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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런 사람

수제비 생각에... 웃는다!






 
이 방석을
어느 방석 옆에 내려놓을 것인가
늘 그게 문제인 사람들과
한상에 둘러 앉아 먹고 마시는 동안
 
 
방석이 방석을 밀고,
방석이 방석을 끌어당기고,
방석이 방석에게 웃고,
방석이 방석에게 소리지르고,
방석이 방석을 밟고,
방석이 방석과 헤어지고,
다시 방석이 방석을 낳고,
방석이 방석을 낳고.....
 
 
저마다 방석을 들고 기웃거리는 삶이라니!
 
술자리를 빠져나와
어두운 골목을 혼자 걷던 밤
하늘에서는 별이 별을 낳고,
별이 별을 낳고.....
내 시린 입김은
얼마 날아가지 못해
공중에서 얼어붙던 밤
어느 집 담벼락 밑에
불씨가 남아 있는
연탄재 두 장
나는 그 앞에
한참을
쪼그리고 앉아 있었다
 
구멍이 스물두 개나 뚫린 그 둥근 방석 앞에서!
 
 
 
  -나희덕 시 '방석위의 生'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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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부터 비가 줄기차게 내렸다. 제법 창가를 힘차게 두드리는 비 님이 부르는 소리에 잠이 깨어 창가의 어둠을 바라본다. 짙어진 어둠속에 가로등 하나,, 불을 밝히고 그 밑으로 두어대 차가 외롭게 비를 온전히 맞고 있다. 한 친구는 남자들은 자신이 나이가 들었다는 사실을 억지로 무시하려는 경향이 있다며, 갱년기 우울증에 발목을 잡히지 말라고 경고 해 주었고, 한 친구는 식사를 같이 하는 자리에서 건강을 염려하며 반주하는 나에게 염려의 말을 하였지만,, 술에, 우울증에 내 남은 삶의 한 부분을 발목 잡히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근래에 제법 마셨다 하여도 한병, 혼자서 마실 때에는 반병을 넘지 않으니,,, 이는 혼자 마시는 술의 외로움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젊은시절 외국출장을 다니며 제법 많은 종류의 술을 즐겼었고, 국내에서는 기획 파트의 일이나 업무상 접대를 하면서 업무 뒤에 홀로 한잔씩 술을 즐기던 버릇을 아직도 유지하고 있으나,, 결혼 후에는 혼자 술을 마시는 모습을 여자들은 잘 이해하지 못하는 듯 싶다.
 
-직장의 동료들과 술을 마실 때나 친한 벗들과 술을 마실 때에는 도리어 내 주량대로 마시지 못하는,, 나는 약간 취해 오는 듯 다가오는,, 사물이 약하게 뿌옇게 보이며 때로 제법 그럴듯 하게 채색되어 보이는 그 순간을 좋아하나, 대체로 사람들과 어울리면 만취 하거나 대취 하게 되어, 그도 아니면 취하여 정신을 잃은 사람들 중에 한, 둘은 내가 데려다 주어야 하는 일이 발생함은 정말 성가신 일이었다. 왜 우리의 음주문화는 "자, 오늘 마시고 죽자!"로 대변 되는 것일까???,,, 신입 사원시절 기본적으로 하는 술 주량 테스트에서 새벽 2시까지 마시고도 아침 7시에 출근을 하니 선배들이 모두 젠틀한 모습으로 출근을 하고 있었다. 대단한 내공들 이라 생각 했었지만,, 그런 모습을 보이기 위해서,,  '살아남기'위한 나름대로의 피나는 고충 들이 있었다. 내 사업을 하면서 쌓이는 스트레스가 있거나 술이 한잔하고 싶으면 홀로 단골집에서 잘마신 듯 싶다. 우리나라에서는 선술집이나 호프집에 혼자 들어가 술을 시키면 때로 '삐딱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솔직히 껄끄러웠다. 혼자서 무슨 맛으로 술을 마시냐? 하고 묻지만,, 홀로 BAR나 ROOM 에서 모르는 여자와 더블어 술을 마시면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니,, 이제는 이런 시선을 무시해 버린지 오래지만,, 술을 잘 못하는 친구와 식사를 함께할 때에,, 친구에게 1~2잔, 나머지 4~5잔을 마시면 나에겐 "딱, 좋았다!"
 
-며칠 전부터 칼칼한 김치수제비가 먹고 싶어서 주위를 둘러보니 '웰빙 수제비'는 있어도 감자를 크게 썰어 넣고 얼큰한 김치를 숭숭 넣어서 칼칼하니 속을 풀어주는 '어머니표 수제비'는 찾아 볼 수가 없다. 수입상가에서는 가끔 할머니들이 머리에 함지박을 이고 칼칼한 수제비를 팔러 오시곤 했는데,,, 비도 굵고 시원하게 내려 히타를 양쪽을 다 켜 놓고서는 새벽부터 김치 수제비 타령 이라니,,, ㅎㅎㅎ,,, 그냥, 웃다가 어제 몇잔 마신 술 탓 이려니 하고 "국물 맛이 끝내준다!"하는 우동을 하나 끓여 먹고,, 하루를 시작한다. 제법 차갑게 느껴지는 새 아침, 오늘부터 몇 일 간은 금주 해야할 듯,, 월요일은 종합검사를 해야한다. 밤새워 내린 비로 더욱 깨끗하게 보이는 거리, 홀로 먼저 발자욱을 찍으며 걸어 가 본다.비로 인해 물기에 젖어 신발의 바닥에 닿는 느낌이 좋다, 한 친구의 '갱년기 우울증을 조심하라'는 말, 다시 생각 해 보니 고맙게 느껴지네,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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