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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잠들 때

어느날,, 두팔 곧게 벌린 나무처럼...







절망의 꽃잎 돋을 때마다
옆구리에서
겨드랑이에서
무릎에서
어디서 눈이 하나씩 열리는가

돋아나는 잎들
숨가쁘게 완성되는 꽃
그러나 완성되는 절망이란 없다

그만 지고 싶다는 생각
늙고 싶다는 생각
삶이 내 손을 그만 놓아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


....... 그러나 꽃보다도 적게 산 나여,



  - 나희덕 시 '고통에게 2' 모두




온몸이 너무 피곤하게 느껴져,, 손끝에서 발끝까지 통증이 엄습 할 때에 가만히 사무실을 나서 남산의 산책길로 올라선다. 높고 푸른하늘 위에 하얀구름이 두어송이 엷게 떠 있고,, 나른하게 아려오는 아품을 누루기 위해 아무도 없는 주위를 살피곤 벤치에 눕는다. 아~~ 하늘이 저렇게 내머리 위에 낮게 떠 있다. 조금은 몽롱한 의식속에서 주위에 꽃향기가 느껴진다. 푸릇하고 비린듯한 풀내음도,, 오월의 찬란하고 아름다운 한나절, 나는 왠지 어지러워 누웠다. 잠시 그렇게 편하게 누워 뺨을 간지르는 바람과 주위를 조용히 오고 가는 소수의 사람들과 나를 가만히 보고있는 꽃과 나무들... 기분좋은 피로감이 몰려온다.

잠시, 잠이 들었었나 보다. 5분이 조금 넘은 짧은시간,, 몇시간이 넘게 잠이 든듯 머리가 개운 해 졌다. 잠시 벤치에 앉아 이제는 제법 많아진 오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다가, 두팔과 다리를 힘차게 뻗어 기지개를 편다. 온몸이 소리를 낸다. 잠시 내 체온을 나누었던 벤치를 떠나 오솔길을 따라 걸어 내려간다. 다시 반복 되어지는 일에, 사람에,, 하루에 지치지 말아야 한다. 무언가... 먹어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