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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 할 만한 시선

시 - 일상속의 기원.






시를 쓴다는 것은
동지섣달 이른 새벽
관절이 부어 오른 손으로
하얀 쌀 씻어 내리시던
엄마 기억하는 일이다
소한의 얼음 두께 녹이며
군불 지피시던
아버지 손등의 굵은 힘줄 기억해내는 일이다

시를 쓴다는 것은
깊은 밤 잠 깨어 홀로임에 울어보는
무너져 가는 마음의 기둥
꼿꼿이 세우려
참하고 단단한 주춧돌 하나 만드는 일이다
허허한 창 모서리
혼신의 힘으로 버틴
밤새워 흔들리는 그 것, 잠재우는 일이다

시를 쓴다는 것은
퍼내고 퍼내어도
자꾸만 차 오르는 이끼 낀 물
아낌없이 비워내는 일이다
무성한 나뭇가지를 지나
그 것, 그 쬐끄만한
물푸레 나뭇잎 만지는
여백의 숲 하나 만드는 일이다.



- 조영혜 시 '시를 쓴다는 것' 모두





윤정희가 돌아왔다! '여배우' 라고 하면 미안하게도 현재의 제법 많은 여배우들 보다는 '윤정희, 정윤희, 문희, 안인숙,,' 같은 이제는 화면에서 보기 어려운 배우들이 떠 오르는 것일까??,,, 영화를 처음 접하면서 세월을 덧칠하며 그들이 나이먹고 쇠퇴함 같이 나도 그들과 더블어 생활에 부딪기며 같이 늙어왔기 때문이라면 너무 처연한가? 그런 의미에서 같은 비슷한 세대를 아우르며 지내온 '영화배우' 그것도 여배우의 모습을 화면을 통해 '확인' 한다는 것은 복잡 미묘한 마음이 된다. 그 배우를 통해 또한 나의 가감없는 현재의 모습이 아프게 투영 되기 때문이다. 영화를 통해 '우리' 를 무심히 본다, 하는 것은,,,,

"한강을 끼고 있는 경기도의 어느 작은 도시, 중학교에 다니는 손자와 함께 살아가는 미자(윤정희). 그녀는 꽃 장식 모자부터 화사한 의상까지 치장하는 것을 좋아하고 호기심도 많은 엉뚱한 캐릭터다. 미자는 어느 날 동네 문화원에서 우연히 '시' 강좌를 수강하게 되며 난생 처음으로 시를 쓰게 된다. 시상을 찾기 위해 그 동안 무심히 지나쳤던 일상을 주시하며 아름다움을 찾으려 하는 미자. 지금까지 봐왔던 모든 것들이 마치 처음 보는 것 같아 소녀처럼 설렌다. 그러나, 그녀에게 예기치 못한 사건이 찾아오면서 세상이 자신의 생각처럼 아름답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게 되는데,,,"


쉽게 쓰여지고, 쉽게 버려지는,, 경제적 가치만이 평가되는 일상 속에서, 시를 쓴다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지.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의미가 있다고 생각되는 것들이 우리 삶에 도대체 어떤 의미가 있을지.. 궁극적으로 본인에게 ‘시는 무엇인가?’ 하는 '시는 어떻게 쓰여져야 하는가?' 하는 근본적인 질문들이 미자를 통해 간절하게 주어진다. '부조화의 삶'이란 말이 있다. 산다는게, 인생이 내뜻대로, 내 의지와 상관없이 흘러가는게 어제,오늘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항상 평범한 사람들은 상처를 받는다. 세상과 나자신으로 부터,,,, 윤정희의 미자는,,   속으로는 강하고 어떤 '절절함'을 품고 있지만, 내색하지 않는 모습을 아프게 투영한다. 그 모습은 주위에서 볼수 있지만 이제는 익숙하게 흘려보내는 너와 나의 얼굴이다. 그녀는 타고난 순수함으로 인해 세상으로부터 받은 상처를 가슴속으로 삼키는 ‘미자’를 담담하게 표현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그 무언가를 대신해서 표현해 주고 싶다"는 이창동 감독. 그런 의미에서 영화 '시'는 그의 어떤 영화보다 많은것을 말하고 있다.  그는  "이제 시(詩)가 죽어가는 시대이다. 안타까워하는 사람도 있고, “시 같은 건 죽어도 싸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래도 어쨌든, 지금도 시를 쓰는 사람이 있고 읽는 사람도 있다. 시가 죽어가는 시대에 시를 쓴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나는 관객들에게 그런 질문을 해보고 싶었다. 그것은, 영화가 죽어가는 시대에 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나 스스로에 대한 질문이기도 하다."라고 이야기 한다.

