때문이다(그녀는 무대 오른쪽에서 등장했다
슈퍼마켓에 들렀는지 식료품 봉다리를 들고)
나는 오늘, 밥 먹고 TV 보고 잤다
자기 전에 아내가 이 닦고 자라고 해서 이빨도 닦았다
화장실 앞에서 전 해군참모총장처럼 포즈를 취했더니
아내가 쓸쓸하게 웃었다는 것도 적어야겠다
아 참, 오늘 날씨는 대체로 맑았고 서울과 중부 지방 낮 28도 였다
내가 안방 문을 열면 무대, 불이 꺼진다
어둠 속에서 한 사나이가 외친다; '지금, 옥수수밭에 바람 지나가는
소리, 들리지? 저 15층 아래 강으로 나는 가고 있어
밤에는 강이 긴 비닐띠처럼 스스로 광채를 낸다는 걸 이제야 알았어!
가련한 공기족(空氣族)들이여, 안녕, 빠이빠이!
 
 
 
  -황지우 시 '살찐 소파에 대한 일기(日記)'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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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저믈었을 때 예수께서 열두제자와 함께 식탁에 앉아 같이 음식을 나누시면서
"나는 분명히 말한다. 너희 가운데 한 사람이 나를 배신할 것이다. " 이 말씀에 제자들이 몹시 걱정이 되여 저마다 "주님, 저는 아니겠지요?" 하고 물었다.
 
-예수께서 말씀 하셨다. "지금, 나와 함께 그릇에 손을 넣는 사람이 바로 나를 배신할 것이다.
사람의 아들은 성서에 기록된 대로 죽음의 길로 가겠지만, 사람의 아들을 배신한 그사람은 화를 입을 것이다.그는 차라리 세상에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더 좋을 뻔 했다." 그때에 예수를 배반한 유다도 나서며
"선생님 저는 아니지요?" 하고 묻자, 예수께서는 "그것은 네 말이다"하고 대답하셨다.
 
-그들이 음식을 먹을 때에 예수께서 빵을 들어 축복하시고 제자들에게 나누어 주시며
"받아 먹으라, 이것은 내 몸이다" 하시고 또 잔을 들어 감사의 기도를 올리시고 그들에게 돌리시며
"너희는 모두 이잔을 받아 마셔라, 이것은 나의 피다. 죄를 용서해 주려고 많은 사람을 위하여 내가 흘리는 계약의 피다. 잘 들어 두어라, 이제부터 나는 아버지의 나라에서 너희들과 함께 포도주를 마실 그날까지  결코 포도로 빚은 것을 마시지 않겠다"하고 말씀 하셨다.
 
 
       -마태오 26장 20~29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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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1년, 로마교황청으로 부터 새로지어진 수도원의 벽화를 당시에 이태리에서 명성이 높던 다빈치에게 부탁했는데,, '성서 속에서 예수와 12제자의 마지막 만찬 광경'을 벽화로 그려달라고 부탁하게 된다. 부탁을 받은 다빈치는 그때부터 실제로 그림의 모델로 쓰일 삶들을 찾아다녔다고 하며, 1492년 엄선 끝에 '깨끗하고 선하게'생긴 19세의 젊은이를 찾은 뒤에 본격적인 작업에 착수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후 6년에 걸쳐서 11명의 제자그림을 모두 다 완성한 다빈치는 마지막으로 예수를 밀고한 가롯유다의 모델을 찾아다녔는데, 다빈치가 유다의 모델을 찾는다는 소식을 듣게 된 로마의 시장이 "로마의 지하감옥에 있는 수백명의 사형수 가운데 모델을 찾아보라"는 말에 그곳에서 가장 잔인하고 악랄한 살인을 저지른 사형수 감옥을 방문한 후, 그곳에서 한죄수를 선택하게 되었다.
 


 
 
-1500년 전, 유대 제사장과 바리세인들에게 은화 40닢을 받고 예수를 팔아넘긴 못된 사람의 얼굴을 묘사한 다빈치는 몇달에 걸친 작업을 통해 유다의 모습을 완성 후 "모델은 이제 감옥으로 가도 좋다" 하고 말하자, 다시 감옥으로 향하다 다빈치에 달려들어 무릎을 끓은 살인범은 다빈치에게 자신을 모르겠냐고 게속 물은 뒤, 다빈치가 "난 당신같은 사람 내 인생에서 만난적이 없다"고 하자, 순간 살인범은 완성된 '최후의 만찬'을 가르키며 "저기 저 그림속에 그려진,, 6년 전의 예수의 모델이 나였소..."라고 외쳤다고 한다. 이 얼마나 무서운 아이러니 인가!?!
 

 
 
-그처럼 '깨끗하고 성스럽게' 생긴 젊은이가 로마 최악의 살인마로 돌변했다는 이 아이러니,,, 이후에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이 충격으로 예수에관한 그림은 더이상 그리지 않았다는데,, 이런 연후로 사람에 대한 평가나 판단은 신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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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내가 평균은 되는 줄 알았다. 한창인 시절에 그래도 탑(TOP)에 들었고 남보다 명석 했으며, 판단력이나 여러가지 세상적인 면에서 앞서가고 있었으니,,, 이제 병들고 50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니, 세상엔 잘난 사람도 열등한 사람도 없고 모두 똑 같다는 사실, 비우고 스스로 낮아질수록 커지고 깊어지는 것이 사람임을,, 한없이 강해지기 보다는 끝없는 겸손과 양보를 통해 낮아져 물과 같이 모든것을 포용하고 거름이 올바른 인생이라는 생각에 도달했다. 끝없는 긍정과 끝없는 부정... 이러한 끝없는 반복은 때로 우울하지만 지루한 삶에 액센트와 같은 것, 때로는 화사한 햇살에 피어난 색고운 연약한 봄꽃에 눈물이 나지만.... 난, 나는 치열하게 내 삶의 하루 하루를 살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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