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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런 사람

일상.


향긋한 가을 바람에 머리를 날리며....
조회(404)
이미지..,love. | 2006/09/11 (월)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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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구나무 그늘로 얼굴을 가리고, 병원 뒤뜰에 누워, 젊은 여자가
흰옷 아래로 하얀 다리를 드러내 놓고 일광욕을 한다. 한나절이
기울도록 가슴을 앓는다는 이 여자를 찾아 오는 이, 나비 한마리
도 없다. 슬프지도 않은 살구나무 가지에는 바람조차 없다.
 
나도 모를 아품을 오래 참다 처음으로 이 곳에 찾아 왔다. 그러나
나의 늙은 의사는 젊은이의 병을 모른다. 나 한테는 병이 없다고
한다. 이 지나친 시련, 이 지나친 피로, 나는 성내서는 안된다.
 
여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옷깃을 여미고, 화단에서 금잠화 한포기를
따 가슴에 꽂고 병실 안으로 사라진다. 나는 그여자의 건강이.......
아니 내 건강도 속히 회복 되기를 바라며 그가 누웠던 자리에 누워
본다.
 
 
  -윤동주시 '병원'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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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어두운 새벽에 일어나, 창 너머로 보이는 도로에는 길을 밝히며 달리는 라이트 불빛 서넛,,,,이처럼 새벽을 여는 이들의 발길은 오늘도 어김없이 조용히 시작되고 있다. 오늘은 병원에 한달에 한번 받는 검사를 위해 일찍 집을 나섰다. 매일 1400번만 타다가 모처럼 지하철을 타기 위해 길을 달리 하여 산책로를 따라 힘있게 걸어 간다. 산책로를 따라 걸어가면 일반도로 보다는 돌아가는 길이지만 아침마다의 출근길과 퇴근길이 운동량의 전부인 나는 조금 더 늘어난 산책로의 길이 싫지만은 않다. 뺨을 스치는 싱그러운 바람은 길가에 핀 이름모를 들꽃과 코스모스,,, 들국화의 향기와 어울려져 쌉싸라한 향취를 나에게 전해 준다. 하루에 평균 10정거장~11정거장, 때로는 귀찮아 지거나 피곤함을 핑계로 걷고싶지 않은 때도 많았지만,,,, 용하게도 1년이 가깝게 잘 지켜왔다.
 
-부평역에서 급행으로 바꿔타고 대방역에서 내린다. 다시 대방역에서 병원으로 가는 셔틀버스를 갈아 타거나, 다시 병원까지 다리를 건너 소로를 따라 걷는다. 전에는 새벽 등산을 가까운 암자까지 하거나 조깅을 하거나, 테니스등,,, 여러 운동을 시도 했으나 치수가 자꾸 오르는 관계로 주치의사의 권유로 이제는 걷기 운동만을 한다. 병원으로 향하는 소로를 따라 걸으며 언제까지 이길을 걸어야할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든다. 수술 후 근 9년을 이길을 오고 갔다. 한때는 음식조절에 일 조절, 스트레스 조절,,,,하지만 수술 후 다시 재발이 되어 투석을 다시 할지도 모른다는 얘기도 듣고,,,,이렇게 어렵게 조절 해도 크로아틴수치가 오른다면,,,, '평상심'으로 돌아가자는 생각을 했다. 이후에 병세의 진행이 멈춰서 지금은 한숨을 돌렸지만,,,, '마음'을 비우고 그저 '운명'에 순명하자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열심히 산다. 병원에 내려 이제는 익숙해져 친숙한 병리사들에게 팔을 맡기고 피를 뽑는다. 진한 선홍색의 핏방울이 주사기에 가득차고,,, 며칠 후 검사결과에 따라 약이 더해지고, 빼지겠지,,,,
 
-그래도 나는 사무실에 들어가기 전에 먹는 고민을 한다. 커피에 베이글을 먹을까?, 해장라면을 먹을까??, 사무실에 넣어둔 선식으로 간단히 때울까???,,,, 나는 이런 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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