139분,, 지루하지는 않았지만 영화내내 비슷한 '너와 나의' 모습을 보는것은 고통 이였다. OST도 없이,, 우리의 생활속에 존재하는 모든 소음이 적절히 화면을 이끈다. 어떤 '음악'도 배제하고,, 일상의 삶의 '절절한 기원'을 고통속에서도 '詩 한편'을 남김으로써, 시라는 화두에 답한다. "배우라서 행복하다" 라는 말, 모든말이 환희와 고통을 내재하고 있지만 영화에서 배우 윤정희와 김희라의 열연을 보며 실감 해 본다. 멋진 배우와 동시대를 호흡함은 행복이다.영화 보는 내내 프로베르의  '피카소의 산책'이 입에 맴돌았지만 안도현의 시도 적절했다. "연탄재를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하는...... 



아주 둥근 현실의 자기 그릇 위에
사과 한알이 놓여 있다
사과를 마주 보며
현실의 어느 화가가
사과를 보이는 그대로
그려보려고 헛되이 애쓰고 있지만
결코
사과는 그가 그렇게 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는다
사과는
그 나름대로 할 말이 있고
그 자신속에 여러 모습을 지니고 있다
사과는
그 자리에서 돌고 있다
그는 현실의 그릇 위에서
남 몰래 혼자서
움직이지도 않고 가만히 돌고 있다
찍고 싶지 않은 그의 사진을 찍으려 하자
가로등으로 가장한 기즈 백작처럼
사과는 거짓으로 아름답게 꾸민 과일로 가장한다
바로 그때
현실의 화가는
사과가 거짓된 모습으로 그에게 맞서고 있음을
깨닫기 시작한다
그리고
불행한 거지처럼
마치 어디든 상관없는 선량하고 자애롭고 무서운 어느 자선단체의
 처분에 달려 있음을 갑자기 알게 된 가난한 영세민처럼
현실의 그 불행한 화가는
그때 갑자기 셀 수 없이 많은 생각들의 덩어리의
가련한 먹이가 되고 만다
돌고 있는 사과는 사과나무를 생각하게 한다
지상의 낙원과 이브와 그리고 또 아담도
물뿌리개와 빠르망띠에 장미와 계단과
캐나다 사과와 에스뻬리뜨 사과와 레네뜨 사과와
 능금도
국민의회의 유혹과 사과쥬스의 신선도
그리고 죄의 기원과
예술의 기원과
월리엄 텔이 살던 스위스와
만유인력 전시회에서 여러번 수상한
아이작 뉴턴까지도 생각하게 한다
그러자 어리둥절해진 그 화가는 그의 모델도 잊고
잠이 든다
그때 언제나 여기저기를
자기집처럼 다니듯이 그곳을 지나가던 피카소가
사과와 그릇과 잠든 화가를 본다
무슨 생각으로 사과를 그리지 하고
피카소는 사과를 먹는다
사과는 그에게 고맙다고 인사를 한다
피카소는 그릇을 깨버리고
웃으면서 떠난다
그러자 이를 뽑듯
꿈에서 빠져나온 그 화가는
끝내지 못한 그의 화폭 앞에서
깨어진 자기 그릇 한 가운데에서
참담한 현실의 사과씨와 함께 홀로 있음을 깨닫는다.
 
   

   -쟈끄 프로베르시
'피카소의 산책'
모두
 




* 내가 본 평점; 별 3 개(볼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